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자격증만 4개…그 여자가 사는 법
경주직업전문학교 행정팀 박소정씨
중장비 차량 리뷰 전문 유튜버 ‘아씨’로 활동
평범하지 않은 유튜브 브이로그(Vlog·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 속 주인공은 89년생 박소정씨. 유튜브에선 ‘아씨’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전문가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 실력이지만, 대형 중장비 차량 입문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차량에 오르내리는 방법부터 시동 걸기, 기계 조작법, 작업 현장 정보를 알려주는 식이다.
박씨가 보유 중인 국가기술자격증은 4개. 컴퓨터응용선반기능사와 굴착기·지게차·로더운전기능사 자격증이다. 그가 중장비 차량 자격증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는 건 현재 국가기술자격증을 전문으로 교육하는 경주직업전문학교에서 근무하는 행정원이기 때문이다. 그는 여기서 다양한 자격증을 소개하고 취업을 안내한다.
그가 이 일을 하게 된 데는 특별한 배경이 있다. 박씨 아버지는 1993년 경주직업전문학교의 전신인 경주 동양직업훈련원을 세운 학교장이었다. 그런데 2년 전 아버지가 돌연 뇌경색으로 병상에 누우면서 어머니와 함께 학교 운영에 팔을 걷어붙였다.
-중장비 차량 자격증을 딴 계기가 궁금해요.
“아버지 어깨 너머로 중장비 차량을 보고 자라서 그런지 기계 조작이 두렵지 않았어요. 오히려 친근한 편이었죠. 일반적으로 아버지가 딸에게 지게차 자격증을 따보라고 권하진 않잖아요. 그런데 저희 아버지는 배워두라고 하셨어요.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미리 따놓으라고 하셨죠. 또 남들이 안하는 걸 따라고 추천하셨어요. 어릴 적엔 건설기계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자격증을 준비하면서부터 매력을 느꼈어요. 대형 장비를 내 마음대로 조종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곤 했어요.”
-자격증을 따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궁금합니다.
“먼저 컴퓨터응용선반기능사는 기계 재료 가공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인데, 가공 도면을 해독하고, 사전에 작업 계획을 잘 세우는 게 중요해요. 저는 자격증을 따는 데 4개월 정도 걸렸어요. 기계시스템과를 졸업했기 때문에 해당 분야에 지식이 있었던 덕분이었죠.
건설기계인 굴착기와 지게차, 로더는 자격증 취득까지 2개월 정도 걸렸어요. 굴착기운전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나니 지게차와 로더는 수월하게 딸 수 있었죠.
저는 일부분 국비 지원을 받아 자격증을 준비했어요. 고용노동부가 시행하는 국민내일배움카드를 통한 취업지원제도가 있는데, 실업자는 전액, 직장인은 일부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교육 기관마다 다르지만 자비로 자격증을 준비할 경우 지게차는 60만원, 굴착기는 70만원 정도 비용이 들어요. 그런데 일부 국비지원을 받으면 두 자격증을 합해 20만원 안팎이면 자격증을 준비할 수 있죠.”
-어떤 자격증이 가장 따기 어려웠나요?
“컴퓨터응용선반기능사와 굴착기운전기능사가 어려웠어요. 두 자격증 모두 실기 시험에서 한 번씩 탈락했어요. 컴퓨터응용선반기능사의 경우 실기 시험 시간이 3시간 정도 걸리는데, 컴퓨터와 기계를 모두 잘 다룰 줄 알아야 해요. 굴착기는 버킷을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죠.”
-자격증 취득에 도움이 될 팁이나 노하우가 있다면요?
“연습이 가장 중요해요. 연습을 많이 할수록 실전에서 실수가 줄어요. 실기 시험에선 필요한 공정을 정확하게 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전 머릿 속으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하나씩 체크해 가며 실전에 대비했어요. 예를 들어 지게차는 4분 안에 모든 공정을 마쳐야 하는데 시간 재면서 체크리스트를 하나 하나 지워가는 연습을 했죠.”
-자격증을 취득하면 어떤 분야로 진출하나요?
“컴퓨터응용선반기능사는 기계 가공 분야로 진출해요. 주로 자동차나 로봇 부품 공장에서 생산이나 생산관리 업무를 하죠. 공장마다 다르지만 급여 수준은 300만원 후반대로 알고 있어요.
굴착기운전기능사가 있으면 건설 현장에서 일할 수 있어요. 땅을 파거나 깎을 때 쓰는 굴착기는 가장 많이 활용되는 건설 기계 중 하나예요. 건설업체나 시·도 건설사업소 등에 취업하는데, 만약 개인 굴착기가 있으면 대여 업체를 차릴 수도 있고, 직접 일을 대행할 수도 있어요.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식이죠. 급여는 대략 월 400만~500만원 수준이라고 해요. 하지만 경험과 능력에 따라 더 많이 받을 수도 있고, 적게 받을 수도 있죠. 초보자일 때는 기본급도 못 받는 경우가 있다고 해요.
물건을 옮길 때 주로 사용하는 지게차는 공장이나 대형마트 물류창고에서 많이 쓰여요. 지게차운전기능사가 있으면 현장에서 물류나 생산 관리를 할 수 있어요. 만약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기업 전반의 프로세스를 관리) 생산정보관리사나 물류정보관리사 등이 함께 있으면 취업에 더 유리하죠. 이 경우 구인·구직 사이트를 보면 급여가 월 400만원 수준이고, 지게차운전기능사 자격만 있으면 월 250만원 선이에요.”
-그 중에서 취업이 가장 잘 되는 자격증이 있다면요?
“활용도가 가장 높은 게 지게차운전기능사인 것 같아요. 구인·구직 사이트를 보면 모집 인원이 많은 편이에요.
꼭 제가 딴 자격증이 아니더라도 전기나 건축 분야는 수요가 꾸준한 편이에요. 전기는 건물마다 안 쓰이는 곳이 없잖아요. 전기가 쓰이면 반드시 전기 내선 공사가 필요하고요. 전기기능사나 건축시공기술사, 실내건축, 건축목공, 건축도장기능사 등이 전기·건축 관련 자격증입니다. 해마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준비생들이 자격증을 준비하러 찾아와요. 이밖에 도배나 타일, 도장, 방수 기능사도 인기가 많아요.”
-유튜브에서 중장비 리뷰 콘텐츠를 만든 계기도 궁금해요.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사전에 충분히 정보를 탐색하는 게 중요해요. 그런데 중장비 차량 자격증은 생소한 분야라서 정보 접근이 쉽지 않죠. 가끔 여성분들도 중장비 차량을 운전할 수 있냐고 물어봐요. 제가 먼저 운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누구나 자신감을 갖고 도전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자주 질문받는 걸 위주로 콘텐츠를 만들었죠.”
-영상을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신기하다는 반응이 많아요. 젊은 여성이 중장비 차량을 운전하는 모습이 생소해서 그런지 가끔 ‘집에서 밥이나 해라’라는 악플이 달릴 때도 있어요. 너무 심할 땐 그런 편견을 갖지 말아달라고 답글을 남기기도 하지만, 대부분 웃어 넘기고 있어요.
요즘엔 유튜브에 중장비 차량을 운전하는 분들의 브이로그도 자주 올라오고, 중장비 차량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교를 찾아오는 여성도 늘었어요. 아직까지 중장비 차량 근무 환경이 열악한 경우가 많은데, 자격증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늘수록 근무 환경도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자격증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어떤 자격증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이 많아요. 잘 모르고 시작했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중도 포기하는 분들도 많고요.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취득 전에 충분히 조사하는 것도 필요해요. 일단 시작하면 시간이나 비용 등 노력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죠. 해당 분야에서 일하는 분에게 물어본다거나,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 간접 경험을 해보고 본인이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선택에 도움이 될거에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나 꿈은.
“유튜브는 크리에이터가 되기로 마음 먹고 콘텐츠를 만들었다기보다 중장비 차량 자격증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려고 시작한 거에요. 그런데 조금씩 영상에 관심 갖는 분들이 늘면서 자격증 취득 노하우나 취업 지원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지금은 그런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첫댓글 SBS 방송 프로그램 중에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를 시청하다보면 자격증을 무려 30개 이상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몇명 되는 것 같습니다. 1~2개 취득하는 것도 어렵고 시간과 돈이 제법 많이 드는데 무려 30개 이상 획득하려면 얼마나 고생이 많았겠습니까? 윗글의 주인공 처럼 돈되는 자격증 2~3개만 갖고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