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장 비싼 334억 집 현금으로 샀다, 연예인 제친 '큰손'
2022.03.07 19:00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들어서 있는 '시그니엘' 70층이 주거용으로 역대 최고가인 334억여원에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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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초고가 부동산시장 큰손
지난해 전국 1420만 공동주택(아파트·다세대·연립주택) 가운데 공시가격 1위를 차지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 더펜트하우스청담 20층 전용 407㎡. 갓 입주했고 시세보다 훨씬 낮은 공시가격만 해도 163억원인 이 집의 주인이 의외의 인물이어서 부동산 시장을 놀라게 했다. 사교육계에서 유명한 ‘1타 강사’인 30대 현우진씨였다. 200억원으로 알려진 집값을 대출 없이 전액 현금으로 치렀다.
최근1타 강사를 비롯해 유명 연예인, 아이돌, 스포츠 스타의 초고가 주택 구입 소식이 심심찮게 들렸다. 부동산 시장에서 재벌 2·3세 등에 이어 새롭게 떠오른 '큰손'들이다.
그런데 이들을 제치고 새로운 큰손이 또 등장했다. 코로나 등으로 급성장한 IT업계 인물들로 국내 주거용 부동산 거래가격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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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월드타워 70층 334억
법원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지난해 12월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 롯데월드타워 70층 전용 795㎡가 매매됐다. 거래금액이 334억4933만원이었다. 단독주택·공동주택·오피스텔을 포함해 주거용으로 쓰는 건물 실거래가 중 최고가다. 주택으로는 같은 달 강남구 역삼동과 성동구 성수동에서 각각 거래된 단독주택 300억원이 가장 비싸다. 건물연면적(대지면적)이 각각 2536(627)㎡, 1494(653)㎡다.
롯데월드타워 전용 795㎡는 123층(555m) 월드타워 내 44~70층에 들어선 주거용 오피스텔 ‘시그니엘’이다. 223실 중 두 번째로 크다. 2016년 말 준공 후 계속 미분양으로 남아있다 5년 만에 팔렸다. 아파트로 치면 300평형에 해당한다. 분양가가 평(3.3㎡)당 1억1000만원 정도인 셈이다. 가장 큰 바로 옆 전용 829㎡는 아직 팔리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 인터넷에 올라왔던 매물 정보를 보면 방과 화장실을 각 5개씩 갖추고 있다. 월 관리비가 800여만원으로 표기돼 있다. 이 오피스텔을 매입한 사람은 카카오 계열사인 게임업체 A사 대표 K씨다. 대출 없이 구입했다.
K씨는 앞서 1년 전인 2020년 9월 초고층 주상복합의 대명사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 전용 244㎡도 샀다. 53억5000만원이었다. 전액 현금이었다.
1년 새 타워팰리스에 이어 시그니엘까지 '하늘 위 궁전' 두 채를 현금 390억원에 구입했다. K씨의 부동산 비상은 화려한 게임을 보는 듯하다.
앞서 K씨는 성남시 분당 전용 84㎡ 아파트에서 임대로 살다 2015년 인근 고급 주상복합인 파크뷰 전용 139㎡를 10억8000만원에 매입해 들어갔다. 2020년 20억4000만원에 팔고 53억5000만원에 산 타워팰리스 1차로 옮겨간 뒤 1년여 만에 334억여원의 시그니엘을 품었다.
국내 최고급 주택의 하나인 트라움하우스 5차가 185억원에 손바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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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움하우스 5차 185억
더펜트하우스청담에 앞서 2020년까지 공동주택 공시가격 1위였던 서초구 서초동 트라움하우스 5차 전용 273㎡가 지난해 9월 185억원에 거래됐다. 공동주택 거래금액으로 역대 가장 비싼 금액이다. 이 주택형은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소유한 집이기도 하고, 2008년 6월 120억7550만원에 팔린 적 있다.
특이한 복층 구조로 눈길을 끈다. 위층이 268.14㎡이고 아래층이 한 평 조금 넘는 5.5㎡다. 전용 274㎡가 넘는 복층형이 과거 '사치성 재산'으로 불린 고급주택으로 분류돼 취득세가 중과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편법 설계로 알려져 있다.
185억원 거래도 대출 없이 이뤄졌다.
매입자는 국내 3대 게임회사의 하나인 엔씨소프트에서 게임 개발에 참여한 L씨다. 지난해까지 임원으로 있었다. L씨는 성남시 판교신도시에 고급 단독주택도 갖고 있다. 2017년 대지 372㎡를 31억9200만원에 매입해 지난해 지상 3층 단독주택으로 지었다. 업계는 시세가 50억원 정도 나갈 것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IT업계에서 '노다지'로 꼽히는 게임으로 일확천금을 움켜쥔 ‘게이머’의 뭉칫돈이 부동산 시장에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