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청춘들의 잠실벌 가을 운동회 참관기
무더위가 가고 가을이 오자 술마시기 존 계절이 왔으나
요즘 부쩍 술값이 궁해져 내 마실 술의 자급자족은 그럭저럭 겨우 되지만
그간 넉넉잖아도 후배들에겐 그래도 인색하지 않게
제법 술 인심 하나만은 괜찮기로 알려진 이 샌드페블 할범이
아마도 요샌 모두들 나더러 짠돌이가 됐다고 손가락질 할 것 같아 걱정이 됐다.
또 웰다잉을 위해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은 하면서도
늘 바쁘기도 하지만, 핑계만 바빴지 게으른 탓으로
요즘은 겨우 걷기운동, 그것도 업무수행을 위한 용처까지 혁대의 만보기 계산하며
차 안타고 걸어가기와 지하철과 건물 승강기 에스카레이터 사용않고 오르기 정도,
그리고 누구나가 즐겨하는 '숨쉬기 운동' 이 고작이다.
그런데 마침 며칠전에는 60여년 연례행사로
해마다 이맘때면 열리는 젊은이들의 축제, 가을 운동회에 와서 스포츠 경기를 관람후
4호선 성북구 안암동의 마시자 골목, '참살이 길' 이란 곳에 오면 아무에게나
무려 32개 음식점과 주점에서 밤새껏 공짜술과 안주를
무한정 제공한다니 샌드에겐 이보다 더 즐거운 가스펠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렸다.
무슨 이벤트건 각종 행사때마다 홍보대사(?)를 자처하고 나서던 터라
결혼식 피로연서 한사코 남에게 술 권하듯 남의 술상으로 생색을 내기도 좋으려니와
메뉴판서 값싼 안주 애써 고르기와 계산서 높낮이에 신경 안써도 되고
연락 닿는 친구들이나 후배들과 사돈팔촌 다 부를 수 있으니
이런 경우를 두고 아마 '마돈나(마지막까지/돈안내고/나가는사람)' 라고 한다던가?
시골서 자랄때 초중고등학교 시절은 뜀박질 등교와 산에 나무하러 다니는 운동 외에
숏다리로 마을 친구들과 마라톤에 단거리 달리기도 많이 했고,
평행봉 기계체조도 열심히, 직장 간부시절엔 필드를 돌며 거들먹거리기도 했지만
늙어갈수록 이젠 공기맑은 호수공원 아침 조깅도 접고 등산갈 시간도 없어
옛 자주가던 농구 야구장도 못가고 A매치 축구중계 시청이 고작인 신세로 전락했겠다.
'공짜술' 친구들에겐 수차 이멜로 현장안내를 자세히 했고
에버 몇몇 분들께도 오퍼를 했으나 시원찮게 들렸는지 선약을 핑계로 사양했고
철썩같이 약속한 선암님마저 유쾌한 한마디방에 불참통보 댓글을 올린게 계기가 되어
이를 보고 뜻밖에 술 생각이(?) 나셨는지 여학생들 몇이 손전을 걸어왔다.
앞서 라페스타와 홍대앞에 이어 이번엔 잠실벌서 스포츠와 젊음의 물결속에서 회동했다.
88올림픽경기와 파바로띠 공연 등등을 회상하며
13만수용 종합운동장에 운집한 피끓는 청춘들은 우보(牛步) 민태원의 '청춘예찬' 같이
지상의 왕자 붉은색 호랑이와 하늘의 왕자 푸른색 독수리의 스포츠 양대산맥으로 나뉘어
하늘을 찌를듯한 함성과 약동하는 파도타기 응원전은 그라운드의 선수들과 하나되어
물방아같은 심장의 고동소리와 함께 거선의 기관처럼 박력있고 힘찼다.
김밥 한줄과 막걸리 몇 잔으로 불을 지펴 에너지를 보충해가며
7060에버 식구와 뒤늦게 합류한 L친구까지 합쳐 일제히 우린 50년을 탕감하고
약관 20대로 돌아가 누가 이기고 지건 승부에 관계없이 페어플레이에 박수를 보내며
싱그럽게 풋풋한 젊은 남녀학생들로 부터 기를 받아
우린 저마다 다 같이 발랄하게 전율하며 잠실벌이 떠나갈듯 포효하고 또 환호했다.
경기가 끝나고 막장, 안암동 '참살이 길' 뒷풀이장으로 동행했다.
날이 저물자 뿌리기 시작하는 가을비를 맞으며
남녀노소 구분없이 온통 젊음의 함성과 고성의 응원가에 더해 술과 춤과
그리고 약동하는 어깨동무 물결로 광란의 축제를 방불케 했지만
적어도 이 샌드할범은 수만명 젊은이로부터 충전받아 강력 핵융합에너지를 축적했다.
여흥을 잠재우지 못하고 노래방까지 들렀다가
자정이 가깝도록 흥얼된 후 김지하의 '오적' 처럼 아쉬움을 나누며 제갈길로 흩어져
번개도 못되는 부싯돌을 마치고 샌드할범이 막 전철을 탄 초가을밤은 그래도 향기로웠고
약수역 환승, 주엽역에 내리니 빗줄기는 굵어져 우산없이 온 몸은 함초름히 젖었지만
지성, 야성, 감성으로 보낸 내 오늘 하루 수입은 50년짜리 보약에 1억달러 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