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 제가 다니는 교회에서 전교인 체육대회가 있었습니다.
저와 제 주방장이 250명분의 육개장을 끓였습니다.
모처럼 정리를 해서 레서피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주재료) 업진육(Cam to – Canto 깜토), 통 파, 약간의 생강, 통 양파, 통 마늘
말린 고사리, 말린 토란대(dried taro stem ), 긴 숙주나물, 파, 그린 칠리,
실리 라부요(짝고 빨간 고추), 다진 마늘, 계란
(다대기용) 소 지방(가능한한 공짜로 얻어 옵니다.), 고추가루, 생강즙, 다진 마늘
l 재료의 량은 각 자의 필요에 맞춰서.. 저는 250명분을 끓인 관계로 량을 정확히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l 먼저 아침 일찍 서둘러 신선한 업진육(‘깜토’라고 하면 다 압니다.)부위를 구하는데,
이 업진육 부위는 지방도 많고 맛있는 하얀 고기(Ligament .따갈록 litid) 도 많은데
잘 보고 가능한한 지방이 덜 붙어 있는 걸로 골라야 합니다.
이 부위는 해부학적인 용어로 인대나 근육기시부로 불리우는 하얀 근육이 많이 붙어 있고, 떡심(스지,힘줄)도 있습니다.
이 부위들은 쫄깃쫄깃한 식감이 기분 좋은 맛을 내게 만듭니다.
업진육은 국거리용으로 아주 좋아서 오래 삶을 수록 아주 좋은 맛을 냅니다.
국거리 용으로 ‘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습니다. ‘ 자르지 말고 통으로 가져 옵니다.
l 물에 깨끗이 씻은 후 지방을 과감히 떼어 냅니다. 하얀 근육은 떼내지 마시고.
l 통파, 통 양파, 통 마늘, 약간의 생강과 함께 통째로 넣고 고기가 부드러워 질때까지 함께 삶아 줍니다.
l 고기를 삶는 동안 다대기장을 만들어 놓습니다.
l 다대기장은 제대로 하려면 소고기 지방을 후라잉 팬에 넣고 우지를 만듭니다.(30-40분 이상 소요)
중요한 것은 깊은 팬에 넣고 우지를 내야 태우지 않고 기름을 얻을 수 있습니다. 타 버리면 탄 내때문에 망치게 됩니다.
지방이 보기 좋게 노릿끼리한 색으로 변할때 즈음 스트레이너에 지방을 여과 시켜 우지를 그릇에 담아 내고
고추가루(좀 됨 즉하게 넉넉히)와 약간의 생강즙, 다진 마늘을 넣어 저어 주면 드디어 ‘우지 칠리 기름’ 완성.
콘테이너에 보관해서 하루 정도 숙성시켜 주면 아주 끝내주는 다대기장이 됩니다.
여유있게 더 만들어 순두부 찌게나 갈비탕, 닭개장 끓일 때 넣어 주면 일품의 맛을 냅니다.
* 고사리와 토란대는 물에 오래 담가 두었다가 한 번 신나게 끓여주고 또 다시 찬물에 오래 담가 두었다가 사용합니다.
l 밀키한 냄새가 고기 삶는 솥에서 솔솔 날라 오면 고기를 꺼내 식힌 후 결데로 길게 찢어 줍니다.
찢으면서 몇 점을 입으로 넣으려는 유혹에는 간단없이 넘어가고 맙니다.
l 국물은 얼음을 넣어 기름을 제거하고 차게 식힌 후 냉동고에 보관하여
완전히 식어 굳어있는 기름을 확실하게 없애 줍니다.
l 이제 본격적으로 육개장을 끓여 주는 일만 남았습니다.
l 육수에 필요한 량만큼의 생수를 붓고 끓입니다.
l 펄펄 끓을 때 고기와 고사리, 토란대, 다대기를 넣고 한 소끔 끓여 냅니다.
l 끓으면 실리 라부요와 그린 칠리, 숙주 나물과 다진 마늘을 넣고 한 번 더 끓입니다.
l 천일염(이렇게 량을 많이 끓일때는 사실 천일염가지고 간 맞추기가 무지 어렵습니다.
이 날 좀 후회했습니다.
꽃 소금도 조금 넣을 걸 그랬나 ???
사실 이런 야외에서는 좀 짭짤하게 먹어도 좋다고 지인이 충고해 주더 군요.
제가 무슨 천일염 전도사라고..
그래도 그 많은 분량의 육개장을 끓이면서 다시다와 정제염이 던지는 추파와 유혹을 뿌리치고 마무리 지었습니다.)과
후추로 간을 해 줍니다.
l 마지막으로 계란을 풀어 사정없이 저어 줍니다.
세 솥 분량을 만들어 놓고 배식까지 끝내자 쓸데없이 허탈감이 찾아 옵니다.
마치 공연을 끝낸 연극 감독이 된 듯한 기분입니다.
옆 길에 뒹굴고 있는 낙엽들을 물끄럼히 쳐다 봅니다.
덕수궁 돌담길 조그만 교회당 앞뜰에서 뒹굴고 있던 낙엽과 너무 닮아 있습니다.
쌀쌀한 한국의 가을 날씨가 살짝 이마를 스치고 사라집니다.
이 맛에 잘하지도 못하는 음식을 자청해서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첫댓글 고생하셨네요 이렇게 요리로 봉사하시고 축복받으실꺼예요 맛있어보여요
많이 끓이면 더맛좋은 육개장 ~~맛나게 한그릇 먹고 갑니다. ㅎㅎ
봉사중에 음식봉사가 가장 어렵다는 생각 늘해요. 육개장 무척 좋아하는데, 250명분이라니 대단하세요.
좋은 음식 좋은사람들과 나누셨군요..ㅎ 그 마음이 참 이쁩니다..
두 달 전에 쓴 글을 지금 올리니 조금 분위기가 않나네요. 정말 그 때는 한국의 가을이 너무 그리웠어요...이 곳도 밤에는 아주 서늘한 바람이 불어 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