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전 삼성 임원이자 최근 일반 신문 컬럼니스트와는 색다른 시각으로 상황 판단을 하는 筆者로 잘 알려진 김진안씨가 5.1일 올린 글입니다.참으로 큰일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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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과 노동계에서 분출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향한 '이익 공유' 요구를 보고 있노라면, 흡사 잘 자란 거위의 배를 갈라 당장의 허기를 채우려는 '벌떼 공격'을 마주하는 기분이다.
기업이 창출한 부를 '법인세'라는 국가 시스템을 통해 재분배하는 민주주의의 근간은 무시된 채, 각계각층이 '내 몫'을 내놓으라며 달려드는 모습은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민주당 문금주 의원은 "농어민의 희생이 반도체 성장의 밑거름이었다"는 모호한 논리를 앞세워 이익의 일부를 농어촌 상생 기금으로 환원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 노조는 '귀족 노조'라는 비판 속에서도 타사와의 비교 우위만을 따지며 평균 수억 원대에 달하는 과도한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다. 경영진의 사진을 모독하는 등 도를 넘은 시위 방식은 국민적 공분마저 사고 있다.
주주들은 배당 확대를, 협력업체들은 상생 지원을 요구하며 각계각층의 지식인들도 한마디씩 거든다. 갑자기 황야에 뚝 떨어진 큰고기 한덩어리를 보고 눈이 벌게져 달려드는 하이에나 무리를 보는 듯하다.
모두가 나서서 기업의 미래투자를 위한 유보금을 향해 사방에서 빨대를 꽂으려 하고 있다. 이럴 바에는 아예 반도체 기업의 법인세를 두 배로 올려 국가가 환수하는 것이 차라리 솔직한 처사일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특정 산업이 호황을 누릴 때마다 법적 근거 없이 '사회 환원'이라는 명목으로 기업의 경영 의지를 꺾어온 한국 특유의 '반기업 정서'와 궤를 같이 한다.
우리 내부에서 분열과 '이익의 잔치'를 벌이는 동안, 글로벌 반도체 전장은 처절한 생존 게임 중이다. 미국은 '칩스법(Chips Act)'으로 자국 기업에 천문학적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고, 일본은 정부주도로 라피더스를 설립하고 TSMC를 끌어들여 반도체 부활을 꿈꾸고 있다.
반도체는 '초격차'를 위해 매년 수십 조 원의 집행이 필수적인 장치 산업이다. 2nm 공정 경쟁에서 한 걸음만 뒤처져도 수조 원의 이익은 순식간에 수조 원의 적자로 돌아설 수 있는 '승자 독식'의 세계다.
이 시점에 기업의 재원을 복지 기금으로 전용하라는 요구는 전쟁터 나가는 장수의 군량미를 뺏어 마을 잔치를 열자는 격이다. 이는 단순한 분배의 문제를 넘어, 국가 전략 산업의 'R&D 엔진'을 멈추게 하는 자해 행위나 다름없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웃기는 소리다. 주식시장에서 메가 높으면 골이 깊다고 했지만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호황 슈퍼사이클 다음에 불황 슈퍼사이클이 올 수있다는 것을 왜 모르나.. 어찌 보면 내년 후반에는 이런 성과급 논란이 아무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사회와 정치권의 압박에 시달리다 보니, 이제는 삼성전자 내부에서조차 완제품(DX)과 부품(DS)의 결합이라는 삼성전자만의 독보적인 시너지를 부정하는 "물적 분할" 논의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이렇게 성과급문제로 내부분열에 빠지느니 차라리 완제품과 반도체를 별개 회사로 나누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이는 단순히 사업부를 쪼개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거대한 엔진을 분해하여 각기 다른 방향으로 달리게 하겠다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호황기에는 반도체에 유리할지 모르지만 불황에 접어들면 반도체 독자생존이 어려워진다. 특히 물적 분할은 기존 주주들의 뒤통수를 치는 '주주 가치 훼손'의 상징과도 같다. 안팎으로 기업의 근간을 흔드는 이 '분열의 정치학'과 '지배구조 잔혹사'가 계속되는 한, 한국 반도체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이 난장판을 지켜보는 해외 투자자와 글로벌 거래선들의 눈에 한국 기업은 어떻게 비치겠는가. 정치적 외압과 노사 갈등에 따라 반도체공급망과 수익 구조가 흔들리는 기업을 신뢰할 자본은 없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실체는 바로 이런 불투명성과 예측 불가능성에 있다.
'불투명성'과 '예측불가능성'은 해외투자자들이 후진국에 투자를 꺼리게 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 후진국의 잔영(残影)이 아직도 대한민국 곳곳에 남아 있다.
특히 노조의 상시적인 파업 위협은 적기 공급(Just-In-Time)이 생명인 반도체 공급망에서 치명적인 결격 사유다. 기업의 이익이 미래 성장이 아닌 현재의 소비와 분배에 매몰될 때, '스마트 머니(Smart Money)'는 파업의 불안이 없고 기술 혁신에 전념할 수 있는 미국이나 대만으로 떠나갈 수밖에 없다. 스마트 머니는 우월한 정보력과 분석력을 바탕으로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 시장 변화에 따라 빠르게 움직이는 기관 투자자나 '큰손' 개인의 자금을 말한다.
기업의 본분은 매출을 키워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고 양질의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다. 국가는 그 세금으로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복지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다.
지금처럼 기업을 '공공의 재산'인 양 여기며 여기저기서 약탈적 요구를 지속한다면, 한국 반도체라는 거위는 곧 영양실조에 걸려 죽게 될 것이다. 거위의 배를 갈라 한 끼를 해결하고 나면, 내일부터 우리 공동체를 먹여 살릴 황금알은 영영 사라진다. 정치권과 노동계는 하이에나 같은 탐욕의 입질을 멈춰야 한다. 기업의 심장이 멈춘 뒤에 후회해 봐야 이미 때는 늦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관련한 노사분규로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큰 피해자는 삼성그룹 임직원들과 선배들이다. 지난 수십 년간 지켜온 '삼성인'이라는 자부심은 처참하게 무너졌고 '삼성제일주의'는 이제 전설 속으로 사라졌다.
'삼성' 하면 즉시 떠오르는 대중의 좋은 이미지와 신뢰는 창업이래 수십 년간 힘들게 쌓아온 가치인데 이번 반도체 부문 노사분규로 오물을 뒤집어쓴 것이다. 노조는 아무리 흥분했어도 마지막 선은 넘지 말아야 했다.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사진을 놓고 조롱하고 모욕을 가하다니... 그것은 노조의 단순한 사진 퍼포먼스가 아니라 삼성이라는 이름, 신뢰와 가치, 그리고 삼성신화가 무너진 상징과도 같다. 삼성그룹이 신뢰의 가치를 다시 회복하려면 얼마나 많은 투자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 이유는 모 신문사의 논평에 달린 구독자의 댓글로 설명을 대신한다.
"삼성 인간은 그래도 엘리트인 줄 알았는데 시정잡배나 똑같다. 남이야 죽든 말든 지밖에 몰라요. 더러운 인간들."
이 글에 가슴이 무너진다.
출처 : 최보식의언론(https://www.bos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