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반점을 찾아서
정군수
내 몸에 몽골반점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도 짐승도 바람도 낯설지 않았다
일곱 시간을 달려왔어도
몸 하나 감출 곳을 허락하지 않는 고비사막
나는 원의 한가운데에서
말라버린 소똥과 돌멩이들과 지평선을 구르고 있었다
모래 언덕 넘으면 낙타가 살고 또 넘으면 염소가 살고
넘으면 넘으면
타다 지친 태양이 그만 오라고 붉은 장벽을 친 노을
그 아래 몰골반점처럼 찍혀 있는 게르
거울에도 보이지 않고 만져도 잡히지 않는 몽골반점이
어미 찾는 송아지와 살고 있었다
돌멩이에서 풀싹이 나야 새끼를 낳고
풀싹을 먹어야 몽골반점은 자라 어미가 되었다
지평선 마루에 떠있는 바다를 신기루라 우겨도
끝나야 할 곳에서 끝나지 않은 낙타의 걸음
가면 멀어지고 오면 따라오는 신기루
낙타의 눈썹은 바다를 먹은 눈물로 젖어있었다
어느 때 바닷속 바위산이었을 너덜겅을 달리며
내 몽골반점은 아프다
덜컹거리는 차 속에서 몽골반점은 점점 부어올라
내 몸속에서 나를 보고 있었다
- 정군수의 「몽골반점을 찾아서」 전문. 『한쪽 가슴이 없는 여자』
<감상평>
화자는 내 몸에 몽골반점이 있어서 그 근원지를 찾아나선다. 몽골의 고비사막에 오니 “사람도 짐승도 바람도 낯설지 않았다” “몸 하나 감출 곳을 허락하지 않는 고비시막”이다. “나는 원의 한가운데에서 말라버린 소똥과 돌멩이들과 지평선을 구르고 있었다.” 모래 언덕을 넘으면 낙타가 살고, 염소가 살고, 몽골반점처럼 찍혀 있는 게르가 있다. "거울에도 보이지 않고 만져도 잡히지 않는 몽골반점이/ 어미를 찾는 송아지와 함께 살고 있었다" 돌멩이에서 풀싹이 나야 새끼를 낳고 풀싹을 먹어야 몽골반점은 자라 어미가 되었다. 몽골반점은 게르와 함께 그곳 동물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화자는 몽골반점의 근원지를 찾아 온 것이다.
그런데 몽골반점은 왜 그곳에 살고 있었을까?
“지평선 마루에 떠있는 바다를 신기루라 우겨도/ 끝나야 할 곳에서 끝나지 않은 낙타의 걸음”에서 낙타가 바라본 것은 바다의 신기루이다. 화자는 신기루를 향한 낙타의 걸음을 본다
또한 “어느 때 바닷속 바위산이었을 너덜겅을 달리며/ 내 몽골반점은 아프다”에서 내 몽골반점이 발생한 원인으로는 바닷속 바위산이었을 너덜겅을 달리면서 생긴 것으로 추정이 된다.
낙타와 나의 관계는 무엇인가? 낙타가 신기루를 찾아다니듯 나도 신기루를 찾아다닌 면에서 동일성을 드러낸다. 너덜겅을 달릴 때 통증을 느끼는 내 속 몽골반점이 점점 부어올라 나를 쳐다보는 순간 몽골반점의 근거를 인지하며 조상의 뿌리를 확인하게 된다. 이때 낙타의 걸음은 병치은유로 사용하고 있지만 화자 걸음의 동일성을 지칭하는 면에서 은유로도 보인다. "가면 멀어지고 오면 따라오는 신기루, 낙타의 눈썹은 바다를 먹은 눈물로 젖어 있었다"
- 감상자 -이구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