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오늘 맞아 죽을뻔 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난걸까?
그녀 만화방에서 불량 고교생 두명이 행패를 부렸다.
한권 값으로 한 열권을 본 모양이다.
그녀가 그걸 눈치 채고서 돈을 더 내라고 하다가 싸움이 붙었다.
에그 자식들, 나처럼 능숙한 자도 세권이상은 안보는데, 무모한 놈들이다.
하여간 주인이 여자라 그런지 이것들이 엄청 날뛰었다.
나도 겁이 졸라 많이났다.
만화책을 덮고 슬그머니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이것들이 그녀를 툭툭친다.
순간 나도 모르게 툭툭 치던 놈에게 주먹을 날렸다.
그리고 다른 녀석을 겁나게 째려보았다.
그자식이 "뭐야, 이새끼는, 니가뭔데 끼어들어."라고 말했다.
나이도 한참 어린게 반말을 썼다. 기분이 엄청 더럽다.
영화나 연속극을 보면 보통 이런 상황에서 '나, 이여자 남편이다. 또는 약혼자다' 그러는걸 본 적이 있어서 나도 그렇게 말하려고 했는데 용기가 나지 않아 그냥 '나 백수다'라고 말해 버렸다.
내게 맞고 떨어져 있던 녀석이 정신을 차리더니 웃었다.
그 자식들 아주 악랄한 놈들은 아닌가 보다.
내가 덩치가 좀 있고 인상이 더러워 보였는지 그냥 있는 돈이 이것뿐이라며 천원짜리 몇장 내던지고 가버렸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는 걸 느꼈다.
그녀는 자기 자리에 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무슨 위로의 말이라도 해 주어야겠는데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본 만화책 값을 살며시 놔두고 그냥 나왔다.
그녀는 백수라고 한 내 말을 분명히 들었을 것이다.
다음부터 어떻게 그녀 얼굴을 보나?
*만화방 아가씨
오늘 큰 낭패를 볼 뻔했다.
어떤 고딩 둘이서 돈도 안내고 만화책을 자꾸 바꿔 보았다.
어떻게 한권값으로 열권씩 보냐, 몹시 열 받았다.
그래서 돈 내라고 했더니 툭툭치며 날뛰었다. 괜히 싸움 걸었나 싶었다.
겁이 나 눈물이 나려는 걸 꾹 참았다.
근데 그 백수녀석이 나타나 한 녀석을 한방에 때려 눕히더니 다른 녀석을 겁나게 째려보았다.
멋있었다.
근데 그상황에서 '나 백수다'라고 말하다니...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애써 날 도와주었는데 웃으면 이상하게 생각할 거 같았다.
그래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혹시 말을 걸면 운것처럼 보이기 위해 침을 눈에다 찍어 발랐다.
그런데 그냥 나가 버렸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그가 자꾸 눈에 어른거렸다.
내일 그가오면 고맙다고 말하고 라면 하나 끓여주어야겠다.
*백수
내가 백순게 탄로났다. 만화방에 갈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집에서 라면이나 끓여먹고 잠이나 자야겠다.
라면을 먹는데 귀가 엄청 간지러웠다. 아무래도 라면에 이상이 있는거 같다.
*만화방 아가씨
어제 도와준게 너무 고마워 그를 위해 아침에 시장에서 생라면 사리와 표고버섯, 시금치 등을 사 가지고 왔다.
육수를 만들어 놓았다가 그가 오면 바로 끓여서 줄 것이다.
방부제 든 보통라면으로는 이렇게 진하고 여운이 남는 맛을 내기 어렵고 무엇보다 정성이 부족하기에 오늘 좀 신경을 썼다.
근데 이녀석이 나타나지 않았다.
졸아드는 육수를 보며 그녀석 욕을 엄청했다.
좋아지려고 하는데 딴쪽으로 샌다.
*백수
컵라면 하나 사가지고 만화방에 갔다.
어차피 백수라고 알려진 것, 더 이상 쪽팔릴 것도 없다.
그녀는 오늘 매우 화사하다.
용기를 내어 "아 아줌마, 뜨거운 물 좀 주세요"라고 말했다.
으이구, 아가씨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그녀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며 물을 부어 주었다.
근데 라면 맛이 이상하다. 상한것같다.
이상하게 비릿한 고기 맛이 났다. 아까웠지만 화장실에 부어 버렸다.
*만화방 아가씨
그가 컵라면을 가지고 만화방에 왔다.
라면 개시하라는 무언의 시위 같다. 그가 또 아줌마라고 불렀다.
엄청 얄미웠지만 그때 도와준 일도 있고 해서 인심을 써 육수를 부어 주었다.
근데 녀석이 라면을 먹다말고 화장실로 간다.
먹으면서도 쌀수가 있다니,,,, 부러운 놈이다.
*백수
오늘 만화방에서 더럽게 생긴 두 녀석을 보았다.
한 녀석은 노란 트레이닝복 주머니에 PCS를 끼고 왔고, 한 녀석은 짝이 안 맞는 딸딸이를 신고 있었다.
저 녀석들 부모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그녀는 고혹적인 모습으로 계산대에 앉아 졸고 있다. 사랑스럽다.
*만화방 아가씨
백수 그녀석말고 눈이 띄는 녀석 둘이 들어왔다.
내가 만화방 차린게 후회된다.
그들이 단골이 될까봐 두려운 생각마져 든다.
노란 트레이닝복 입은 녀석이 나보고 아줌마라 그랬다.
딸딸이 녀석은 라면을 시켰다.
죽고싶다.
계산하고 나갈때 딸딸이 녀석이 동전을 한움큼 내놓고 갔다.
애들 콧물이 묻은 돈 인것 같은 느낌이 왔다.
트레이닝복 녀석은 PCS를 꺼내더니 "내가 말이야. 만화방으로 자리를 옮겼어" 라는 이상한 말을 지껄이더니 마지막에 "아줌마 이거 PCS에요"라는 말을 던지고 나갔다.
지구인이 아닌것 같았다.
백수 그녀석이 멋있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딸딸이(특별출연)
만화방 여주인이 이쁘다.
같이 온 백수 친구만 아니라면 여기를 단골로 다닐텐데.
저녀석 때문에 쪽을 다 팔았다.
딸딸이를 신고 온게 맘에 걸린다.
라면을 시켰는데 주인 아가씨가 아무 반응이 없다.
친구 녀석이 아줌마라 불러서 화가 났나 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이라곤 짤짤이해서 딴 동전들 뿐이다.
나갈때 좀 쪽팔리겠다.
*노란트레이닝(특별출연)
졸라 야한 만화책이 많다. 재밌다.
주인 아줌마한테 PCS자랑이 하고 싶다.
나갈때 자랑하고 나가야쥐.
*백수
오늘 만화방에서 자장면을 시켜 먹었다.
계산하려고 나왔는데 마침 그녀가 누구와 전화를 하고 있었다.
무슨 재밌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다.
계속 웃는다.
날 보는 눈짓이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하는 것 같다.
오래해도 돼요.
이렇게 가까이서, 이렇게 오랫동안 그녀 얼굴 쳐다본 적이 언제 있었던가?
행복하다.
*만화방 아가씨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기분이 심란하다며 오늘밤에 여기로 온다 그런다.
친구와 그렇게 전화를 하는데 그 백수 녀석이 계산대로 왔다.
그의 얼굴의 보니 코끝에 자장이 엄청 묻어있다.
저렇게 생긴 것도 웃긴데 자장까지... 막 웃었다.
친구가 얘기하다 말고 왜 자꾸 웃느냐고 지랄을 했다.
뭐가 묻었는지도 모른채 그는 행복한 표정이다.
*백수
주인이 바뀌기 전에는 내가 만화방을 대신 봐주고 그랬다.
그런데 그녀는 내가 그렇게 줄기차게 다녔는데도 그런 부탁 한번 안한다.
내게 믿음이 안가나 보다.
하기야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백수한테 가게 맡길 사람이 어딨겄나.
*만화방 아가씨
내일은 친구 결혼식이다.
삼촌이 요즘 바빠서 만화방을 못봐 준다고 그런다.
문을 닫아야 하나. 그때 백수녀석이 떠올랐다.
나쁜 녀석 같지는 않다. 아니 착해 보인다.
그에게 내일 하루만 봐달라고 부탁을 해야겠다.
*백수
오늘 그녀가 내일 만화방을 좀 봐달라고 했다.
기뻤다. 날 믿는다는 증거다.
이일을 계기로 그녀와 가까워졌으면 좋겠다.
그녀 생각에 잠이 오지 않는다.
*만화방 아가씨
그가 아침 일찍 왔다.
제시간에 화장을 끝마쳤다.
그에게 열쇠와 오늘 신간 값 치를 3만원을 맡겼다.
그가 어디가냐고 물었다.
날 아줌마로 아직 생각하고 있을까봐 선보러 간다고 말했다.
내가 아줌마가 아닌게 그렇게 충격적이었나?
그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앞으로는 아줌마라고 안 하겠지.
그가 내 얼굴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화장이 잘못되었나? 괜히 신경이 쓰인다.
*백수
아침 일찍 그녀의 만화방으로 달려갔다.
뽀얗게 화장한 그녀 모습이 아름다웠다.
용기를 내어 어디 가느냐고 물었다.
선보러 간다고 했다. 슬펐다. 미웠다.
밝히는 여자니 이번달 내로 시집을 가 버릴것 같은 불안감이 밀려왔다.
그렇게 생각하니 좀 진하다 싶게 화장한 그녀 얼굴이 꼭 헤픈 술집여자 같이 보였다.
*만화방 아가씨
친구가 화사한 드레스를 입고 사랑하는 남자와 행복하게 그들만의 인생길을 떠났다.
사랑하는 맘에서 꾸밈없이 나오는 행복한 웃음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수 없이 맑고 아름다웠다.
그들과 비교되어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축하는 해 주었지만 왠지 마음 한구석이 공허하다.
만화방으로 돌아와 보니 백수가 내 자리에 앉아서 졸고있었다.
내가 졸던 모습도 저러했을까 생각하는 웃음이 나왔다.
그가 날 쳐다봤다. 고마움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석이 날 보더니 "오늘 선본 남자가 굉장히 맘에 들었나보죠?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네."
대뜸 이렇게 말했다.
저 백수 녀석은 좀 좋아지려고 하면 꼭 초를 쳐.
기분이 나빠서 다다음 주에 시집갈 날을 잡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가 한참 머뭇거리더니 "그럼, 시집 잘 가쇼. 아줌마! 오늘 번돈 87,990원 하고 아까 신간 갋 치르고 남은 3,500원 여기 서랍에 넣어 두었소." 그리고선 홱 나가버렸다.
뭔가 급한 볼일이 있는걸까, 아니면 내가 늦게 와서 삐친 걸까?
오늘 만화방 봐준거에 대한 고마움은 다음에 사례해야겠다.
그 백수 녀석, 속 하나는 좁은것 같다.
*백수
그녀가 선본다는 게 분했다.
어떤 녀석이 만화책 값으로 10원짜리 스무개를 냈다.
열 받는데 석유를 붓는 것 같았다.
그중 한개를 냅다 그녀석 한테 던졌다.
근데 이 녀석이 쉽게 피해버렸다. 괜히 10원만 잃어 버렸다.
그녀 방을 살며시 열어보았다. 자그마한 방은 깨끗하게 정돈이 되어 있었다.
여자 방을 훔쳐보는 기분이 좀 야릇했다.
하루종일 졸라 못생긴 남자하고 선이나 봐라, 하고 기도했다.
근데 뭐가 기분이 좋은지 그녀는 웃는 얼굴로 나타났다.
절망의 벽을 느꼈다.
열 받으니 말이 술술 나왔다.
흑흑, 그녀가 다다음주에 시집을 간단다.
나는 어떡하라고, 눈물이 앞을 가려 정신없이 뛰쳐나왔다.
내 마음을 몰라주는 그녀가 너무 야속했다.
*만화방 아가씨
아침에 만화방 청소하다가 십원짜리 하나를 주웠다.
오늘은 왠지 그가 기다려진다.
만화방 봐준 거 뭘로 보답할가 고민이다.
돈으로 보답할까? 그건 너무 정이 없다.
곰곰히 생각하다 영화 본지도 오래됐고 해서 함께 영화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에게 전화를 해 이번주 토요일 저녁에 요즘 인기 최고인 영화표 두장 예매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이 영화 싫어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된다.
*백수
오늘로 대기발령 육개월째고 집에서 놀기 시작한지 구개월째다.
내 일기장엔 그녀 이름이 꼬박꼬박 적히고 있다.
놀이터 벤치에 앉아서 담배 연기로 그녀 얼굴을 그려 보았다.
선본 남자는 어떤 놈일까 생각해 보았다.
백수는 아니겠지.
그녀가 보고싶지만 나도 존심있는 남자다.
그래서 만화방에 가지 않았다.
며칠 밤을 그녀가 보고 싶어 꺼이꺼이 울었다.
엄마가 취직이 안되어 우는가 하고 기운내라고 곰탕을 끓여 주었다.
곰탕을 먹을때마다 어머니께 죄송한 마음이 든다.
며칠째 만화방을 멀리서 쳐다만 보고 돌아왔다.
그녀는 지금 무얼 하고있을까?
벽에 붙은 영화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지금 인기 최고인 영화다. 재밌을 거 같다.
불현듯 이번 주말에 그 선본놈하고 그녀가 이 영화를 보러 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배아프고 슬펐다.
*만화방 아가씨
백수 녀석이 며칠째 안보인다.
오늘로 5일째다.
만화방 보아준 데 대한 사례로 주말에 같이 영화보려고 예매한 티켓을 보니 마음이 설렌다.
그 녀석 내일도 안오면 어떡하나, 혹시 이사를 간게 아닐까? 취직이 되어 바쁜거 아닌가?
많은생각이 떠올랐다.
*백수
저녁 무렵에 또 만화방을 멀리서 쳐다보았다. 문이 닫혀 있었다.
정말로 그녀석하고 영화를 보러 간 걸까?
진짜 야속한 여자다. 내가 이렇게 가슴 아파하고 있는 걸 알까?
*만화방 아가씨
오늘도 그녀식이 나타나지 않았다. 조금 슬프다.
영화티켓을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섭섭하지만 다른 사람하고라도 영화를 봐야겠다.
티켓 예매해 준 친구를 불러 같이 보았다.
진한 감동의 여운을 주는 영화였다.
근데 자꾸 영화 주인공 얼굴과 그 녀석 얼굴이 교차되어 떠오른다.
그냥 피식 웃고 말았다.
*백수
3일째 만화방 문이 닫혀 있다.
결혼식 준비하느라 바쁜가 보다.
야속한 여자야 그래 잘 살아라.
하기야 백수인 나에게 무슨 관심을 두었겠나.
어머니한테 나두 장가가게 선 좀 주선해 달라고 부탁했다.
돈도 못 버는 게 무슨 장가를 가겠다고 하냐며 딸딸이를 던지셨다.
피할수도 있었지만 맞았다.
아프기보다는 슬펐다.
*만화방 아가씨
저녁부터 머리가 아프고 몸이 떨렸다. 몸살이온것 같다.
몸이 말을 안들어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지도 못했다.
열이 나는 머리를 식히려고 수건에 물을 적셔 왔다. 힘들고 서글펐다.
다음날은 더 아팠다.
약을 사 오려고 했지만 일어날 기운이 없다.
저녁에 한기가 조금 가셔서 죽을 쑤어 먹었다.
빨리 나아야 할 텐데.
그녀석이라도 있었으면 약 사오라는 심부름을 시킬수 있을텐데....
밤에는 도저히 못견딜 것 같아 친구에게 전화를 해 도움을 청했다.
그녀의 도움으로 약도 사먹고 했더니 훨씬 나아졌다.
3일을 그렇게 앓았다.
이제 혼자서도 괜찮겠다 싶어 친구를 돌려보냈다.
4일째에도 여전히 몸이 안좋았지만 그 백수 녀석이 혹시 올까 하는 마음에 만화방 문을 열었다.
그치만 그는 오지 않았다.
*백수
그녀를 잊을까 생각 중이다.
결혼하면 제발 만화방 때려치우고 딴 데로 이사를 갔으면 좋겠다.
그녀가 말한 대로라면 오늘이 그녀의 결혼식날이다.
축하를 해줄까?
하지만 내가 무슨 자격으로, 멀리서 만화방을 쳐다보았다.
근데 만화방이 영업 중이다.
딴사람이 봐주고 있는 모양이다.
독한 여자다. 생활력이 강하다고 봐야하나?
에라 잘 됐다.
이 참에 못본 만화책이나 실컷 보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만화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만화방 아가씨
드디어 그가 왔다. 꾀죄죄한 모습으로.
단골이라는 놈이 내가 그렇게 아픈것도 모르고, 그동안 무얼했나 궁금하지도 않았을까?
무척 반가웠지만 최대한 원망하는 눈으로 째려봤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 눈물이 찔끔 나왔다.
*백수
들어서자 마자 흐음, 놀랐다.
그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빗자루로 만화방 바닥을 쓸고 있었다.
왜 여기 있지? 결혼식이 내일인가?
그렇더라도 오늘은 엄청 바쁠텐데.
어제였나? 어제라면 신혼여행을 갔어야지.
하여간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가웠다.
그토록 그리워한 여인이었기에.
결혼식이 파토났나? 연기되었나?
내게 감정이 있는지 나를 째려봤다.
내가 뭘 어쨌다고....
만화방 바닥에 먼지가 많았나보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히는 걸 보았다.
눈을 불어 주고 싶었지만 들고 있는 빗자루가 무기로 보였다.
맞으면 상당히 아플것 같아서 참았다.
아무말도 못하고 한참있다가 용기를 내어 한마디 했다.
"결혼식 연기됐어요, 아줌마?"
*만화방 아가씨
이 자식이 여전히 아줌마라고 그런다.
결혼이라니 무슨말을 하는거야?
혹시 그때 내가 결혼한다고 말한걸 진짜로 믿었나? 진짜 바보군.
어떻게 선보고 바로 날을 잡나, 이런 바보 같은 녀석이 아직 존재하다니.
그러니 백수로 지내고 있지.
누가 결혼한다고 그랬냐며 엄청 쫑을 주었다.
*백수
그녀가 결혼 안 한다고 했다.
너무 기뻤다. 껴안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 손에는 여전히 빗자루가 들려있다.
내일부터 다시 줄기차게 나와야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아줌마 내일 봐요, 하고 인사까지 하고 나왔다.
*만화방 아가씨
그 녀석이 끝까지 아줌마라고 놀리고 나갔다.
하지만 내일부터 그가 다시 나올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