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1일, 장소는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올드 트래퍼드 경기장.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두 명문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이 맞붙었다. 많이 알려졌다시피 이 두 팀은 역사적으로 ‘철천지 원수지간’. 이날도 여지없이 갈등이 빚어졌다. 리버풀의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즈가 경기 전 페어플레이를 다짐하는 의미의 악수타임에서 고의로 맨유의 주장 페트리스 에브라와의 악수를 무시했다. 이는 작년 에브라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해 장기간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던 것에 대한 ‘소심한 복수’였다. 중계화면에 찍힌 화면은 다음날 영국 언론을 장식했고 상대편의 악수요청을 무시한 수아레즈는 대중의 질타를 받았다. 결국 하루 만에 수아레즈는 언론인터뷰를 통해 에브라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
나는 당신을 해칠 무기가 없다 통설적으로 악수는 ‘나는 당신을 해칠 무기가 없다’란 의미로 태어났다고 추정된다. 문명사회 이전 오른손은 무기를 쥐는 쪽이었다. 이 때문에 무기를 놓고 오른손을 맞잡는 행위는 상대방에 해칠 의도가 없는 화해의 제스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맨체스터 대학의 제오프리 베티 심리학과 교수는 “악수는 수천 년 동안 평화와 비즈니스의 상징으로 행해진 전통 의식”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김자영 세계경영연구원 교수(KBS 전 아나운서)는 “악수의 기원을 따라가 보면 영국의 한 박물관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안티오쿠스 1세와 헤라클레스의 악수 모습이 담긴 비석이 있는데, 이는 기원전 70~38년 전 것으로 추정하는 만큼 악수의 역사는 상당히 길다”고 설명한다. 전 세계적으로 일반적인 인사법으로 통용되는 만큼 악수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여자와 남자가 악수를 하게 된 시점은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아직도 엄격한 이슬람국가에서는 남녀 간의 악수를 금하고 있다. 작년 이란에서 열린 국제배구경기에서 경기를 마친 이란의 선수들과 카자흐스탄의 여자 부심이 악수를 나눈 것이 문제가 돼 언론의 비난이 쏟아졌음은 물론 대회에 배정된 이란 여자심판들이 퇴출됐다. (이란은 친인척 관계를 제외한 남녀 간의 악수나 신체접촉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또한 서양에서는 악수할 때 허리를 구부리지 않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살짝 굽혀 존경을 표현하기도 한다. 남자는 반드시 서서 해야 하나 여자는 앉아서 해도 무방한 문화도 우리나라 실정과 다소 다르다. 나라별로도 독일인의 악수는 강하고 짧은데 비해 프랑스인들은 악수할 때 손에 힘을 많이 주지 않는다는 점도 이채롭다.
김자영 교수는 “국제공용인사인 악수를 비롯한 non-verbal 커뮤니케이션에 나라의 특수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많이 경험하는데 악수 에티켓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방송이 끝나고 난 후 패널들 간 인사를 나눌 때 함께 진행한 남자 아나운서에게만 악수를 건네는 경우가 많다. 이때 내가 먼저 악수를 청하면 당황하는 기색이 얼굴에 드러나 오히려 더 민망해질 때도 있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는 악수를 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듯하다”고 말했다.
진정성 없는 악수는 불쾌감만 안겨 전문가들은 ‘단순히 상대방의 손을 맞잡고 흔드는 형식적인 행위’에 불과하다는 인식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상대방을 처음 만나 하는 첫 번째 인사이자 스킨십에 인상이 좌우될 수 있다는 것. 방송인, 교수, 정치인의 아내로서 많은 악수를 경험했다고 밝힌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악수를 하는 직업 중 하나가 정치인인데 그들은 유권자와 악수를 하고 나면 나를 찍을 사람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다고 많이 이야기들 한다”며 “사람들은 처음 만나는 사람도 악수를 통해 그 호의도 가늠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상대방의 눈을 피하거나 손을 금방 빼는 경우, 지나치게 강하게 잡거나 반대로 잡는 둥 마는 둥 하는 사람은 상대방에 관심이 없거나 무엇인가 불만이 있을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악수만 잘해도 비즈니스가 술~술 1. 상대방 눈을 피하지 마라 기본적으로 악수를 할 때 밝게 웃으며 부드럽게 상대방의 눈을 맞춰야 한다. 눈을 맞추지 않고 다른 곳을 보고하는 인사는 상대방에 무시 받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악수를 하며 고개를 숙여 정중함을 표시하는 경우도 고개를 든 후에 상대방의 눈을 응시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가급적 외국인과 악수할 때는 고개를 숙이지 않고 눈을 상대방과 끝까지 맞추는 편이 좋다.
2. 여성들이여 당당히 악수를 청하라 많이 알려져 있듯 악수는 손윗사람이, 남성보다 여성이 먼저 청하는 것이 예의다. 아직까지 유교사상이 깊이 자리 잡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악수를 청할 때 낯설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김 교수는 “사회생활을 하는 많은 여성들이 악수를 나누는 자리에서 먼저 악수를 청하기는커녕, 남자들끼리만 악수를 나누고 소외되는 민망한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그렇기에 본인이 여성인 경우 상대방보다 직급이 높다면 당당하게 먼저 악수를 청하라”고 조언한다.
3. 손아랫사람은 두 손으로 악수하지 않는다 아랫사람들이 많이 하는 실수로 윗사람과 악수할 때 두 손으로 상대방의 손을 감싸는 경우가 있다. 진의는 황송하다는 의미로 두 손을 사용하지만 사실 결례다. 윗사람은 격려차원에서 두 손으로 감쌀 수 있으나 아랫사람이 두 손으로 어른 손을 감싸지 않는 것이 정석이다. 또 지나치게 허리를 숙이는 것도 상대방에게 오해를 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4. 힘겨루기는 금물· 땀은 사전에 닦자 상대방의 손을 너무 꽉 잡으면 기 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 지나치게 살짝 잡으면 성의가 없거나 심약해 보일 수 있다.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 관건이다. ‘힘있게, 그러나 강하지 않게’를 염두에 둔다. 또 잡고 있는 시간도 적당해야 한다. 세 번 흔드는 것을 기준으로 삼으면 된다. 지나치게 짧게 잡고 있어도 오만한 인상을 주지만 길게 잡고 있어도 상대방이 불편해 할 수 있다. 손에 땀이 난 경우는 미리 살짝 땀을 닦고 악수를 해야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남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