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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농촌교회, 해법을 찾아서 (1)농촌이 시들어간다 - “형편이요? 한숨부터 나오네요” |
급격한 이농현상·고령화로 기본적 교회운영마저 불가능 불안 시달리는 목회집중 어려워…“미래없는 삶이 더 문제” |
2004년은 UN이 정한 ‘세계 쌀의 해’이다. ‘쌀은 생명이다’라는 슬로건 아래 전세계에서 대대적인 행사가 펼쳐지고 있고, 우리 나라에서도 기념식, 모내기 체험행사, 어린이 농촌 그림그리기 등 이벤트가 한창이다. 그러나 농민들의 표정에는 들뜬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다. 역설적이게도 ‘쌀의 해’인 올해가 우리 나라 쌀시장 개방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원년이기 때문이다. 1986년 협상이 시작된 우루과이라운드(UR)에서 올해 초 체결된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농촌은 거듭된 타격으로 빈사상태에 처해있다.
농민들은 이런 상황에서 쌀 시장의 전면 개방이 이루어진다면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울부짖는다. 농민들의 위기는 농촌의 위기, 곧 농촌교회의 위기이기도 하다. 매년 여의도 면적의 100배 크기나 되는 농지가 사라지는 현실 속에서 농촌교회가 느끼는 위기 체감도는 어느 정도이고, 어떤 활로를 찾아야 하는지 4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전북 김제시 만경면 대동리, 호남의 대표적인 곡창지대인 김제평야의 한 축이다. 마을 한편에는 서해안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뚫려있고, 멀지 않은 데서 만경강의 물줄기와 새만금 간척사업이 한창인 서해바다를 만날 수 있는 기름진 곳이다.
한 때는 600세대가 넘는 많은 인구가 모여 살았고, 소문난 부농도 적지 않은 동네였다. 마을 언덕에 자리잡은 대동교회는 90년전 어드만 선교사와 부위렴 선교사가 세워,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인근 대부분 교회들의 모태역할을 할만큼 유서 깊은 교회지만 지금은 마을의 쇠락과 함께 깊은 침체에 빠진 상태이다.
3년 전 이 교회에 부임한 조창곤 목사는 깜짝 놀랐다. 소문으로 전해듣던 예전 대동교회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급격한 이농현상으로 마을을 지키는 가구수는 불과 40세대, 부서진 채 방치된 집들은 50채가 넘었다. 게다가 동네에서 50대 이하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야 할 정도로 마을은 노령화되어 있었다.
40년 가까이 농촌목회에 이골이 난 조 목사이지만 한숨부터 나왔다. 교회 실정은 더 심각했다. 교인 평균 연령이 73세, 환갑을 훌쩍 넘긴 그를 ‘젊은 목사’라고 반겼다. 주일학교의 대가 끊긴 것은 10년 전, 전도를 하고 싶어도 사람이 없었다. 상황이 이러니 재정형편은 더 말할 것이 없었다.
현재 조 목사는 노회의 지원과 가족들의 도움으로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다. “솔직히 너무 비참한 환경입니다. 한마디로 한국 농촌교회의 표본인 셈이죠.” 그에게서 장탄식이 새어나온다.
30년간 경북 의성에서 목회를 해온 박세덕 목사. 박 목사 또한 농촌교회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서슴없이 이농현상에 따른 인구 감소와 경제난을 들었다. 그나마 박 목사가 시무하는 철파교회는 읍내 인근에 위치해 있어 아직까지 급격한 교인감소 사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교세 유지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는게 사실이다.
젊은층의 탈농촌화는 대부분 농촌교회들에 고령화 현상을 불러왔다. 그나마 농촌을 지키는젊은이들은 결혼적령기를 훨씬 넘기고도 배우자를 얻지 못하는 또다른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박 목사는 “농촌총각들이 결혼을 못해 우울증 등 병적인 증상까지 나타날 정도로 심각한 실정에 놓여있다”고 밝힌다.
때문에 일부 종교집단이 이들 농촌총각들을 공략하기 위해 국제결혼을 주선하고, 자신들의 세를 불리는 것을 눈앞에 보고 있으면서도 농촌목회자들은 속수 무책이다. 전북 장수에서는 교회연합회 차원에서 결혼상담소 운영에 나섰다지만 지역단위의 노력만으로는 현실적인 실효를 거두기에 어려움이 많아 보인다.
인구감소에 따른 농촌교회의 교세약화와 고령화 현상은 자연히 재정난으로 이어진다. 철파교회처럼 교인들 가운데 공무원이나 자영업자가 있어 그럭저럭 살림을 꾸려나가는 경우는 극히 예외적이다.
인구가 더 적은 부락 단위로 갈수록 교회들의 재정난은 한마디로 파산 일보직전까지 다가가 있다. 정부까지 농산물 개방정책 확대를 선언하는 마당에 결국 농촌교회가 기댈 수 있는 곳은 교단과 도시교회 밖에 없어 보인다.
박 목사는 같은 의성지역에도 예장통합 산하 교회들은 교단으로부터 교역자들의 기초생활이 가능한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어 형편이 한결 낫다고 말한다. 그런데 교단 규모에서 별 차이가 없는 예장총회 소속 교회들은 아직도 이웃교회들의 소액 후원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상대적 빈곤, 나아가 목회자로서 자괴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웃교회들의 정성과 관심이 고맙기는 하지만, 후원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보니 해당 교역자들은 늘 불안에 시달려야하고 목회에 집중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일부 교회에서는 자신들이 후원하는 농촌교회에 사역보고까지 요구한다. 이를 거부할 처지가 안되는 농촌 목회자들로서는 보고 지시에 응하기는 하지만, 난감한 기분과 모멸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한 교역자는 “보고서를 작성하다보면 솔직히 과장하거나 허위로 내용을 기재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교인들이 떠나고, 예산은 바닥난 형편을 솔직히 드러낸다는 게 저 역시 한 사람의 목회자로서 얼마나 자존심 상하는 일인지 모릅니다”라고 고충을 토로한다.
이미 농촌교회 스스로 버텨나가기에는 한계를 넘어서 버렸다. 당장의 생계, 주일학교 운영. 목회자의 노후대책 등 문제는 산적한데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농촌교회의 문제는 노회의 문제로, 나아가 교단의 문제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농촌이 도시의 젖줄이었듯, 농촌교회들은 도시교회 나아가 한국교회 전체의 번성을 가져온 못자리였다. 장성한 자녀가 노부모를 봉양하듯 정부와 도시가 농촌을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면, 교단과 도시교회도 농촌교회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농촌교회 문제는 한국교회 전체의 문제이다.
[어느 농촌목회자의 호소] “교회가 우리의 희망”주민눈길 외면 못해
- 지난 92년 총신 신대원 1학년을 마치면서 처가가 있는 홍성으로 내려왔습니다. 섬길 교회를 찾다가 예산군 대술면에 있는 평강교회(현 짚풀교회)를 알게 되었습니다. 청소년 사역자이던 제가 졸지에 농촌 목회자가 된 것입니다.
농촌목회를 시작하면서 한계 상황을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사람과 재정의 한계, 정녕 이곳에 젊음을 바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인간적인 마음으로는 답을 내릴 수 없었습니다.
예배당 앞산을 바라보며 과연 이곳에 묻힐 각오로 목회를 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결국 도시에 가든, 농촌에 있든 하나님의 일은 한결같다는 생각으로 마음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당시는 UR협상이 진행되면서 농촌에 위기감이 몰려오는 시점이었습니다. 10년이 지나면 수입 농산물 때문에 농촌에 위기가 닥칠텐데, 교회가 무엇인가 해결점을 제시해야했습니다.
우선 좋은 농산물 생산을 위하여 작목반 모임을 만들었고, 생산된 농산물을 팔아주기 위해 영농조합법인을 결성하였습니다. 김장철은 ‘배추와의 전쟁’이라 해도 좋을 정도였습니다.
저는 예당저수지 상류 지역을 하나님의 창조 질서가 회복되는 곳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지금은 교인들을 포함 일반 주민 130여 가구가 저와 뜻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교회에 나오지 않는 주민들조차 “하나님의 뜻이 아니면 이런 일을 할 수 없다”고 고백합니다.
2년 전 충청남도 친환경농업 대상을 받았고, 지난 해는 농업기반공사로부터 친환경 농업인 대상을 받았습니다. 유교 색채가 강한 마을에 목사로서 리더역할을 하며 녹색농촌체험마을 운영도 맡고 있습니다. 정말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이달부터 외국과의 쌀 개방 협상이 진행되며 다른 농촌과 마찬가지로 저희도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개방은 더 이상 막을 수도 없는 대세임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쌀농사는 농민들 대다수의 생계수단이며, 농촌 교회가 지탱하는 기반이기도 합니다.
저희는 마지막 희망을 도시교회와 농촌교회의 농산물 직거래에 걸고 있습니다. 이 방법은 쉽지 않습니다. 여러 곳에서 직거래를 한 두 번 시도하다 힘에 부쳐 포기하는 모습들을 봅니다. 때때로 주민들에게 원망을 듣는 일까지 발생합니다.
저희가 믿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농촌교회와 도시교회가 마음을 열고 서로 도울 수 있다는 기대입니다. 절망과 한숨 뿐인 농촌에 희망을 주십시오. 농촌 교회가 추천하는 농산물을 도시 교회 교우들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단 한 번 만이라도 선교 장터를 열어 주시기를 간절히 호소 드립니다.
김용필목사(예산 짚풀교회) | | | | http://cafe.daum.net/refarm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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