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발 마스크 대란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도 그렇지만, 확진자가 전국의 84%에 달하는 대구경북은 더욱 심각합니다. 며칠 전 뉴스를 통해 충격적인 현장을 보았듯, 마트에서 마스크를 사려는 줄이 400m나 장사진을 이루었고, 끝내 사지 못한 이들도 상당수였었지요. 시내 번화가도, 지하철도 투명인간이 사는 곳처럼 사람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식약처는 대구·경북은 매일 100만장, 그 외 지역 공적판매처는 매일 500만장, 의료기관 등 방역현장은 매일 50만장 공급 계획을 공표했습니다. 27일부터 구입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구매 가능한 날짜가 3월 2일로 밝혀지며 국민 상당수는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마스크 생산능력은 하루 1200만장 정도 됩니다. 그러나 중국으로부터 핵심원자재인 필터의 수입이 줄어들면서 현재 1일 생산량은 천만 장에 조금 못 미치고 있다고 합니다. 해외 수출 100만장을 빼고 나면 9백에서 천만 장이 쏟아져 나오는데, 그 중 100만 장을 대구경북에 우선 공급하겠다는 게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에 대한 특단의 지원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5천만 명, 대구경북 시도민이 500만 명이니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생산량의 1/10 할당은 특단이 아닌, 상식적인 평균적인 배분에 불과함에도 있는 생색을 다 내고 있습니다. 정부가 개입하면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가격을 통제하고, 생산량 중 일정량을 공적 판매처에 공급하게 함으로써 마스크 생산업체 중 상당수가 직격탄을 맞았고 일부 업체는 폐업, 휴업을 하고 있습니다. 원자재인 필터의 가격이 배로 오르고, 생산에 필요한 작업용 장갑, 위생복 가격은 3배로 올랐으며, 주 7일, 하루 13시간 가동하면서 비용은 두 배 늘었는데 평상시 가격으로 공급하랍니다. 만들수록 손해입니다. 이미 타 기업체와 장기 납품계약을 체결한 업체 중 일부는 공적 판매처 50% 납품 지시 때문에 위약금을 내야 할 상황에 봉착하였습니다. 현장을 모르는 어공, 높으신 양반들의 탁상공론으로 이 지경에 처한 것입니다.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제대로, 잘 해야 합니다. 정부에서 시장가 인정이나 손실분 보전, 위약에 대한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 생산업체는 손해를 보든지, 문 닫으라는 얘기밖에 안됩니다.
그저께는 대구에서 기저질환이 있었던 고령의 확진자 한 분이 병상이 부족해 자가 격리 중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대구시장이 타시도 지자체장께 지원을 요청하였지만 지자체별로 반응은 천차만별입니다. 서울시, 경남의 적극적 협조, 지원의사 천명은 참으로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입니다. 하지만, 이도 가만히 따져보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으로 대구에 내려와 계시는 국무총리께서 하셔야 될 일입니다. 이러한 비상시국에는 지자체간의 협조 요청과 대응이 아닌, 컨트롤 타워 책임자의 결단과 지시에 따른 일사불란한 협조/지원체계 확립이 기본 중의 기본일 터인데 본부장의 존재감은 어디도 보이지 않으니 참 안타깝습니다. 정부가 지난 23일 위기경보 단계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음에도 총력 대응하는 모습은 느껴지질 않습니다. 참으로 답답합니다.
그러나 희망은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많은 미담사례가 이어지고, 의료진들의 자원봉사가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임대인이 임대료 할인 혹은 한 달 면제를 해주는 가슴 따뜻해지는 기사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전국 각지의 민초가 보내는 성금이 답지하고 있고 대기업도 의료용품, 생필품 등 지원에 수십, 수백억 원을 쾌척하고 있습니다. 명륜진사갈비 프랜차이즈의 본사인 ㈜명륜당이 코로나19사태에 대응하여 전국 522개 가맹점 총 23억원에 달하는 전 가맹점의 한 달 월세 전액을 파격 지원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한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임대료를 내린 임대인에게 인하 금액의 절반을 소득세, 법인세에서 빼주기로 했습니다. 또 정부가 소유한 재산의 임차인에게는 임대료를 현재의 1/3 수준으로 인하하고 공공기관도 임대료를 최대 35%까지 내릴 거라고 합니다. 대구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코로나19 진료 의료인 모집에 490명이 지원했다고 합니다. 공중보건의 750명을 조기 임용해 각 지역에 투입하겠다고 합니다. 군에서도 군병원 의료인력 325명을 지원했고, 추가로 일반장병 916명이 검역과 통역 등을 돕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국군수도병원을 국가지정격리병상으로 제공했고, 국군대전병원과 국군대구병원을 감염병 전답병원으로 전환해 388병상을 대구·경북 환자 치료에 활용토록 했다고 합니다. 참 고마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원봉사, 지원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민병, 의병에 기댈 게 아니라, 관군이 제대로 잘 해야 합니다. 눈물은 왜 짠가, 어머니, 주인아저씨의 마음 같이 하면 됩니다.
제 대학시절 써클 선후배님들도 의료봉사에 참여하고 계셔 더욱 기분 좋습니다. 어려운 가운데 희망을 보는 이유입니다.
대구지역 의료진 상당수가 자원하여 동산의료원에 모였습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2977591
대구지역 개원의인 후배도 보건소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28/2020022800091.html
감염성이 높고,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가운데 사회활동 전반이 많이 위축되었습니다. 저도 집에서 삼식이 한 지가 일주일이 넘었습니다. 직장생활 시작한 이래 초유의 일입니다. 수시로 손을 씻고, 나들이 시에는 꼭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람 많은 데는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계속 집에만 있으면 생병 납니다. 완전무장하고 인구밀집도가 낮은 개활지를 걷는 건 정신건강에도, 신체 건강에도 좋습니다.
그래서 며칠 전 지산샛강에서 맑은 공기를 마셨습니다. 살 것 같습니다.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1822150054
금오산 뒤편, 대성지에서 냉이를 캐며 봄기운을 느꼈습니다.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1827910486
눈물은 왜 짠가(모셔온 글)======================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아저씨가 안 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주인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 주는 게 역력했습니다. 나는 그만 국물을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러자 주인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 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 함만복 산문집 <눈물은 왜 짠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