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1월 7일 새벽 1시 경,
겨울 진눈깨비 치적치적,
마산-창원 봉암다리 못 미쳐 은혜교회 앞,
한 행인이 길을 건너다 승용차에 부딛혀 공중으로 뜨다,
[정지 화면]
행인 신원: 정윤범/남/잘못된 출생신고 55년생/만취상태/며칠 전 거창대학 교수로 임용됨
@ 행운 1:
뺑소니 차량 운전자가 달아나다 엄습하는 죄의식 때문에 변성해서 119 신고,
알고 보이 음주 경찰, 법을 집행하는 갱찰,
“저기요, 은혜교회 앞을 금방 지나다 보니, 저어기,
길 가운데 사람이 쓰러져 있는 거 같던데요....”
@ 행운 2:
교통사고 전문병원 동마산병원으로 긴급 후송,
전신이 피투성이인 상태로 보아 바로 영안실로 직행,
영안실 송치 직전 한 인턴 의사가
하얀 침대 시트 밖으로 흘러나온 오른손이 경련하는 걸 목격하다,
@ 행운 3, 4:
“아니! 완전히 죽지는 않았어! 김 간호사, 원장님이 당직이시지? 빨리 모셔와!”
새벽 1시 반 경,
달려 온 당직 의사는 환자 용태를 확인,
두부/안면 손상/출혈, 내장/허파 파열, 왼팔/양 다리 골절, 갈비뼈 파손,
관련 전공 의사들, 한밤중 비상 호출,
응급 조치, 골절 부위 교합, 안면 부위 지혈 지압, 봉합위해 가아제로 딲까내자 드러나는 얼굴,
“아니, 이 사람, 내가 아는 사람이잖아! 성지여중 교사, 정윤범씨,
내가 단장으로 있는 완월성당 성가대 대원!”
“아니, 안되겠다, 폐를 많이 다쳤는데 우리 병원에는 흉부외과 전공이 없잖아, 빨리 마산삼성병원으로 옮겨!”
겨울날 새벽, 진눈깨비 내리는 길에 미끄러진 사고 응급환자가 밀려 있는 사정, 그리고 교통사고 전문병원 속성상 대충 응급 치료 흉내만 내고 덮어 버린 후 보험금 청구하면 그만이었을지도 모른다. 거기다 당직의사가 환자를 알아보지 못했다면 흉부외과 전공의 없이 수술을 감행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느님이 도우셨다고 해야 하나?
@ 행운 5:
새벽 2시경,
마산삼성병원, 그곳도 119 구급차에 실려온 응급환자의 침대 행렬이 응급실 밖에까지 줄을 서있었다, 진눈깨비를 맞으며. 동마산 병원장의 수배/연락으로 아내가 병원으로 달려왔다.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었다. 당직 의사(이성호, 마취 전공)가 지나다가 하염없이 통곡하고 있는 보호자를 달랜다.
보호자가 애원한다, 이대로 순서를 기다리면 환자가 죽는다고.
우연히 당직의사가 응급환자의 신원을 확인한다,
“아니, 이 사람은 마고 동기잖아! 정윤범!
당직! 간호사! 이 환자부터 먼저 치료해!”
관련 전공의들이 비상 호출 당한다, 5명이 동시 집도.
고교 동문회 간부들 달려온다.
이런 경우를 두고 세상 or 학연이 도왔다고 하나?
@ 행운 6:
2개월 여 동안 특별 응급 관리를 했으나 의식 불명 상태 계속, 패혈증/합병증 엄습, 큰처남이자 친구인 김학희의 S대 학연 도움으로 다시 대한민국 최고 병원인 서울강남삼성병원에 베드 확보, 긴급 셔블 송치.
@ 행운 7:
수술 도중, 혹은 수술 후 사망하더라도 병원은 책임지지 않겠다는 보호자 동의서 쓰고 한 대수술, 10여 차례, 작은 수술, 10여 차례, 모두 극복하다.
그리고 그나마 두부와 척추가 그런대로 성했다는 거가 불행중 다행?
@ 행운 8:
서서히 환자의 의식이 돌아오다.
‘여기가 어디지? 왜 여기 있지? 그래, 그날 집으로 돌아가다 사고가 났었나?’
하얀 천정, 하얀 벽, 하얀 가운의 의사와 간호사들 부산한 목소리....
온몸과 연결된 링거액 줄, 투약 약품들....
울고 있는 아내,
“여보, 의사들이 안 죽고 살 수 있답니더, 우짜든 살끼라꼬 마음 무이시더, 내가 꼭 살릴낌니더.”
어느날, 환자 본인, 살기도 어렵거니와 살아도 사람 구실 못하고 가족에게 폐만 될 뿐이라는 판단을 하고 자해/자살하기로 결심. 간호사가 밤중 병실을 순시하는 시간 체크하고, 침대 밑에서 수개월 쪽잠 자며 간호에 지친 아내가 마침 서울 언니집에 하룻밤 자러 가던 날을 거사일로 잡다.
간호사가 순시를 마치고 나갔다. 시간이 왔다. 두 손을 들어서 온몸에 연결되어 있는 선들을 휘감아 확 당겨버리면 끝난다. 허공에 걸린 줄들을 휘어잡으려고 손을 들려는데, 아니, 손을 들 수 가 없다. 수족을 움직이면 링거액 따위의 바늘이 빠질까봐 수족을 침대에 꽁꽁 묶어 두었던 것이다.
행운의 자살미수.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죽이는 자를 돕는다고 하나?
@ 행운 9:
그 이후 강동 카톨릭병원으로 옮겨가 마무리 치료, 재활, 지체장애 3급 판정을 받다.
주차장마다 전용 주차 공간이 있어 주차 걱정 없고,
연주회 공연, 보호자까지 할인, 쓰레기 봉투까지 면사무소에서 갖다준다,
@ 행운 10:
정신 멀쩡, 장애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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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복지국가, 만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