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은 우리를 자기 자신으로부터 떼어놓지만,
여행은 스스로에게 자신을 다시 끌고 가는 하나의 고행이다
-카뮈-

Chapter 1. 떠남의 시작 - 덕적을 향해 가다.
여름부터 학수고대하던 제주도 자전거 여행이 무산되고
어디로든 가보자 하여 시작된 섬마을 여행.
새벽 어스름녘에 배낭을 꾸리고
설레임에 아침도 거른채 대부도 선착장에 여장을 푼다.
아무리 짐을 줄이려고 해도 더이상 줄여지지가 않는다.
아직은 마음의 욕심이 가득한 가보다.
다 필요한듯하고 없으면 아쉬울것 같고...
등짐의 무게가 두다리를 퍽퍽하게 만드는 때에서야
왜 그리 욕심을 부렸을까 후회를 한다.
매번 그렇다.
버림과 비움에 익숙치 않아서 이리라.

아직 배시간은 여유롭고 날씨는 나를 들뜨게 한다.
멀리보이는 신시가지 빌딩숲마져도 정겨워 보인다.
저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일들을 하며 떠남을 꿈꾸고 있겠지.

건너편 배의 갑판에서는 벌써부터 갈매기 놀이가 한창이다.
아마 저 갈매기들은 사냥이란걸 새우깡 얻어먹는거라고 생각할듯.
예전에 그런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다.
백인이 인디언들을 보호구역으로 강제 이주시키고
집과 돈과 음식, 술, 마약을 무상공급하여 인디언의 정신을 말살시켰다는..
- 쾌락은 우리를 자기 자신으로부터 떼어놓는다 -


평일이라서인지 선실이 많이 북적거리지는 않아 다행이다.
이럴때는 정말 셀러리맨을 그만둬야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고민에 빠진다.
저마다 바리바리 짐들을 실어 나른다.
인생락중에 먹는 락이 가장 크다고 하지만
가끔 행락객들은 보다보면 먹으러 떠나는거 아닌가 하는... 궁금증이 인다.
(그런데 난 왜??? 살이 안빠지는걸까???)


오래지 않아 배는 떠난다.
선실에 배낭을 내려놓고 갑판에 올라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와 하얀 자취와 반짝이는 햇빛을 만끽하면 시간을 보낸다.
아무것도 아닌 배가 지나온 자욱을 보면 그냥 신기하고 재미있다.
한참을 들여다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벌써 갑판 한쪽편에서는 술판이 벌려있고,
선실안에서는 고스톱판이 열리고
술판도 벌리고, 이야기 꽃도 피고, 잠꽃도 피고...
건배하는 소리, 웃는 소리, 화투패 두들겨 패는소리, 멍때리는 소리가 그득하다.

서환이는 갈매기 밥주는 재미로 배를 탄다.
출발하기 전부터 졸졸 따라다니며 천원만 달라고 조른다.
아마 이 배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건 새우깡 일거다.
덕적도 까지 가는 동안 무려 3천원어치를 날렸다.
재밌게 놀았으면 그 값어치는 한거지만 말이다.

거침없이 나아간다.

Chapter 2. 도착과 다른 시작 - 서포리를 향해
1시간 40분을 헤엄쳐 덕적도에 도착했다.
대부도에서부터 따라오던 갈매기들은 다시 그 배를 따라 떠났다.
선착장 근처에 있는 자그마한 슈퍼 의자에 배낭을 내려놓고
주인장에게 숙영지인서포리해변 가는 차편을 물어보니
이미 떠났단다.
같이 배에서 내린 사람들은 예약한 팬션버스를 타고 다 떠나버리고
서환이와 나만 남았다.
출발에 앞서 아이스크림 하나씩 빨아먹으면서 결의를 다져본다.
(솔직히 자백하자면 일부러 버스를 놓쳤다.
버스가 있었다는 사실을 서환이가 알았다면 아이스크림 하나로는 어림없었을 것이다.)
덕적도의 바다는 호수같다.
우리는 서포리를 향해 다시 떠남을 시작한다.


늠름하게 자세를 잡고 있는 폼이
어느듯 다 자라버린듯 하다.

2시간에 걸쳐 걷고 또 걷고, 고개마루를 넘고 또 넘어
잠깐의 휴식을 위해 밧지름 해수욕장에 들어갔다.
(오는동안 점심도 먹고 하느라 실제 트레킹 시간은 1시간에 쪼금 못미친다)
비가 올려는지 하늘이 심상치가 않다.
다행히 2방울 손등에 떨어지고 비는 오지 않는다

소나무밭에 배낭을 내려놓고 모래장난도 하고
사진도 찍고
화장실도 가고,,,


긴급 회의.
당초 계획된 서포리까지 갈것인가
이곳에 여장을 풀고 주저앉을것인가..
고민은 순식간에 끝났다.
식수가 없다. 주변에 마트도 없다. 마을까지는 30분넘게 걸어야 한다.
서포리까지는 온거리의 두배만큼을 더 가야한다.
지독한 평발인 아들에게 더 갈수 있겠냐고 물으니
아프지만 참을 수 있단다.
계획대로 가 보잔다.
대견한 놈....
내가 아들은 잘 키운것 같다는 뿌듯함이 몰려온다. ㅎㅎ
저 멀리 먼저 발걸음을 재촉하는 아들...
이제부터는 평지가 없다. 계속된 오르막길.
지나가는 차들이 우리를 쳐다보고 스쳐간다.

마지막 고개마루의 꼭대기
발목이 많이 아픈가 보다. 나두 아프다. 발목이..
한참을 마주보고 앉아 땀을 식히고, 발목도 주무르고, 서로 격려도 하고
혼자왔었다면 아마도 밧지름에서 멈췄을것 같다.
아들 덕분에 나도 좋은 여행을 하는구나.


Chapter 3. 여행의 끝은 없다. 정류장만 있을뿐
밧지름 해수욕장에서 출발하여
1시간 30분을 걸어 도착한 서포리 해수욕장
깨끗하고 모래도 좋고 시설도 정말 좋다.
사람은 .... 없다.
그런데...
하늘이 심상치 않다.
바람도 꽤 거세게 불어온다.
서둘러 텐트 치고 타프치고 저녁식사 준비
날씨가 궂은 관계로 얼른 준비해간 고기 구워먹고 텐트 속에 쏙 들어가
영화감상.
바람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텐트는 들썩들썩, 타프는 휘청휘청, 소리는 쌔앵쌔앵..
별일 없길 바라며 스르륵...

---- To Be Contin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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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글 참 맛갈스럽게 쓰십니다. 좋은 후기 고맙게 보고 갑니다.
좋게 봐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항~ 굴업도 가시기전 덕적도에서 이렇게 즐거운 시간 보내셨네요...
밧지름 해수욕장 송림이 너무 멋진데요... ^^
ㅎㅎ 밧지름근처에 마트만 있었어도 바로 주저앉고 싶더군요. 근데 평일이라서인지 완전 고립된 느낌..
늠름하고 씩씩하고 예의바른 멋진 아드님~~~이 담에 ...한 인물 할것 같은 예감 입니다^^
더불어 ..사진도 멋집니다~ㅎ
뱃살만 좀 빼면 정말 고민거리 없을것 같은데.. 아들놈 배둘레가 거의 저와 비슷한 수준이랍니다.
감사합니다.
섬 여행 누구나 다....생각해 보고.....실천하고 싶은 것....
글과 사진이 좋네요..
서환이두 이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