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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의 능력을 어찌 방어율(9이닝당 평균자책점)만으로 판단할 수 있겠냐만은, 가장 대중적이고 쉽게 이해되는 지표인 만큼 불펜 투수들의 방어율 얘기를 한번 해봐야겠습니다. 이 글이 불펜투수가 주제는 아닙니다만, 글의 전개상 우선 중간계투들의 얘기를 먼저 해야겠네요. 아래에 언급되는 이름은 각 팀별로 불펜에서 가장 많이 뛴 4명과 지난 두달간 마무리로 뛰었던 선수들의 명단입니다. 위의 4명은 방어율 순서대로 나열했고 맨 아래는 마무리투수, 그리고 ()안의 숫자는 그가 소화한 이닝수입니다.
조웅천 : 1.33 (27.0)
정우람 : 2.59 (31.1)
윤길현 : 4.50 (26.0)
조영민 : 4.65 (31.0)
정대현 : 2.60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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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 0.92 (39.1)
금민철 : 2.48 (29.0)
임태훈 : 3.32 (40.2)
이재영 : 6.88 (17.0)
정재훈 : 4.02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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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장호 : 2.30 (27.1)
최향남 : 2.38 (22.2)
강영식 : 3.27 (22.0)
나승현 : 4.13 (24.0)
임경완 : 5.23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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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ㅡ혁 : 1.33 (27.0)
권오원 : 1.47 (30.2)
차우찬 : 3.52 (30.2)
안지만 : 4.06 (34.0)
오승환 : 2.14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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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명 : 2.31 (23.1)
마정길 : 2.90 (31.0)
윤규진 : 3.16 (42.2)
최영필 : 5.68 (31.2)
토마스 : 3.86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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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훈 : 2.36 (34.1)
손영민 : 4.42 (36.2)
임준혁 : 5.47 (24.2)
양현종 : 7.67 (29.1)
한기주 : 2.14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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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훈 : 4.15 (17.1)
김성현 : 4.41 (16.1)
송신영 : 5.61 (33.2)
전준호 : 6.75 (21.1)
황두성 : 2.25 (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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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복 : 2.62 (44.2)
이범준 : 3.41 (37.0)
경헌호 : 3.60 (30.0)
김민기 : 6.41 (26.2)
우규민 : 5.16 (22.2)
숫자놀음으로만 보면 크게 뒤쳐질 것도, 그렇다고 남들보다 대단하게 앞서는 수치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글스는 제대로 된 불펜 카드를 두장 이상 갖고 게임에 임했던 적이 없는 팀입니다. 쉽게 말해 올해는 사정이 많아 나아졌다는거죠. 비록 어제 실점을 좀 했어도 토마스가 부진에서 벗어났다는 점, 방어율은 5점대로 치솟았지만 불펜에서 꽤 많은 이닝을 소화해 준 최영필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래도 괜찮습니다.
올 시즌 우리가 치열한 접전과 경기 막판 역전승을 많이 거둬낼 수 있었던 힘은 누가 뭐래도 3-4-5-6의 파워 덕분입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불펜의 분전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겁니다. 불펜이 강해졌으니 작년 같으면 지레 접어야 할 경기도 끝까지 싸울 수 있는겁니다. 좀 뒤지고 있어도 마정길이 잘 막아주면서 접전으로 몰고 가주고, 승부가 완전히 기울어진 경기에서는 김혁민도 종종 얼굴을 볼 수 있는데 벌써 9경기 등판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08년 이글스 불펜은 팀 역사상 가장 넉넉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규진이 42이닝이나 던지며 올시즌 혹사의 트렌드(?)인 임태훈보다 2이닝이나 더 많다는 점은 큰 문제입니다. 토마스의 이닝수가 타팀 마무리보다 적지도 않고 비록 패전조이긴 했지만 마정길이 30이닝을 넘겼는데 말입니다. 안영명의 이닝수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유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죠. 이상한 일입니다. 불펜이 강해졌고 양적으로도 풍부해졌는데 왜 과부하가 걸릴까요?
네 맞습니다. 문제는 역시 무너진 선발입니다. 2006년과 2007년, 우경하 코치가 그토록 상소리를 들을 만큼 득점력이 빈곤했고 불펜이라고는 안영명이 전부던 시절에도 우리가 꾸역꾸역 상위권 다툼을 벌일 수 있었던 건 바로 선발의 QS릴레이였죠. 타력은 변수요, 투수력은 상수라고 했는데 선발투수가 좋으면 팀이 사는거고 그게 아니면 시즌 접어야 합니다. 사실 선발의 역할이란게 얼마나 중요합니까. 박명환과 브라운 둘이서 3~4승씩만 올렸어도 트윈스도 지금 4위 정도는 하고 있을겁니다. 초호화 럭셔리 불펜이라던 삼성도 배영수가 있을때는 우승했지만 선발 약할때는 4위에 만족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건 예견된 비극입니다. 2년 동안 400이닝+PS+국제대회를 소화한 고졸투수가 늘 건강하기를 바라는건 지나친 과욕이며 3선발은 팀을 떠났습니다. 그런데도 44-37-37세의 선발투수, 2군에서조차 BB:SO비율이 나빴던 미완의 대기가 모여 5장의 환상적인 조합을 이룰 것이라고 기대했다면 솔직히 그건 못된 심보입니다. 시즌 전부터 선발진 조합이 불안정했다는 얘기죠. 비록 4월에는 에이스의 역투로 버텼지만 킹카드를 쓰고 나니까 이제는 답이 없어진겁니다. 부끄럽고 분하지만 솔직하게 얘기해봅시다. 우리 선발진 붕괴됐습니다. 신나는 역전승 퍼레이드도 사실 선발의 호투로 대승을 거뒀어야 할 경기들이란 말입니다.
투수들이 힘을 못 쓰다보니 자연스레 그 책임 추궁은 코치에게로 귀결됩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 결과가 무조건 1군투수코치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상군 코치는 류현진의 부상과 관련이 거의 없는 사람이며 송진우-정민철-문동환의 컨디션이나 건강상태, 혹은 투수로서의 <기술>이 코치의 능력과 직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비록 볼넷을 남발하더라도 어찌 됐든 6이닝은 막아주던 용병선발이 마무리로 바뀌었는데 이것도 코치의 지도력과는 관계가 없는 일이죠.
부상에서 돌아온 윤규진, 군대에서 돌아온 마정길은 한용덕 코치와 호흡을 맞춘 적이 거의 없고 오히려 이상군 코치와 더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유원상의 제구가 결국 안 잡혔지만 전병두의 아스트랄 제구력이 김봉근 코치의 책임만은 아니며 <15경기 100실점>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LG의 투코 양상문이 아직도 소위 '상군매직'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죠. 현재 2군 남부리그의 타격 순위 1~4위 중 1,3,4위가 한화 선수들인데 그런 상황 속에서도 투수들은 죄다 난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경향이 <현재 2군 타코는 훌륭하고 2군 투코는 무능하다>라는 결론으로 귀결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허나, 문제는 있습니다. 투수진의 상황이 안 좋다는 거야 충분히 이해를 합니다만 <그럼 이게 누구 책임이고, 책임자는 지난 겨울에 뭐했냐>는 불만을 제기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 책임자는 당연히 투수코치와 감독입니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결과가 많이 나빠졌는데 그 책임을 타격코치나 수비코치에게 물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물론 서너달 공들인다고 투수 몇 명이 갑자기 좋아지면 세상에 투수력 약한 팀이 어디 있겠습니까. 게다가 쓸만한 선발을 스프링캠프 한 번에, 혹은 트레이드 한 칼에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하지만 덕아웃에 계신 분들이 최소한 투수진에 구멍이 생길 것이라는 데에 공감은 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당연히 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을 했을겁니다. 현재 한화의 투수진은 감독이 직접 챙기는 경우가 많지만 어차피 실무는 코치들이 담당한다고 봤을 때 다른 팀의 감독:코치 책임(?) 비율이 3:7 정도라면 우리는 5:5 혹은 6:4 정도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저는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생각한 대안이 양훈, 그리고 유원상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다들 그렇게 알고 계실겁니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통해서도 많이 알려졌고, 스프링캠프에서도 저 두 선수에게 많은 관심을 쏟았다고 얘기가 꾸준히 들려왔으니까요. 두 투수의 지난 2년간 행보를 봐도 올해는 좀 더 큰 임무를 맡겨야 할 상황이었죠. 현재 이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립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양훈은 그럭저럭 봐줄만 했다는 입장이고, 유원상은 작년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방어율은 양훈이 더 나쁘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무너진 투수진에 대한 책임 추궁은 우선 양훈과 유원상의 풀시즌을 끝까지 지켜보고 판단해 볼 생각입니다. 올해 투수진이 안 좋아질 거라는 건 이미 예측 가능한 변수였지만, 천하제일의 투수조련사가 온다 해도 그게 하루 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어차피 아니었다면 이 정도의 부진은 개인적으로 납득합니다. 하지만 손을 놓고 있으면 안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 대안이 얼마나 괜찮았고 구멍을 몇 %나 메웠는지 따져보면 책임자의 대응능력을 논할 수 있겠죠.
에이스는 아픈 게 당연할 만큼 무리했고 44살은 커녕 37세의 꾸준한 선발투수도 다른 팀에는 단 한명도 없으며 158이닝 던진 3선발 용병이 나갔고 5선발은 안개속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프링캠프 3개월만에 문제를 모두 치유하고 작년과 똑같은 선발진으로 끌어올리는 코치 혹은 감독이 있다면 저는 당장 우리 감독과 코치를 경질하라고 1인시위라도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네요. 물론 <알아서 하겠지 뭐, 우리는 그냥 응원만 해요> 하면서 가만히 있자는 얘기를 하는 건 아닙니다. 코칭스태프에서 관심을 기울였을 것이 분명한 양훈과 유원상을 좀 더 보고 판단하겠다는 뜻입니다. 유원상이 볼넷 남발하지만 젊은 투수들은 어차피 널뛰기를 하게 마련이고, 양훈 방어율이 최악이지만 지금까지는 5이닝이 한계였는데 이닝 수 늘여보려고 시험하다 억울하게(?) 높아진 측면도 조금은 있으니까요. 물론 제가 납득하니까 여러분들도 다 이해하시라는 얘기는 아니고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는 얘기입니다.
참고로 저는 팀의 선수구성과 젊은 선수들의 능력치가 코치보다는 소속팀의 구장환경, 선수가 입단할 당시 선배들의 포지션 구성이 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짧게 말하면 한화에 거포가 많고 기아에 150넘기는 투수가 많은 건 오직 타코와 투코의 능력차이 때문만이 아니라 팀의 특성상 스카우터들이 그런 성향의 선수를 지명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지금 이 글 만으로도 워낙 기니까 이 얘기는 다음 기회에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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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훈이는 더 밀어줘야 겟다는 생각이 들지만 원상이보다는 김경선이나 김혁민을 밀어주는게 나을것같다고 생각하는데요....(태클은 아님;;)
지금 현상황에서 양훈은 자기가 가진 능력만큼은 보여주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다만 그 보여주는게 능력만큼만 보여주고 있어서 조금은 아쉽긴 하지만....양훈은 이미 그 한계점이 보였던 투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훈이 대기조가 아닌 선발로 뛸때는 계투로 나왔을때보단 나은 모습을 보여주는거 같더군요. 솔직히 한화의 투수진은 시즌초부터 무너져 있었습니다. 다만 미친듯한 1-3-4-5-6번의 활약으로 뒤집어 엎어 이긴 경기가 많을뿐이지...지금 한화로써는 빅딜을 통한 투수영입이 아닌 이상은 답이 없습니다. 문동환과 구대성이 복귀한다고 해도 그들이 얼마만큼의 전력보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고요...
올해에 한화는 정말로 그 전력에 비해서는 환상적인 성적을 올리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응원하는 사람들은 쉽습니다. 그냥 말로만 한마디 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그라운드위의 감독포함 모든 코칭스테프와 선수들은 쉽지 않겠죠. 쉬우면 누구나 그렇게 하면 되니까요.....
그나저나 전 여기 게시판에 들어와서 글을 볼때 투수코치 바꾸자는 글을 볼때마다 솔직히 좀 그렇던데....투수코치만의 문제가 아니죠...작년과 올해의 선발진을 본다면 절반 이상이 바뀌었습니다. 더욱이 류현진은 팔꿈치에 피로가 쌓인듯한 인상이고....한화 투수코치가 문제가 아니라 한화 투수진 자체가 8개구단중 우리히어로즈말고는 더 나은것도 없는 투수진입니다. 무턱대고 투고바꾸자는 말은 좀;; 바꿔서 또 못하면 또 바꿔야하는 겁니까?
지기 위한 경기를 하는 선수도... 감독도 없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한화의 성적은 현재 구성으로 봐서 결코 나쁜 성적은 아니죠... 하지만 지난 세시즌 동안 너문 좋은 모습을... 즉 가을에 야구하는 모습을 봤던 팬들로서는 아쉬울 따름일겁니다... 지금으로선 팬들도 답답하지만 선수... 코칭스탶... 특히 김인식 감독이 제일 답답하지 않을까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