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다름에 대한 인정과 존중, 그리고 다섯 가지 불평등 사례 동화
『불평등을 수거해 드립니다』는 다섯가지 다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사례 동화 01 남자라서 억울해」에서는 늘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나 남자이기 때문에 억울함을 당하고 있다는 남자 친구의 이야기이며, 「사례 동화 02 내 이름은 깜상」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축구를 하게 되는 여자 친구의 이야기이며, 「사례 동화 03 아빠는 주부 백 단 가수왕!」에서는 전업주부인 아빠 때문에 힘들어 하는 아들의 이야기이며, 「사례 동화 04 용감한 오!기사」에서는 버스기사를 하는 엄마 때문에 불편한 딸의 이야기이며, 「사례 동화 05 수영선수 에리얼」에서는 수영선수로 성장하는 엄마의 역할과 능력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다섯 가지 이야기 모두가 성별의 사회적인 선입관으로 인해 차별을 받거나, 사회적 시선으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차별을 마음 속에 담아두지 않고 자연스럽게 꺼내 불평등 수거함에 담아두시면 그러한 불평등을 수거해 드립니다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서로에 대한 역할과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게 된다면 조금 더 나은 평등한 세상과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목차
서문 _ 불평등을 수거해 드립니다
불평등 사례 동화 01 남자라서 억울해
불평등 사례 동화 02 내 이름은 깜상
불평등 사례 동화 03 아빠는 주부 백 단 가수왕!
불평등 사례 동화 04 오! 기사
불평등 사례 동화 05 수영 선수 에리얼
재미있는 양성평등 놀이터
함께하면 좋은 점 찾기
성평등 마음을 알아보는 OX
저자를 소개합니다
책 속으로
“안! 웅! 너, 또 졸았지? 너는 어째 5교시마다 그러냐?”
선생님이 짐짓 엄한 목소리로 꾸짖으셨다. 물론 수업시간에 존 것은 내 잘못이다. 하지만 유리가 지우개를 던진 걸 빤히 알면서도 나한테만 뭐라고 하셨다.
“선생님! 그런데요, 유리가 저한테 지우개 던졌거든요?”
참다못한 내가 불퉁거렸다.
“그래? 웅이 깨우려고 그랬고만. 웅이, 유리 덕분에 이제 잠 깼지? 그럼 됐어. 다시 책 보자.”
‘헐, 그럼, 선생님은 유리가 잘했다는 말씀? 친구에게 지우개를 던 졌는데?’
하마터면 속에 있는 말이 튀어나올 뻔했다. 선생님은 늘 유리 편
이다. 아니 여자애들 편이다. 아마 남자애들이 던졌으면 한 소리 했 을 것이다. 남자애들은 그게 늘 불만이다.
--- p.13~14
“자, 오늘은 새 선수가 들어왔으니 공을 서로 주고받는 연습을 해 보자.”
코치님이 선수들을 빙 둘러보며 말했다. 우리는 서로 짝을 맞춰 거리를 두고 마주 섰다. 나도 동급생 남자애와 마주 섰다. 그런데 그 친구 표정이 떨떠름해 보였다. 처음에 나와 짝이 될 때부터 “치!” 하 며 실망하더니 나를 보고 비식비식 웃던 친구였다.
내 불길한 예감은 딱 들어맞았다. 내가 코치님 지시에 따라 친구 에게 공을 차 주자 친구는 옆으로 공을 세게 차 보냈다. 내가 도저히 공을 받을 수 없는 거리였다. 처음엔 실수로 그러는 줄 알았는데, 친구는 매번 일부러 옆으로 공을 차 보냈다. 멀리까지 가서 공을 가져 오느라 숨이 턱에 닿았다. 화가 났다.
“야! 너, 나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지?”
내가 공을 가지고 돌아와 친구에게 소리쳤다.
“무슨 소리야? 자꾸 빗맞아서 그러는 건데.”
친구는 표정 하나 안 바꾸고 거짓말했다. 도무지 말이 안 통할 것 같았다. 다른 선수들이 우리를 쳐다봤다. 코치님도 우리를 힐끗 돌아 봤다. 약이 올랐지만, 이까짓 장난에 축구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공 을 더 멀리 차 보내 앙갚음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다. 친구가 짓궂게 굴수록 공을 정확히 차 줬다. 친구 표정이 변하기 시작했다.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고 있었다. 친구가 내게 공을 제대로 차 보냈다.
--- p.39~41
급식 시간이었다. 민호가 내 쪽을 흘깃흘깃 바라보면서 옆자리 친구에게 귓속말했다. 둘이 키득거리는 모습이 눈에 거슬렸다. 나는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교실로 갔다. 민호가 내 뒤를 따라왔다.
내가 교실로 들어가려는 순간, 민호가 내 뒤통수에 대고 비아냥 거리듯 한마디 툭 내뱉었다.
“너희 아빠 백수냐?”
“뭐?”
“어제는 시장에서, 지난번에는 학원 차 기다리다가 봤거든. 아파 트 놀이터에서 너랑 캐치볼하는 거!”
“그게 뭐? 우리 아빠 백수 아니거든!”
“그럼 어디 다니는데?”
갑자기 머리가 하얘졌다. 아빠는 백수가 아니다. 그렇다고 다른 아빠들처럼 회사에 다니거나 밖에 나가 일을 하지는 않는다. 머릿속 이 복잡해졌다. 내가 머뭇머뭇하자 민호가 다그쳤다.
“그거 봐. 백수 맞네!”
“아니라니까! 죽을래?”
주먹 쥔 손을 들어올리자 민호가 움찔하며 뒷걸음질치다 도망갔 다.
화가 치밀었다. 아빠는 백수가 아닌데, 전업주부인데…….
--- p.51
사람들은 버스를 타면서 기사가 여자라고 신기한 듯 쳐다 보며 수군거렸다. 그중 한 아저씨는 버스를 타며 엄마를 보더니 놀라 는 눈치였다.
“어? 기사가 여자네?”
아빠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아저씨는 자리에 앉지도 않고 운전 석 옆에 기대서서 엄마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아줌마, 남편은 있나?”
“그럼요. 예쁜 딸도 있는데요.”
“아니, 그럼 오지랖 넓게 뭐 한다고 여자가 큰 버스를 운전하고 그런데?”
“제가 오지랖 넓은 거 어떻게 아셨대요? 하하.”
--- p.69
에릭은 죽을 맛이었어. 파티는 점점 엉망이 되어갔고, 설거지거 리는 산더미처럼 쌓여갔어. 아이들은 얼마나 뛰어다니는지 쫓아다니 다 보면 정신이 쏙 빠졌어. 수영 연습을 하고 돌아온 에리얼에게 에 릭은 버럭 화를 내면서 수영을 당장 그만두고 집안일에나 신경 쓰라고 했어. 남편과 아이들을 돌보지 않고 수영에만 신경 쓰는 에리얼이 못마땅했던 거야. 하지만 에리얼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
‘여자면 어때, 엄마면 어때, 나도 할 수 있다고.’
에리얼은 에릭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어.
“그럼 이렇게 해요. 당신과 내가 수영시합을 해서 내가 지면 수영 을 포기하고 살림에 전념할게요. 하지만 내가 이긴다면 당신도 나를 인정하고 응원해 주세요.”
“좋아요. 그렇게 합시다. 3일 후에 시합하기로 하죠.”
에릭은 기분 좋게 승낙했어. 남자가 여자에게 절대 질 리 없다고 자신했기 때문이지. 둘의 시합 소식은 백성들에게도 관심거리였어.
--- p.90~91
출판사 리뷰
「남자라서 억울해」는 남자라서 늘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주인공 ‘웅’이의 이야기예요. 웅이는 선생님이 힘든 일은 남자만 시키고, 같은 잘못을 저질러도 남자만 혼낸다고 생각하지요. 아빠는 ‘쏴나이 안웅!’이라고 부르면서 남자다움을 강조하고, ‘엄마’와 ‘유리 이모’는 실수나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남자라서 그렇다!’라고 말을 해요. ‘웅’이 는 그런 어른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어요. ‘여자라서, 남자라서’라는 고정관념이 사라지고, 나답게 사는 세상이 오면 좋겠어요.
「내 이름은 깜상」은 우여곡절 끝에 학교 축구부에 들어간 주인공의 통쾌한 활약상을 다루고 있어요. 성 역할의 고정관념에 젖은 선수들의 삐딱한 눈길을 돌파하며, 그 편견의 공을 뻥뻥 찬다는 내용이지요. 얼굴이 까매서 ‘깜상’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일이 처음엔 못마땅했어요. 하지만, 경계 없는 성 역할을 자각하면서 차별적 별명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가져요. 여러분은 깜상처럼 학교 안팎에서 성차별의 수비벽에 막힌 적은 없나요?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깨뜨리려 했는지 들어 보고 싶어요. 깨뜨리지 못했어도 그 시도만으로 여러분은 모두 깜상이에요.
「아빠는 주부 백 단 가수왕!」은 직업에 대한 편견을 담고 있어요. 호겸이네 아빠는 전업주부예요. 아빠가 전업주부라고 하면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호겸이처럼 아빠가 전업주부일 때 장단점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아빠가 엄마보다 요리를 잘하고, 집안일을 잘한다면 아빠의 선택을 인정해 줘야 하지 않을까요? 노래자랑 무대에 앞치마를 두르고 프라이팬을 들고나온 아빠의 당당한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직업은 남자, 여자가 아닌 그 일을 잘하는 사람이 선택하면 되니까요.
「용감한 오!기사」는 버스 기사가 된 엄마의 당당한 모습과 그것을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을 그렸어요. 버스 기사가 된 엄마는 여자라는 이유로 불편한 시선과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히게 돼요. 또 그런 엄마를 응원하던 아이 역시 생각이 바뀌어 다른 엄마들과 비교하고, 창피하다고 생각하게 되는데요. 여러분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내 생각이 바뀐 적은 없나요? 아직도 여자가 하는 일과 남자가 하는 일을 나도 모르게 구분 짓고 있지는 않나요? 동화 속 ‘봄’이를 보며 나에게 남아 있는 차별을 불평등 수거함에 넣어 보세요.
「수영선수 에리얼」은 남녀의 역할과 능력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에리얼은 인어공주지만 온갖 역경을 이겨 내고 인간이 되어서 에릭 왕자와 결혼했어요. 하지만 행복할 것만 같았던 결혼 생활이 살림과 독박 육아로 지쳐갔지요, 그러던 중 바다수영대회 광고를 보고 참여하기로 결심해요. 여자가 무슨 수영이냐는 편견을 이기고 에리얼은 일등을 하고, 세계바다수영대회에도 초대되죠. 자기가 좋아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에요. 혹시, 여자라서 남자라서 주저하고 있는 일이 있나요? 에리얼처럼 한번 도전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