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따뜻한 날은 틈틈이 창고 짓기를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살림채 옆을 달아내어 창고로 쓰려고 한다. 그동안 창고다운 창고가 없어 이런저런 도구나 짐들이 집둘레 흩어져있었다. 집을 꾸미자면 우선 도구들을 제자리 두어야 하지 않겠나.
이를 때 아주 쓸모 있는 기술이 수평과 수직 보는 법이다. 이는 시골살이에 필요한 거의 모든 건축에 기본이 된다. 살림채에 잇대어 달아내거나 창고를 새로이 짓거나 뒷간을 짓는 일들 모두가 그렇다. 이런 일들이 처음에는 막연하고 어렵게만 느껴지겠지만 일단 수평과 수직 보는 법만 알면 재미있고, 신나는 일로 바뀐다. 청소년은 물론 여성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본다.
이 기초를 더 흥미롭게 익히려면 복잡한 집보다는 간단한 개집을 마음에 두자. 개집이라고 대충 짓는 게 아니라 사람이 살 집이라고 생각하고 건축에 필요한 기술을 체험해보는 것이다. 크기가 가로 세로 일 미터 남짓 개집이라도 웬만한 기술은 다 적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원리를 몸에 익히다 보면 자신감도 저절로 생긴다.
먼저 수평 보는 법. 살림채에서 창고를 달아내자면 먼저 살림채 남쪽 기둥에 기준점을 표시한다. 그 다음 이 기준점과 같은 높이가 되게 북쪽 기둥에 표시를 해야 한다. 이 두 기둥끼리 수평을 어찌 볼 것인가.
알고 보면 아주 간단하다. 자연의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바로 물이다. 물은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그러나 수평이 되면 흐르지 않고 가만히 있다. 이를 건축에 이용하는 방법이 투명한 호스에 물을 넣는 것. 호스 굵기는 새끼손가락 정도, 길이는 두 기둥에 넉넉히 닿을 정도면 된다. 건재사에 가면 판다. 이 호스에 물을 담는다. 이 때 호스 안에 공기가 없어야 한다. 처음에 물을 부을 때는 공기가 따라 들어간다. 잠시 가만히 두면 공기는 위로 올라가면서 호스에는 물만 남는다.
이제 사진에서처럼 호스 양쪽을 같이 잡고 기둥에다 대어보자. 물이 출렁출렁하다가 가만히 멈춘다. 자연스럽게 두 호스에 물이 수평이 된다. (사진에 호스는 10년 전 우리 살림채 지을 때 쓰던 거라 투명성이 떨어진다. 손가락에서 두 마디 정도 아래에 보이는 흰 선이 물 높이다. 그 위로는 공기가 있어 좀더 하얀 빛이 돌고, 그 아래 물이 든 곳은 약간 하늘빛이 감돈다.)
이제 이를 실전에서 여러 기둥에다가 적용하는 것이다. 기준점 기둥에서 기준점을 잡고 다른 기둥의 높이를 같이 맞추어 간다. 이를테면 남쪽과 북쪽 기둥에 물이 든 호스를 갖다대고 남쪽 기준점에 물 수평을 맞추면 북쪽 기둥에도 물이 출렁거리다가 기준 높이와 같은 높이에서 멈추게 된다. 그럼, 여기에다 연필로 표시를 하면 된다.
이때 조심할 것은 눈높이와 주시력이다. 눈높이는 사람이 어느 높이에서 보는가에 따라 차이가 있고, 오른눈과 왼눈 가운데 어느 눈이 중심 시력인가에 조금 차이가 난다. 주시력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간단하면서도 재미있다. 그러니까 손가락 하나를 얼굴에서 한 뼘 정도 띄우고 멀리 기둥이나 전봇대를 본다. 전봇대 기둥과 손가락이 일치되었다면 한쪽 눈을 감아보자. 먼저 왼쪽 눈을 감고 오른쪽 눈으로 보고, 그 다음 오른쪽 눈을 감고 왼쪽 눈으로 보자. 이 때 확연히 차이가 난다. 우리가 보통 때 두 눈을 같이 보는 것 같지만 양 쪽 눈 가운데 어느 한쪽이 중심 눈이 된다는 걸 알게 된다. 우리 몸이 오른 손과 왼손이 불균형하듯이 오른 눈과 왼눈도 그렇다. 주시력을 알았으면 자기만의 기준점을 정해서 같은 방식으로 기둥마다 표시를 하면 된다.
다음 수직이다. 수직 역시 자연의 원리를 이용한다. 바로 지구 중력. 모든 물체는 수직으로 떨어지려는 중력이 작용한다. 기둥이 지구 중심점을 향하지 않으면 건물이 불안정하고 언젠가는 무너진다. 대신에 지구 중심점으로 향하고 있으면 지붕이 부실하거나 기둥이 틀어지지 않는 한 집이 무너질 염려는 천재지변이 아닌 한 없다.
그럼 구체적인 방법은? 이를 도구로 만든 게 사진에서 보는 다림추(錘)다. 수평이나 수직을 헤아려 보는 일을 다림이라고 하는 데 추로 수직을 쉽게 볼 수 있게 만든 도구니까 다림추가 된다. 기둥에 중심선(먹선)을 매긴 다음 기둥을 세운다. 적당한 높이에 작은 못을 박아 다림추에 줄을 달아서 못에 건다. 그럼 추가 지구 중심으로 향한다.
이제 추가 향하는 선에 기둥 중심선을 맞추면 된다. 이때 기둥 한쪽만 해서는 안 된다. 전후좌우가 같이 수직이어야 한다. 기둥 한 선에서 직각이 되는 곳에도 선을 그어 같은 방식으로 다림추를 보면서 수직을 잡아간다. 기둥이 여러 개면서, 보다 정밀하게 수직을 보자면 다림추를 두개로 하면 한결 쉽다. 그러니까 기둥에 직각이 되는 부분에 다림추를 하나씩 달아 한꺼번에 맞추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평과 수직을 맞추어 작은 건물을 지어보면 집짓는 재미를 마음껏 누릴 수 잇께 된다. 복잡한 인간의 모든 구조물도 그 바탕은 자연에게 기초하고 있기에 자연의 원리를 따르면 된다. 주춧돌을 놓는 일에서 벽체를 쌓은 일이나 문틀이나 창틀을 올리는 일 그리고 도리나 보를 올리는 것도 모두 수평과 수직 보기를 따르면 쉽다.
복잡한 구조물이라도 미리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건물보다 먼저 사람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살리는 ‘사람 건축’이 먼저이지 않겠나. 집은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지 사람이 집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집짓기에 기본이 되는 수평과 수직이란 인간의 세련된 기술이전에 거대한 자연이 보듬고 있는 여러 모습 가운데 하나 일뿐이다. 그런 점에서 집을 짓고 꾸미고 가꾸어 가는 그 모든 과정도 넓게 보면 자연과 하나 되는 몸짓이 된다. 자연에 다가가고 자연을 알수록 편안한 삶, 즐거운 집이 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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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읽었습니다..감사..
감사합니다. 많이 배우고 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