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
Molding 模塑
조형은 의도한 것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는 것이다. 조형은 대상을 모방하는 것과 더불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행위도 포함한다. 모든 조형에는 실행의 주체가 있다. 조형의 주체는 인간이다. 그러니까 조형은 인간이 의도를 가지고 목표한 형상을 만드는 과정과 결과다. 신(神)이 무엇을 조형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의인화된 신의 조형을 말한다. 의도하지 않은 것은 아무리 아름답고 기묘하더라도 조형이 아니다. 이 의미는 조형(造形)에 이미 담겨 있다. ‘만드는 것’인 조(造)와 ‘모양’인 형(形)을 합성한 조형은 의도한 형태를 그리거나 만드는 것이다. 영어로 조형은 molding, modelling이고 ‘조형적’은 plastic이다. 조형을 의미하는 molding은 금속, 목재, 돌 등의 자료로 의도한 형상을 만드는 것이고, modelling은 계획한 대로 대상을 재현하는 것이며, ‘조형적’은 의도한 형상과 같은 것이다.
조형은 의도한 상(image, 象)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조형할 때는 마음의 심상을 형태로 바꾸는 조형 과정이 필요하다. 조형 과정은 마음의 자유로운 심상이 아닌 구체적인 형태가 전제되어야 한다. 형태(形態)는 구조나 전체를 이루고 있는 구성체가 일정하게 갖추고 있는 모양이고 형상(形象)은 사물의 생긴 모양이나 형태다. 그러나 조형은 (구체적인 상만이 아니라) 추상적인 상도 포함한다. 어떤 형태든 의도한 형상이 구현된 것이 조형이다. 조형에는 재료와 형상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질료형상론을 참조할 수 있다. 질료형상론(Hylomorphism)에서 질료(hyle, 質料)는 ‘x로 만들어진 것’의 x처럼 어떤 것의 기본 재료이고, 형상(eidos, 形象)은 사물의 원형 또는 눈에 보이고 마음에 그려지는 사물의 심상이다. 심상이 구현된 결과에 따라서 평면조형과 입체조형으로 나눌 수 있다.
평면조형은 점, 선, 면, 색, 형을 x, y의 이차원 공간에서 표현한 형상이다. 가령 사진, 회화, 판화, 디자인 등 평면에 조형된 것이 평면조형이다. 입체조형은 점, 선, 면, 색, 형, 질, 양을 x, y, z의 삼차원 공간으로 표현한 형상이다. 가령 조각, 건축, 공예, 실내장식 등 입체적으로 조형된 것이 입체조형이다. 조형요소의 기본인 점(點)은 위치만 표현하는 조형의 기본 단위이고, 선(線)은 점과 점을 연결하여 위치와 방향을 표현하는 것이고, 면(面)은 선이 여러 개 모아 이루는 표면이다. 평면조형과 입체조형은 어떤 방식이든 색(色)이 있다. 하지만 조형이기 때문에 의도한 색감이 구현되어야 한다. 재료는 형(形), 질감(質感), 양감(量感)을 표현한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기법을 이용하여 역동성, 시각적 효과, 기능성, 실용성, 예술성을 표현할 수 있다. 이렇게 조형된 결과는 하나의 소우주와 같은 완결성을 지닌다.
조형예술은 기하학적 형상을 표현하는 예술이다. 조형예술은 평면형상으로 구체화되는 2차원 조형예술과 입체형상으로 구체화되는 3차원 조형예술로 나누어진다. 2차원 조형예술은 회화, 사진, 영상, 판화, 디자인처럼 x, y의 2차원 평면으로 표현된다. 2차원 조형예술은 무시간의 기하학적 공간개념이다. 반면 3차원 조형예술은 조각, 건축, 공예, 장식미술처럼 x, y, z의 3차원 입체로 표현된다. 3차원 조형예술은 기하학적 공간개념과 물리적 공간개념이 결합한 것이다. 2차원과 3차원 조형예술은 모두 공간예술이다. 여기에 시간개념이 부여되면 4차원 시공간예술이 된다. 공간예술을 바탕으로 하면서 시간예술의 성격이 있는 연극, 무용, 마당극, 오페라 등은 형상과 운동으로 표현되면서 시간이 흐르면 다른 형상으로 바뀐다. 3차원 조형예술인 조각, 건축 등도 4차원 시간에 따라 형상이 변화한다.
조형에는 일정한 원리와 철학이 있다. 조형의 원리는 기획한 의도를 실현하는 방법이다. 의도를 통해서 시각적 효과, 실용적 효과, 기능적 효과, 사상적 효과 등 여러 가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효과가 없는 것은 조형이 아니라 관념의 심상이나 형상일 뿐이다. 조형의 의도는 원리를 통해서 실현된다. 조형의 원리에는 통일(unity), 반복(repetition), 조화(harmony), 앙상블(ensemble), 리듬(rhythm), 점이(gradation), 대칭(symmetry), 변화(variety), 변이(variation), 역동성(dynamic), 대비(contrast), 강조(emphasis), 강세(accent), 긴장(tension), 변형(deformation), 착시(optical illusion), 운동(movement), 균형(balance), 비례(proportion)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것은 모두 구조(structure)로 표현된다. 한마디로 조형은 마음의 심상을 점, 선, 면, 색, 형, 질, 양 등 여러 가지 원리를 적용하여 추상적이거나 구체적인 형상을 구현하는 것이다.(김승환)
*참고문헌 Maurice Barnwell, Design, Creativity and Culture, (Black Dog, 2011).
*참조 <공간>, <관념>, <시간>, <심상>, <조형예술>, <질료>, <질료형상론>, <표현>, <형상>, <형상[아리스토텔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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