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에 갖다 대는 것만으로도 ‘톡’ 쏘는 향, 한 입 씹을 때 향이 코로 올라오면서 느껴지는 자극이 다른 음식에는 비견할 수 없는 맛, 홍어!
‘삭혀서’ 내는 독특한 향과 맛 때문에 ‘먹기를 거부하는’ 이들도 있지만 한 번 맛들인 애호가들은 결코 그 맛을 잊지 못한다. 그래서 찾고 또 찾게 되는 것이 홍어만의 매력이다. 서울 퇴계로 동국대 입구에 자리한 ‘옛날5가 홍탁집’은 이 집에서 한 번 맛을 본 이들은 반드시 다시 찾는 홍어 전문점으로 이름 높다. 1959년 개업한 이래 반세기, 벌써 47년째다.
예전에 퇴계로 5가 자리에 있었다 해서 ‘옛날5가’로 이름 붙여진 이 집은 백령도산 홍어만을 쓴다. 흑산도 홍어는 비싸서 못쓰고 칠레나 수입산은 제 맛이 안난다는 이유에서다.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아 2대째 맛을 잇고 있는 주인 김병현 씨는 매일 새벽 4시면 人천으로 가 홍어를 받아와 직접 삭힌다. 항아리에 짚을 깔고 그 위에 홍어를 놓는 것을 반복, 층층이 쌓은 뒤 적당한 온도에 삭혀 내는 것이 노하우.
특히 습도가 높거나 더운 여름철에는 자칫하다간 홍어가 삭다 못해 ‘바나나 무르듯’ 물러버려 못쓰기 일쑤다. 삭히는 기간은 보통 여름은 3~5일, 겨울은 보름 정도. 아버지 대부터 이 집의 한결 같은 맛은 육질이 부드러우면서도 ‘역하지 않게’ 톡 쏘는 강한 향. 조금만 맛이 변해도 2대째 찾아 오는 단골 고객들은 금방 알아챈다.
손님의 절대 다수가 찾는 메뉴는 홍어삼합. 홍어와 돼지고기, 신김치가 각각 다른 접시에 나온다. 홍어 한 점을 집어 소스에 찍은 후 돼지고기와 함께 신 김치에 싸 먹으면 의외로 홍어 냄새가 강하지 않다. 홍어 향이 싫다고, 평소 못 먹는다는 사람들도 이렇게 한두 번 먹다 보면 어느새 홍어 맛에 취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막걸리 한 잔을 기울이면 바로 ‘홍탁’.
삭혀서 발그스름한 빛깔의 홍어 옆에는 길다란 반투명의 살점이 보이는데 이는 홍어 ‘코’다. 홍어 살점보다 더 맛있다고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다. 특히 홍어간(애)은 단골에게만 서비스 되는데 없어서 난리가 난다. 신선한 생간인데 보기는 징그러워 보여도 뒷맛은 땅콩 맛이 난다.
학생시절 이 집을 찾았던 고객 중에는 지금 교수가 돼 학생들을 끌고 찾아 오기도 한다. 역시나 남도 출신을 빼곤 대다수 학생들이 홍어를 잘 못 먹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데 대신 돼지고기 보쌈은 좋아한다.
또 홍어 살점 밑에 깔아 놓은 양배추를 빨간 초장 소스에 끼얹어 먹는 것은 이 집의 오랜 전통. 새콤하면서도 달콤하고 그리고 또 매콤한 맛이 계속 젓가락을 잡아 들인다. 마지막 공기밥을 비벼 먹는 코스까지 마치면 배부르다.
이 집에서는 싱싱한 홍어회도 초장 소스를 찍어 먹거나 야채와 함께 끼얹어 비벼 먹는다. 특히 홍어찜은 삭힌 맛에 열까지 더해지니 홍어 특유의 쏘는 맛이 더 강해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쓰여있듯 소화 촉진과 기관지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홍어 한 접시를 해치우고 나면 왠지 속이 든든해지는 듯하다.
|
출처: 인천 여러분 모든 공유 원문보기 글쓴이: 삼공 ™ 까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