開春詩會作(개춘시회작)
김병연(金炳淵:1807~1863)
본관은 안동. 자는 성심(性), 호는 난고(蘭皐).
속칭 김삿갓 혹인 김립(金笠)이라고 불렀다.
저서에 『김립시집』이 있다.
대걱대걱 남산에 오르니
대걱대걱登南山 대걱대걱등남산
씨근벌떡 숨이 매우 차네
씨근벌떡息氣散 씨근벌떡식기산
취한 눈으로 몽롱하게 굽어보니
醉眼朦朧굽어觀 취안몽롱굽어관
울긋불긋 꽃들이 만발해서 흐드러지게 피어있네
웃긋불긋花爛漫 웃긋불긋화난만
*
화창한 봄날이다
서울 남산에서 샌님들이 모여서
봄을 맞아 시회(詩會)를 열었다.
한양에서 시깨나 시(詩) 부릴
저마다 한 가락은 하는 사람들이다.
힘들게 남산에 올라오니
시를 지어야 술을 준다는 말을 듣고
지은 시가 開春詩會作(개춘시회작)이다.
꽃은 흐드러지게 피었고
술 한 배가 돌 때마다
그의 얼굴도 노을빛이다.
그의 시를 보고 잘난 선비들은
이것이 시냐고 따졌고
시에 왜, 언문(諺文)을 쓰냐고 핀잔을 주었다.
사대(事大)와 허례허식(虛禮虛飾)에 물든
글재주도 없으면서도 겉멋만 아는 양반들에게
통렬한 비판을 하면서
다시 시 한 수를 지어 주었다.
언문진서를 섞어서 지었는데
諺文眞書석거作 언문진서석거작
옳다 그르다 하는 놈은 모두 내 자식이다
是耶非耶皆吾子 시야비야개오자
천하에 누가,
풍자와 해학과 골계미에 있어서
김삿갓과 겨룰 수 있는 사람이 있으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