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적 독서치료와 시치료
신현태 목사 (시인, 독서치료. 시치료전문가, 시흥 드림교회 담임)
인간 속에 있는 내면의 상처들은 참으로 다양하고 복잡 미묘하다.
특별히 마음과 영혼의 상처를 치료하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기에 치료의 기법 또한 수를 헤아릴 수가 없다. 심리상담치료 기법은 그 종류만해도 400여종이 넘는 지경이다.
영성적 독서치료와 시치료는 아마 우리 나라에서는 다소 낯선 이야기가 될 것이다.
독서치료와 시치료의 방식을 사용하면서 영성적인 접근 방법을 응용하여 인간의 내면을 치료하고 성화의 길로 나아가게 만드는 목표는 두 가지라고 볼 수 있다.
1) 하나님 만남 체험
2) 성화의 길로 안내
영성적 독서치료의 목표는 내담자와 독자, 혹은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이 글과 시를 통해서 통전적인 의미에서 하나님을 만나게 만들고 그의 영과 혼과 육이 전인적으로 건강하여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성화의 길을 용기 있게 걸어 가도록 도와 주는 것이다.
즉, 하나님 체험과 성화의 삶이 필자의 독서치료, 시치료의 궁극적 목표이다.
책과의 여행 / 김현승
가장 고요할 때
가장 외로울 때
내 영혼이
누군가의 사랑을 기다리고 있을 때
나는 책을 연다.
밤하늘에서 별을 찾듯 책을 연다.
보석상자의 뚜껑을 열듯
조심스러이 연다.
가장 기쁠 때
내 영혼이
누군가의 선물을 기다리고 있을 때
나는 책을 연다.
나와 같이 그 기쁨을 노래할
영혼의 친구들을
나의 행복을 미리 노래하고 간
나의 친구들을 거기서 만난다.
아, 가장 아름다운 영혼의 주택들
아, 가장 높은 정신의 성(城)들
그리고 가장 거룩한 영혼의 무덤들
그들의 일생은 거기에 묻혀 있다.
나의 슬픔과 나의 괴롬과
나의 희망을 노래하여 주는
내 친구들의 썩지 않는 영혼을
나는 거기서 만난다.
그리고 힘주어 손을 잡는다.
김현승 시인의 ‘책과의 여행’이란 시에서 독서치료, 시치료 여행의 조감도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고요하고 외로울 때 마음이 아프고 괴로울 때, 심령의 절망과 영혼의 어둔밤을 통과할 때 기도와 말씀으로 주님을 만날 수 있다.
“영혼의 주택.. 정신의 성.. 거룩한 영혼의 무덤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들....”
슬픔, 괴롬, 희망, 꿈, 상처, 도전과 응전의 신음소리와 함성을 들으면서 결코 홀로 씨름하고 있지 않는다는 위로를 받는다. 삶의 여정에 앞서가진 선배들의 발자국을 따라 걷는 길은 너무도 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 역시 다소간 차이는 있지만 우리들이 겪고 있는 한계성과 갈등과 아픔을 수 없이 겪었기 때문이다. 저자와 함께 걷는 영혼의 오솔길이 즐겁지 않을까?
이제는 영적인 독서의 체험을 직접 해 보자.
“ 하나님께서는 그 빛을 몽땅 어둠으로 바꾸시고 전에는 마음대로 언제든지 하나님 안에서
맛볼 수 있었던 영의 감로수, 그 생수 구멍을 밀폐해 버리신다. ” (‘영혼의 어둔밤’ 1권)
“ 어느 어두운 밤에
사랑에 타 할딱이며
좋을씨고 행운이여
알 이 없이 나왔노라.
내 집은 이미 고요해지고” (‘영혼의 어둔밤’ 詩중에서)
십자가의 성 요한의 글과 시를 읽으면 어떤 마음이 드는가?
역설적 은총의 신비를 느끼게 되지 않을까? 고통과 상처와 아픔으로 사정없이 울렁거리던 영혼의 어둔밤 조차, 하나님이 허락하신 은총의 선물임을 깨달았을 때, 사랑에 그리워 불타오르던 헐떡임이 어느새 은혜의 선물을 받는 믿음의 축제로 바뀌어지고, 질풍노도 같은 마음의 풍랑이 이상하게도 고요해지고 잔잔해지며 그 품에 안기는 경험을 하게 된다는 고백이다.
“ 어둠 속에 당신의 빛이 빛나리라.(사58;10)는
예언자의 말씀을 맞으라는 뜻 – 하나님께서 영혼을 비추셔서
스스로의 낮음과 불쌍함을 알려 주실 뿐 아니라
당신의 위대하심과 초월하심도 알려 주신다.
감성의 욕구와 맛과 도움이 사라진 다음이면
이성은 진리로 파악함에 맑고 자유롭기 때문이다.“ (밤1권 12,4)
독서치료의 과정속에서 크게 3가지의 치유적 관점을 갖게 된다.
1) 동일시의 원리
특정한 인물이나 사건, 태도나 감정, 행동을 마치 자신이 체험한 것처럼 느끼고 결과적으로 간접적 경험을 하게 됨으로 자신을 새롭게 성찰하고 바라보게 만든다.
2) 카타르시스의 원리
카타르시스는 감정정화라고하는데 내면에 쌓여 있는 욕구 불만, 스트레스, 심리적 갈등, 신앙적 고민 등을 언어나 행동으로 표출시킬 때 치료적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독서치료에 있어서는 책속의 능장인물이나 사건, 감정, 사고, 성격, 뒤틀림, 다양한 태도 등을 감상하면서 자신을 성찰하게 되며 감정과 갈등을 표출하게 만든다.
3) 통찰의 원리
통찰은 자기 자신이나 자기 문제에 대하여 올바른 객관적 인식을 갖는 것을 뜻한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중심적인 오류에 물들여 있다. 그러나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글속의 인물을 만날 때, 자신의 삶과 거리감을 두고 읽음으로서 주관성에서 벗어나 객관적 시각을 갖게 된다. 믿는 성도들은 매사에 성령의 도우심이 있음을 인정한다. 우리의 이해력에 함께 하시는 하나님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시야를 갖게 된다. 성령께서는 스스로를 깨닫게 하심으로 우리들의 내면과 영혼을 깊이 만져 주신다.
영성적 독서치료와 시치료는 성령님 안에서 책을 읽고 시를 읽고 글을 쓰고 생각하면서 삼위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게 만들고 내면의 상처를 스스로 통찰하고 치료하는 것을 말한다. 하나님은 성경과 인류의 보편적인 유산인 책을 통해 글을 읽고 감상하는 이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지신다.
사람들은 글을 읽는 것, 글을 쓰는 것, 자기를 표현하는 것에 상당한 부담과 두려움을 느낀다. 처음 독서치료, 시치료 과목을 수강하게 될 때 많은 참여자들이 이런 고백을 한다.
“ 저는 책을 읽는 것, 시를 읽는 것은 어느 정도 좋아하지만 어떻게 읽어야할지
그리고 글로써 자신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두렵기도하고 자신감이 없어져요!
제발, 발표를 하거나 글을 쓰거나 시를 쓰는 일은 저에게 시키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이렇게 고백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그 고백조차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으리라 생각한다.
이유는 평가와 비판, 좋고 나쁨, 옳고 그름에 대한 지적을 수도 없이 받아 왔기 때문에 마음과 영혼이 움추려져 있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해, 자신의 말과 글로서 용감하게 자기를 표현하는 것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성적 독서치료, 시치료는 우선 자신이 무슨 말을 하든지 존재가 어떠하든지 다른 사람들로부터 수용받고 인정받고 격려 받는다는 약속으로부터 시작한다. 자신이 표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안전한 그룹이라는 확신을 갖는데서부터 출발한다.
내가 어떻게 글을 읽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글로서 자신을 표현하든지 공감적 긍정적 격려와 지지를 해 주지 않으면 아픈 상처의 동굴에서 빠져 나오기기 그만큼 어려운 탓이다.
영성적 독서치료와 시치료는 우선 쉬운 글감을 선택하고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글을 읽고 마음대로 생각하고 느끼고 경험하게 만든다. 물론 그 과정에서 모든 것 속에 임재하시고 내재하시는 성령님의 만지심과 운행하심을 촉진자와 내담자가 모두 동시에 느끼게 된다.
글과 시를 읽고 자기 생각을 말로 혹은 글로 표현할 때도 어떤 표현이든지 최상급의 격려와 지지와 창찬으로 그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촉진자의 작업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상처받은 경험을 떠 올려서 평가 받는 것, 지적 받는 것, 옳고 그름, 수준의 낮고 높음에 대해 비판 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촉진자가 무조건적인 공감과 격려와 지지를 해 주는 것을 경험하게 되면 점차 용기를 갖게 된다.
누가복음 15장에 나오는 탕자의 비유에서 아버지가 그 아들을 품어주시고 환대하고 격려하고 지지하고 옷을 입혀주고 잔치를 벌이는 것처럼 그의 아프고 힘든 마음을 이렇게 품어주고 무한히 격려하고 칭찬하고 지지함으로서 내면의 상처를 극복하고 하나님 아버지의 우주적 사랑의 하모니 속으로 젖어드는 것이 영성이 독서치유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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