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마산 출생. 1981년 마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85년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하였다. 강제규필름 대표로 부인은 탤런트로 활동중인 박성미이다.
1983년 한국청소년영화제 촬영상을 수상하였으며, 1990년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로 시나리오 작가로 데뷔하였다. 1994년 백상예술대상 각본상, 춘사영화상 각본상을 수상하였으며 1995년 《은행나무 침대》로 영화감독에 데뷔하였다. 1996년 대종상영화제 신인감독상,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하였으며, 1999년 한국영화 《쉬리》로 597만 관객을 동원하여 국내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1994년 제35회 백상예술대상(영화부문 대상, 감독상, 작품상), 제36회 대종상영화제 기획상(쉬리), 영평상 각본상, 특별상(쉬리), 제20회 청룡영화상 감독상(쉬리)을 수상하였으며, 미국 비즈니스위크지(誌) 선정 아시아 스타 50인에 선정되었다.
주요 작품으로는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시나리오)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시나리오, 1990) 《장미의 나날》(시나리오) 《게임의 법칙》(시나리오)《은행나무 침대(영화연출, 1995) 《쉬리(영화연출, 시나리오, 1999)》 등이 있다.
영화해설
서울 종로에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구두닦이를 하는 진태와 그가 아끼는 동생 진석, 진태의 약혼녀 영신(이은주)과 가족들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밝고 활기찬 생활을 해 나간다. 어느 날 6·25전쟁이 일어나고, 진태와 영신의 가족들은 피난 행렬을 따라 대구까지 내려간다. 그러나 대구역사에서 만 18세의 진석이 강제로 징집되어 군용열차에 오르자, 진태는 동생을 구하기 위해 군용열차에 오르지만 진태 역시 징집되고 만다.
두 형제는 징집과 동시에 낙동강방어선전투에 투입되는데, 진태는 무공훈장을 받으면 동생을 제대시킬 수 있다는 대대장의 말을 듣고 오로지 동생을 위해 전쟁영웅의 길로 들어선다. 그러나 갈수록 전쟁의 광기에 휘말리는 진태와 그런 형의 모습을 바라보는 진석 사이에 갈등과 증오가 싹트기 시작한다. 이후 진태의 약혼녀 영신이 인민군에게 협조했다는 이유로 국군에게 죽음을 당하고, 진석 역시 국군에게 죽음을 당한 것으로 믿은 진태는 이번에는 인민군 부대장이 되어 국군의 표적이 된다.
뒤에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 형이 인민군이 되었다는 사실을 안 진석은 제대를 하루 앞둔 날, 형을 구하기 위해 전선으로 나가 우여곡절 끝에 형을 만나지만, 진태는 끝내 죽음을 맞고 50여 년이 지난 뒤에야 유골로 돌아온다.
영화비평
국민영화 '태극기'는 볼거리 많고 흥행 영화임에 틀림없지만 억지스러운 설정과 스토리의 비약, 신파조의 결말 등으로 인해 단지 그것이 전부인 영화이기도 하다. 물론 40억 이상의 홍보비를 들인 점만 감안하더라도 '태극기'는 관객들의 입맛에 영리하게 대처한 영화이다. 또한 러닝타임 내내 지속되는 역동적인 화면과 음악, 사상 유례없는 소품 고증(논란이 분분하지만) 등등은 총알 사이로 피해 다니는 형제의 과장된 모습조차 불식시킬 만큼 매력적이며, 그간 관객들이 흘린 눈물이 거짓이 아닌 바에야 감동적인 영화라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태극기'는 민족의 아픈 상처인 한국전쟁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응당 있어야 할 '무엇'이 부족한 영화이다.
물론 영화 "태극기"의 포스터가 드라마 "Band of Brothers"의 그것과 비슷해 보이는 것은 내 지독한 미의식 결여에서 비롯된 것이고, 영화 전개가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겹쳐지는 것은 내 무지의 소산일지며, 시종일관 전장을 누비며 흔들어대는 카메라에 속이 울렁거린 것은 전날 술이 과한 탓이라 백번 양보한다 치더라도 '태극기'가 '라이언 일병 구하기', '블랙 호크 다운' 등등의 전쟁영화와 유사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정작 당혹스러운 것은 그 다음이다. '태극기'에는 '피'와 '살'이 튀는 전장의 참혹함은 있되, 그에 따른 수반되어야 할 휴머니즘은 당최 찾을 수가 없다. 전쟁의 참혹함을 재현하고 두 미남 배우의 신파에 치중한 나머지, 동족 상잔의 유례없는 비극은 그저 영화의 배경으로만 존재한다. 감정이입의 정도를 넘어선 '피'와 '살'이 튀는 특수효과는 곧 형제애로 덮여지지만 그것 뿐. 영화 어디에서도 '동족'을 죽여야하는 이유 따윈 설명되지 않는다. 애시당초 삼팔선 너머의 동족은 '적'일 따름이기에, 형의 동생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에는 이념도 체제도 끼어들 틈이 없다. 하기에 형은 가문을 일으킬 동생을 위해, 누군가의 동생이며 아들이었을 이들을 거리낌없이 주검으로 만든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기존의 '돌아오지 않는 해병'류의 반공 이데올로기 도식은 예의 그 범위를, 국가에서 가족(동생)으로 하향조정하였을 뿐 그대로 살아있다. 따라서 '태극기'는 결코 기존의 프로파간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더욱이 몇 안되는 여배우는 죽어가면서까지 자신의 '순결'을 변명하기 위해 할당된 대사의 대부분을 소진한다.
기대반 설레임 반으로 '눈썹 휘날리며' 달려갔던 바램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지 못하고 주위를 맴돈다. 결국 영화는 동생이 가져다 줄 '가문의 영광'을 위협하는 '공공의 적'들로부터 동생을 보호하기 위해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고군분투하는 형의 '살인의 추억'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후에 개봉한 비전향 장기수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송환'은, 천만관객의 영화 '태극기'와 '실미도'가 대부분의 스크린을 점령한 덕분에 이곳 대전에서는 개봉될 수조차 없었다. 참고로 국내 다큐사상 최고 흥행기록을 내고 있는 당 영화의 전국 관객수는 2만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