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과 입학을 앞두고 - 대학진학 과잉사회에 대한 단상
어제 점심께 홍천읍내로 나갔다. 오랜만에 돼지갈비가 먹고싶어 가끔 가던 가든식당에 갔더니 손사래를 친다. 예약손님만으로도 차고 넘친단다. 다른 곳에 가도 마찬가지다. 알고보니 그날이 홍천읍내 세 고등학교에서 일제히 졸업식이 열린 날이다. 가던 날이 장날.
저녁에 웹 뉴스를 보니 이번에 홍천고에서 졸업장은 받은 학생이 244명이다. 그 중 4년대 대학교에 156명, 전문대에 70명이 진학했다고 한다.(신아일보) 대학진학자 수 226명이니 대학진학률은 92.6%! 이 수치가 사실이라면 엄청난 진학률이다.
데이타가 적어 통계적으로 신뢰할 순 없지만 10여년간의 나의 경험치와는 얼추 들어맞는다. 나의 경험치로는 시골 아이들일수록 학력은 낮고 재수는 덜하고 대학가는 비율은 높다. 교육사회학에 관심있는 사람에게 흥미있는 연구주제일 듯 싶다. 나의 '신뢰할 수 없는' 가설은 이렇다. 교육은 대표적인 자본주의적 (허영 충족용) 소비상품이다. 때문에 마르크스의 계급의식이 작동하지 않는다. 계급의식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말은 일반적으로 송충이는 솔잎 먹는게 분수에 맞는다는 생각에 억매이기 쉬운데 교육에서만큼은 계층상승의 가능성을 믿는다는 의미다. 서울 강남3구 출신이 서울대 신입생의 5~60%를 차지하는 세상이라 시골 아이들의 교육적 성과도 기대하기 쉽지않다. 결과적으로 뱁새 황새 따라가다 가랭이 찢어지듯 가계가 기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저께 신문에서 '대학진학 과잉사회'에 관한 기사를 봤다. 대학진학률은 1990년 27%에서 가파르게 상승하여 2009년에 77.8%로 정점을 찍는다. 이후 약간씩 줄어들지만 2013년부터는 게걸음이다. 그리하여 2016년의 대학진학률은 69.8%! 나머지 30%는 갈 필요를 못느낀걸까, 갈 능력이 안된 것일까? 참고로 우리 아이들 대학진학률은 50%다^^
홈스쿨링에서도 거의 마찬가지다. 진보적인 교육철학을 갖고 홈스쿨링을 선택했든, 어쩔 수 없는 사연으로 인해 홈스쿨링을 선택했든 몇 년 지나다보면 '기승전대학'이 되곤 한다. 우리도 홈스쿨링 초반 3~4년 동안 '문해력과 외국어는 필요하지만 대학은 필요없다'는 생각이었지만 후반 3년은 대학을 홈스쿨링 목표로 바꿨다. 한 아이는 그래서 대학교에 진학했고 한 아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거절하여 안.... 아니 못보냈다.
#1 삼성경제연구소의 ‘대학에 가지 않아도 성공하는 세상’ 보고서(2012)를 보면, ‘과잉 학력’ 사회의 원인으로 고졸자가 진입하는 열악한 일자리를 원인으로 꼽았다. ‘고졸자 일자리 취약’→‘대학진학 필수화’→‘대학 과잉 진학’→‘대졸자 하향취업’→‘고졸자 취업 기회 감소’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청년 부채, 저출산, 노인 빈곤 등 각종 사회 문제들의 시작이 ‘대학은 나와야지’라는 인식 때문에 학력에 과잉투자 하기 때문이다. 직업시장 입직 시기를 고교 졸업 뒤로 당기면, 사교육 등 대입 경쟁 비용이 사라지고 젊은이들의 결혼이나 출산이 빨라지며, 노후자금을 자녀의 대학 뒷바라지에 쓰는 문화도 줄어든다. 유년기부터 청년, 장년, 노년, 전 세대에 이르는 사회적 고통이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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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진학하지 않을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얘기다. 사실 선택의 여지를 없게 한 것이 문제다. 한 줌의 좋은 일자리와 대다수의 나쁜 일자리를 구조화하고 있으니 말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제데모 화이트리스트를 만드는 정권은 차별, 경쟁을 기반으로 서열을 구조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학 과잉진학에 휩쓸리다보면 청년실업의 문제를 넘어 한 가정의 기둥뿌리가 뽑힐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큰애가 4년 장학금을 주는 대학 말고 더 좋은 대학을 고집했으면, 작은애가 대학에 갔으면 우리의 노후는 상당히 흔들렸을 것이다. 물론 중고등 과정까지 특목자사고나 사교육에 의존했다면 지금 방송대 편입, 합창단 가입이나 우리꽃 한다고 도자기화분 구우러 다닐 수 없을 것이다.
미래는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인해 일자리가 더 급격하게 없어진다고 한다. 내 아이만은 어떻게든지 자립기반을 갖춰주려다 가족이 나락으로 떨어지기 쉽다. 이 기사 말미에 눈에 띄는 대안 사례가 제시한다. 일본의 하급 공무원 채용 방식이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 이른바 ‘취업빙하기’에 3급 공무원(한국의 9급 공무원) 응시자격을 고교 졸업 후 2년 이내로 제한하는 과감한 정책으로 ‘과잉 학력’의 악순환을 끊고자 했다.
한국도 '과잉학력'을 타파하기 위한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모두의 생각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도 요즘 탄핵반대 태극기집회 사태로 미루어 알 수 있다. 시간도 많이 걸린다. 우리가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제도를 공약으로 제시하는, 그리고 당선되고나서도 안면몰수할 것 같지않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것 뿐이다. 내 사촌처제가 호주에서 공인회계사이고 그 남편은 페인트공인데 둘의 소득은 엇비슷하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그리돼야 하지않겠나?
사실 우리는 힘없는 사람들이 아닌데 힘없다고 지레 포기하니 그것이 안타깝다. 아이들이 다 커버린 뒤 바뀌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좋은 일자리와 나쁜 일자리의 편차를 줄이면 비정규직이나 노인 일용직 소득도 늘어난다. 비정규직이 문제가 아니라 비정규직의 처우가 문제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미래에서 희망보다는 두려움을 발견한다. 삶의 가치의 중심이 서울, 정규직, 대기업, 경쟁 따위에 있는 한 희망의 실현은 어렵다.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긴 병에 효자없다고 긴 희망고문 또한 한 가정을 피폐하게 만든다. 나는 삶의 가치의 중심이 지역, 분산, 다양화, 관계, 협력, 공동체 등에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수능 정시선발이나 사법고시 같은 정량적 채용을 줄이고 수시나 로스쿨 같은 정성적 채용을 늘이는 한, 자기소개서를 화려하게 채울 수 있는 중상위계층을 위한 제도가 강화된다.
아! 중상위 계층을 위한 제언이 아니다. 그들은 지금의 시스템을 공고히 하기위해 (쪽팔림을 무릎쓰고서라도) 태극기 들고 서울시청앞 광장으로 가는게 좋다. 누구에게나 자신은 우주의 중심이다. 다만 권력이나 자본도 일반시민이 있어야 성립한다. 즉 1%와 99%는 서로 순망치한의 관계다. 일반시민의 권리를 야금야금 침탈하는 경향이 뒤집어지지 않는 한 결혼, 출산은 사치로 인식될 것이다.
첫댓글 그들은 이 시스템을 공고히 하기위해..
그들은 우리 모두일까요?
그럴수도 아닐수도요~
쪽방어버이가 그들을 강화하기도 하고
강남좌파는 그들과 다른 길을 바라니까요. ^^
@원푸리 우리..는 금수저가 되기를 희망하는 모든 수저들을 말씀드린거랍니다..저도 갖게되면 혹여나..
하지만
원푸리님 말씀처럼 강남좌파도 있는법이네요
@꿈꾸는찡어 아! 네~
저는 제 관점이 기득권을 '억지스럽게' 지키고자 하는 집단의 반대편에 있다는 걸 밝히려는 의미였습니다.
'그들'은 금수저 집단이나 금수저를 향한 집단이 아니라 소위 '꼴통보수' 방식으로 지키려는 집단을 지칭한 것인데... 문장이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