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여성패션의 키워드는 ‘로맨틱’ ‘페미닌’ ‘스포티브’이다. 1950년대의 낭만적인 옷차림에 웰빙붐의 영향으로 자연소재의 무늬와 소재가 인기짱. 치마는 하늘하늘·찰랑찰랑거리는 무릎길이가 많이 나왔다. 감각적인 미니스커트는 퇴조. 프레타포르테 부산, SFAA서울콜렉션에서 제시한 2004 봄·여름 패션경향은 자연과 여성의 아름다움에 치중하고 있다.
◇경향=낭만과 섹시함으로 희망을 모색해보자는 몸부림이 여름 패션트렌드에 역력히 나타나고 있다. 어둡고 힘든 시기에 패션계가 사회의 고통과 불안을 치유하고 보듬기 위해선 자연에 대한 애정과 풍요로운 시대에 대한 그리움을 패션에 담아 시대의 아픔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의지일 터이다. 여성스러움을 살리기 위해 속옷 같은 란제리 톱을 정장안에 받쳐입는 게 유행인데, 언뜻 보면 잠옷을 입고 자다 외출나온 것처럼 야한 게 사실이다. 속옷 같아 부담스러우면 두 개를 겹쳐 입어 안정감을 줄 수도 있다. 가슴부분이나 소매에 오글오글 주름을 잡거나 프릴과 레이스를 장식한 우아한 옷차림, 50년대의 클래식한 여성패션, 들풀과 꽃무늬 원피스(사진 랄프로렌)에 낭만적인 순수함이 듬뿍 배어 있다. 바지는 발목을 드러내는 7~9부 길이의 크롭트(Cropped)팬츠가 페미닌·복고풍을 타고 트렌디로 자리잡았다. 상의는 다소 짧은 길이가 좋으며 재킷 안에는 레이스 달린 란제리 톱 등이 어울린다.
◇색상=분홍·초록·하얀색이 주요 색상이다. 무릎까지 오는 플레어스커트는 줄무늬, 물방울무늬, 꽃무늬 등 다양하다. 40~50년대 페미닌 룩이던 넓게 퍼지는 잔주름치마는 잘록한 허리를 강조해야 하므로 무늬가 있는 치마엔 무늬없는 니트나 블라우스를 꼭 맞게 입는다. 단색 치마엔 선명한 색의 니트나 블라우스로 포인트를 주거나 같은 색의 상의를 입어 키가 큰 느낌을 주도록 한다. 여름에 꼭 있어야 하는 흰바지, 일명 백바지는 웬만한 상의에 모두 어울지만 올 여름엔 화려한 색상이나 꽃·과일 등 화사한 무늬의 상의가 추천품목이다.
◇소재=자연주의 영향으로 시폰, 면, 실크, 리넨 등 하늘거리며 비치는 옷감이 사랑받고 있다. 베스띠벨리 박성희 실장은 “올 여름 여성복의 페미닌 무드는 시폰이나 실크, 레이스나 프릴 같은 소재로 로맨틱 룩을 표현하거나 1950년대 패션의 영향을 받아 복고적이고 여성적인 룩이 현대적으로 재현된다. 이와 함께 스포티브 감각은 예년에 비해 더욱 단순하고 세련되게 표현된다”고 설명했다.
‘가벼움’과 ‘밝음’이 올 여름 남성복의 키워드. ‘웰빙’과 ‘자연’을 바탕으로 편안한 느낌을 살린 옷들이 주종을 이룬다. 편안한 느낌을 주기 위해 바지는 헐렁하게 입되 허리 라인의 실루엣을 강조한 디자인이 여름 남성복의 트렌드다. 줄무늬나 꽃무늬 등 화려한 셔츠(사진 폴로)·캐주얼 재킷·스포티한 점퍼 등 삼박자를 갖추면 여름준비 ‘끝’.
◇경향=전반적으로 인위적이고 딱딱한 실루엣에서 벗어나 자연스레 몸을 감싸는 편안한 형체가 주류. 메트로 섹슈얼(여성 못지않게 패션·미용 등에 관심을 갖고 여성스러운 소비성향을 가진 도시남성)의 영향으로 허리가 날씬해 보이지만 셔츠 앞단추를 서너개씩 풀거나 헐렁한 바지로 남성성을 조화시켰다. 바지는 앞주름없는 일자바지와 앞주름이 잡혀있되 밑단으로 갈수록 바지폭이 좁아지는 스타일 등 크게 두 가지다. 아울러 섹시함이 돋보이는 클리비지 룩(Cleavage Look)도 공존한다. 젊은 남성들은 김래원이나 권상우 등 탤런트들이 CF에서 보여주는 옷차림을 따라하면서 은근슬쩍 윗옷의 앞단추를 보여준다.
TV 드라마 ‘불새’에서 에릭이 줄무늬셔츠에 넥타이를 매지 않고 셔츠안에 목걸이만 하는 스타일도 강세다. 클리비지는 풀어놓은 윗옷 사이로 보이는 남성의 가슴 가운데 부분, 즉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을 말한다. 주5일 근무제의 정착과 웰빙바람에 따라 스포티해 보이는 의류도 올 여름에 각광받고 있다.
◇색상=밝은 느낌을 주는 베이지와 자연을 연상시키는 브라운 색상이 인기. 브라운 색상의 경우 자칫 더워 보이지만 밝은 회색톤을 섞어 더운 느낌을 없앴다. 언제 입어도 무난한 회색이 돋보이고, 자연의 원색적인 풍경을 상징하는 분홍, 파랑 등의 재킷도 눈길을 끈다. 요즘은 남성 옷들이 더 야한 편이다. 깔끔한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위·아래를 흰색 계통으로 입은 남성복 패션도 여름의 필수아이템이다. 양복이든 캐주얼이든 촘촘한 줄무늬와 간격이 넓은 줄무늬 등 줄무늬가 호황이다. 꽃무늬 함께 줄무늬는 계속 강세다. 회색이 섞인 베이지색 양복에는 분홍이나 노랑 등 화사한 색상의 넥타이를 매주거나 노타이 차림의 셔츠를 입어도 멋지다.
◇소재=여름옷 같지 않게 모헤어가 40% 섞인 울소재 등 모가 혼방된 옷감이 다양하게 나왔고 리넨 소재도 증가했다. 또 소재의 고급화에 따라 광택 있는 실크 100%의 재킷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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