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의 별미--광명시장
1960년대 말~1970년대 초 골목에 상점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시장 모습을 갖추기 시작해 이제는 수백 점포가 가득 들어찬 규모와 내실을 자랑하고 있다. 시장에 먹거리와 맛집이 빠질 수 없다. 광명시장에는 빈대떡과 파전을 비롯해 각종 전을 파는 이른바 ‘빈대떡집’이 시장통을 따라 10여곳 모여 있어 ‘빈대떡 골목’이라 부른다.
광명시장 빈대떡 골목에서는 원조광명할머니빈대떡, 춘자네빈대떡 등이 대표로 꼽힌다. 광명할머니빈대떡 12가지로 다양하다. 녹두 반죽만을 지진 녹두빈대떡(3000원)과 김치빈대떡(5000원), 굴빈대떡·고기빈대떡(7000원) 등 속 재료를 하나씩 넣은 빈대떡이 있다. 돼지고기와 김치 등 속 재료를 두 개씩 넣은 빈대떡은 8000원 받는다
전통시장의 미덕은 미덕이다. 넉넉하고 푸짐한 것이 어디에 가도 공통점이다. 부침개는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지져야 맛있다. 특히 빈대떡은 주재료인 녹두가 기름을 흠뻑 빨아들인다.속은 부드럽고 촉촉해야 먹기 좋다. 거기에 시원한 막걸리 한잔이면 더 조흘 것이다. 그박에도 전하면 파전도 떠오른다. 빈대떡만큼이나 커다란 파전은 두툼하면서도 속까지 제대로 익어서 밀가루 반죽에서 나기 쉬운 풋내가 없어야한다. 고추파전 4000원, 오징어·김치오징어·김치고기파전 각 5000원, 해물파전 6000원. 부침개에는 막걸리가 제격이다. 막걸리 1병 3000원, 동동주 반 되 3000원, 한 되 6000원 받는다.
광명시장엔 맛있는 칼국수도 있다. 홍두깨칼국수다. 스테인리스 냉면 사발 가득 퍼주는 칼국수가 단돈 2500원. 가격도 가격이지만 맛이 대단하다. 주문이 들어오면 두건을 쓰고 귀고리를 한 주인이 가게 앞에서 직접 홍두깨로 민 밀가루 반죽을 칼로 썰어 국수로 만든다.
착한 가격이다. 육수가 펄펄 끓고 있는 커다란 들통에 이 국수를 쓸어 넣고 휘휘 젓는다. 이 식당에는 뜨거운 국물이 담긴 들통이 3개나 있고, 앞으로 쓸 육수가 가득 담긴 들통이 5개 더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잘 익은 국수가 동동 뜬다. 직원이 능숙한 솜씨로 국수를 건져 사발에 담고 육수를 부어 재빨리 손님에게 내준다.
국물은 마른 멸치 고유의 구수한 감칠맛만을 뽑아낸 솜씨가 대단하다. 같은 국물을 쓰는 잔치국수(1000원)는 미리 삶아놓은 소면이 약간 퍼진 상태였지만, 가격을 고려한다면 역시 아깝지 않은 맛이다.
광명왕족발보쌈은 서울 문래동에서 1962년부터, 이곳 광명시장에서 1982년부터 영업해온 족발집이다. 직접 삶은 족발이 껍질은 쫄깃하고 속살은 야들야들하다. 캐러멜이나 약재를 과하게 쓰지 않아 족발 고유의 맛과 향을 가리지 않는다. 돼지 앞다리만을 쓴다는데, 큰 것은 1개 2만2000원이고 작은 것은 2만원이다. 김을 즉석에서 구워주는 가게도 몇 있었는데, '웰빙참숯김'이라고 내건 가게는 흔히 쓰는 철판 대신 화로에 담긴 숯에 김을 구워 더 바삭하고 향이 좋다. 1봉지 2000원. 역시 가격 좋다.
저통 재래시장에서 먹는 음식은 한결 같이 세련미는 없다 하지만, 독특한 냄세가 있다. 그리고 손맛보다 더 큰 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