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列國誌] 319
■1부 황하의 영웅 (319)
제 5권 해는 뜨고 해는 지고
제 39장 성복(城濮) 전투 (1)
조(曹)나라에서 너무 지체했던 모양이다.
전힐과 위주의 방화 사건이 종결되어갈 무렵, 조성에 머물고 있는 진문공에게 급한 파발이 하나 도착했다.
"상구성(商丘城)이 위급합니다."
구원을 청하는 송(宋)나라 사자 문윤반(門尹般)과 화수로(華秀老)였다.
문윤반과 화수로의 구원 요청에 진문공(晉文公)은 고개를 갸웃 흔들었다.
"이상하군. 초군(楚軍)은 어째서 위와 조나라를 구원하러 들지 않고 송나라를 더욱 압박하는 것인가? 우리가 잘못 짚은 것일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대답하며 문윤반(門尹般)은 그간의 초군(楚軍)의 움직임에 대해 소상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초성왕(楚成王)은 하루빨리 중원의 맹주가 되고 싶은 마음에 성득신(成得臣)을 총사령관으로 삼아 친히 대군을 이끌고 송(宋)나라를 포위했다.
초군은 단숨에 민읍(緡邑)땅을 함락시키고 이어 도성인 상구(商丘)를 향해 육박해 들어갔다.
그런데 뜻밖으로 송(宋)나라의 저항이 심했다.
송성공(宋成公)은 조만간에 진(晉)나라가 구원하러 올 것을 믿고 온 힘을 다해 초군(楚軍)의 공격에 맞선 것이었다.
그런 중에 초성왕(楚成王)은 진문공이 대군을 이끌고 위(衛)나라를 침공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 오록(五鹿) 함락!
- 위성공(衛成公), 양우 땅으로 피신.
들려오는 것마다 여간 위급한 사태가 아니었다.
위(衛)나라는 가장 최근에 초(楚)나라와 혼인한 동맹국이다.
맹주 지위를 노리는 초성왕(楚成王) 으로서는 위나라의 위급을 간과할 수 없었다.
그는 우선 양곡 땅에 주둔하고 있는 초군의 일부를 위나라로 급파하는 한편,
자신이 직접 위나라를 구원하러 떠나기로 했다.
- 그렇다고 송나라 포위를 푸는 것은 진(晉)의 술책에 넘어가는 것이다.
군대를 둘로 나눈다.
일대(一隊)는 초성왕이 이끌기로 했고,
다른 일대는 원수 성득신(成得臣)에게 지휘를 맡겼다.
- 내가 위(衛)나라를 돕는 동안, 원수 성득신은 송(宋)나라를 계속 공격하라!
이런 명을 내리고 초성왕(楚成王)은 위여신, 반왕 등의 장수와 함께 위나라를 구출하러 떠났다.
그런데 그들이 막 위(衛)나라 땅을 향해 출발했을 때 새로운 보고가 들어왔다.
- 위나라 도성이 이미 함락되었습니다.
- 진군(晉軍)은 조성(曹城)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초성왕(楚成王)은 장수들과 상의한 끝에 진로를 변경하여 조(曹)나라를 구원하기로 결정했다.
그들이 방향을 틀었을 때 또 다른 보고가 날아들었다.
- 진군이 이미 조성을 무너뜨리고 조공공(曹共公)마저 사로잡았다고 합니다.
이 보고를 받은 초성왕(楚成王)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진후(晉侯)의 움직임이 어찌 이리도 신속하단 말인가.
일찍부터 초성왕(楚成王)은 진문공에 대해 외경의 마음을 품어왔었다.
그때문에 유랑자 신세이던 진공자 중이(重耳)를 극진히 대접하지 않았던가.
그것은 호의일 수도 있었고, 그의 능력에 대한 두려움일 수도 있었다.
그것이 지금 현실이 되어 나타나고 있는 것이었다.
'진(晉)나라와는 굳이 싸울 필요가 없다.'
이런 마음이 들자 초성왕(楚成王)은 더이상 그 곳에 머물러 있기가 싫었다.
이것이 아니더라도 병참선이 길어진 초(楚)나라로서는 진(晉)나라의 개입이 무척이나 껄끄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전략적인 면에서도 진(晉)나라와의 전면전은 피하는 것이 합당하다.
초성왕(楚成王)은 이렇게 판단했다.
- 일단 군대를 신(申) 땅으로 옮겨라.
신 땅은 지금의 양양 일대. 초나라 영토다. 이를테면 철수를 한 셈이었다.
이어 그는 제나라 양곡 땅에 주둔하고 있는 신공 숙후(叔侯)의 군대마저 신성(申城)으로 철수시켰다.
또한 상구(商丘)를 포위하고 있는 성득신(成得臣)에게도 사람을 보내어 다음과 같이 소환령을 내렸다.
- 진후(晉侯)는 19년이나 타국에서 망명생활을 하였는데도 끝내 진(晉)나라 군위에 오른 영걸이다.
그는 이 세상의 갖은 고초를 다 겪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백성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안다.
또 하늘은 그에게 장수할 수명을 주어 그를 해치려는 자들을 오히려 먼저 제거했다.
하늘이 내린 사람을 인간의 힘으로 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대는 속히 포위를 풀고 이곳으로 철수하라!
여기까지는 진문공(晉文公)이 노리던 바였다.
이대로만 되었더라면 진(晉)과 초(楚)나라 사이에는 아무런 충돌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진문공 또한 송(宋)나라를 구원한 것에 만족하고 그대로 강성(絳城)으로 귀환했을 것이다.
그런데 초군 원수 성득신(成得臣)의 공명심이 모든 상황을 틀어놓았다.
그는 초성왕의 소환령에도 불구하고 계속 송(宋)나라 도성을 공격할 것을 고집했다.
- 이제 조금만 더 몰아붙이면 송나라를 함락시킬 수 있는데, 여기서 어찌 돌아갈 수 있겠습니까. 신이 공을 세우고 싶어서 이러는 것은 아닙니다.
저를 비방하는 자들의 입을 막기 위해서라도 신은 송(宋)나라의 항복을 받아내고야 말겠습니다.
어찌보면 항명일 수도 있는 성득신의 행동이었다. 초성왕(楚成王)은 불쾌했다.
'이자가 감히 나의 명령을 어기다니.......!'
초성왕이 성득신의 제거를 마음에 두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때부터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초성왕은 노회한 군주였다. 자신의 불쾌한 마음을 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성득신(成得臣)의 요청을 수락하는 사자를 보냈다.
- 그렇다면 그대는 계속 송(宋)나라를 공격하라. 하지만 결코 무리는 하지 마라.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언제든지 철수해도 좋다.
언제든지 철수해도 좋다, 라는 이 말 한마디가 끝내는 성득신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누구보다도 공명심이 강한 성득신(成得臣)이 이 말을 들었을 때의 기분은 어떠했을까.
- 이는 나를 무시하는 처사다. 나는 결코 전쟁터에서 죽으면 죽었지, 철수는 하지 않겠다!
이리하여 그 날부터 성득신(成得臣)의 상구성(商丘城) 공격은 더욱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 다음에 계속........
< 출처 - 평설열국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