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 없는 세계 독후감
양은성
이 책을 읽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책 속에 내용만이 아니라 일상에서 흘려듣던 사회문제 같은 것들이 떠올라서 생각이 많아지게 됐다.
여러 주제의 흐름이 자연스러운 소설책이어서 그런지 더 몰입됐다. 다만, 특정한 주제가 있다고 콕 집어서 말하기에 나한텐 어려운 책이었다. 그래도 내가 생각하기에 와닿았던 주제는 가출한 청소년들의 삶과 주인공의 정서, 그리고 '나'라는 1인칭 시점에서 주인공이 느낀 기분이다.
책 속에 큰 배경을 차지하는 가출한 청소년들의 이야기는 대한민국 어딘가에서 지금도 실제로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를 일들이다. 현실적인 사건들이지만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한 나에게는 머리를 굴려 방안을 구해야 할 문제로만 다가왔다. 사실 지금도 기후 위기나, 정치와 사회의 구조 등 어디선가 들어본 고민거리에 더해진 또 하나의 고민거리로만 보여서 큰일이다. 어디서부터 꼬인 건지 원인을 찾으려 하다, 생각이 깊어져서 작가님은 무슨 생각으로 책을 쓰셨을지에 대해서 까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가출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입장이나, 어쩔 수 없이 거리로 내몰린 상황만을 주제로 전달하려 하셨다면 차라리 문제점과 구체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3인칭의 입장 또는 인터뷰 등으로 글을 쓰셨지 않으셨을까. 근데 이 책은 소설이고 1인칭 '나'의 시선으로 보는 이야기다. 그래서 더 현장감이 있고, '그 상황에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주인공의 감정과 기분이 공감된다. 배경은 같을지라도 그냥 책과 소설책은 몰입도가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
책 속 주인공의 시간은 가출을 하고 방황하던 고등학생 시절과 성인이 된 후 혼자 지내는 현재로 나뉘어 있다. 어른이 된 주인공은 과거에 있었던 어떤 사건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 그때 느끼는 한기와 아무도 없는데도 누가 날 바라보고 있다고 느끼는 착각은, 성인이 된 후까지도 주인공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이런 내용들을 보면 작가님은 단순히 '집 밖에서 일어나는 청소년들의 현실'이란 주제뿐 아니라 '그 청소년들이 살아가는 삶'까지 연결해 표현하신 것 같다. 그래서 문제점의 해답을 찾기 위해 보는 것보다 생생한 주인공의 시점으로 볼 수 있어 무겁게만 다가오지 않았다. 소설인 덕분에 친근하게 와닿을 수 있었다.
책을 보다 보면 주인공은 집을 나와 pc방, 무료 급식소에서 성연과 경우를 만난다. 그 둘은 주인공에게, 집에 있을 땐 해보지 못했던 깊은 생각과 감정에 영향을 준다. 내가 인상 깊었던 것은 경우라는 인물을 통해 '사랑받고 자란 것과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것'에 대해 주인공이 고민하는 것이었다. 나도 어디선가 '사랑받고 자란 것은 티가 난다' 같은 확실하지 않은 말들을 들어는 본 것 같다. 이게 진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것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좋은 것 같지는 않다.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경우는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는 아이였다. 보육원에서 자랐고, 엄마의 데리러 오겠다는 말이 아직도 실현되지 않아서 길거리를 떠돌아다닌다. 하지만 경우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랐다. 배려해주고, 자발적으로 도움을 주고 대가를 바라지 않았다. 알바를 하면서도 돈을 훔치지 않고 양심적인 태도로 성실하게 살았다. 이 장면이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경우는 어디서 저런 행동을 보고 배웠을지 궁금하다는 생각으로 '사랑받고 자란다는 건' 뭘지 생각이 들어서다. 이건 그리 깊이 생각해 본 건 아닌데 기억에 남았다. 보통은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을 보며 배울 텐데 가족이 아닌, 그냥 주변 사람들을 보고도 태도를 배울 수 있는 건가. 누구나 다 주변 사람들과 환경에 영향을 받지만, 가족의 영향이 제일 클 텐데. 그럼, 경우는 보육원 사람들을 보고 그렇게 큰 건가? 아니면 원래 성향인가?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나한테 편견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우는 이 책에서도 의미가 있는 인물 같다. 주인공에게도 영향을 끼쳤고 "경우 없는 세게"라는 제목처럼 책 속 경우라는 인물을 만드신 작가님만의 의도가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오랜만에 독후감을 쓰면서 나는 글 한번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각과 시간이 필요한지를 새삼 또 느꼈다. 이만한 글 양에 배가 되는 글 양으로 책을 엮으시는 작가님들은 정말 대단하시다.
경우 없는 세계를 읽고, 책 한 권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들어있는지 알게 됐다. 방학 숙제가 아니었다면 가볍게 읽고 다시 책장에 꽂았을 책을, 한 달에서 두 달간 붙잡고 생각하니 단순히 재미 외에도 많은 내용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작가님은 무슨 의미를 전하려 하셨을까'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