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의 5월 23일 군입대 영장을 받고 나서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가기로 하였다. 10여년 전 아이들과 함께 겨울 제주도를 보았던 것은 너무나 까마득한 옛일이다.
대한항공 마일리지 모아둔 것으로 비행기 표를 예매하고, 여행사를 통하여 콘도와 렌트카를 예약하였다. 대구공항엔 저가항공이 없고 김포까지 가야만 하였다. 서울까지 왕복 차비와 소요시간을 비교하니 대구공항의 일반항공과 별 차이가 없었다.
대한항공의 마일리지를 사용하여 좌석을 확보하였다. 가족마일리지 등록을 미리 해 둔 터라 엄마의 마일리지까지 합하여 항공권을 예매 했다. 연휴엔 좌석을 구할 수가 없어 연휴 마지막인 10일출발, 12일 도착으로 여행일정을 잡았다.
작년 여행바우처에 선정이 되어 가족여행시 여행비용의 50% 최대 15만원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여행지에서 여행바우처 카드로 1회 사용을 하여야 하고, 여행후 설문조사에 응하여야 하며, 사진을 업로드 시키면 여행지원금을 받을 수가 있다.
일찌감치 모든 예약을 해두었는데 뉴스에서 우리가 여행하기로 한 10일부터 12일까지 전국적으로 최고 120mm의 폭우가 올 것이며, 강풍과 돌풍이 부는 곳도 있을 것이라고 내내 소식이 이어지고 있었다.
▲ 새벽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왔다. 우리가 출발할 시간에 비가 서서히 그치더니 대구까지 가는 길은 비가 오락가락 하는 정도였다. 사월 초파일 연휴와 비로 인해 도로가 막힐까 하여 일찍 나섰는데 출발 1시간 30분 전에 공항에 도착을 했다. 대구공항은 습기로 후덥지근 하였다. 12시 40분 출발인데 점심을 먹기도 안 먹기도 애매한 시간이었다. 성인이가 배고프다고 하여 핫도그와 샌드위치를 사먹었는데 정말 맛없고 돈 아까웠다. 계획했던 대로 집에서 김밥이나 샌드위치라도 싸왔더라면 하고 후회가 되었다.
▲섭지코지 밤부터 남부지방에 폭우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에 잔뜩 걱정을 하였는데 제주공항에 도착을 하니 구름만 잔뜩 끼어있고, 바람이 좀 많이 불었다.
숙소인 한화 리조트는 절물 자연휴양림 가까이에 있다. 공항에서 약 40분 정도가 소요 되었다. 우리는 네비게이션이 없이 다니는데 렌트한 차에 네비게이션이 있어서 얼마나 수월하였는지 모른다. 대구공항에서 간단히 사먹은 점심으론 부족하여 콘도에 도착하자마자 집에서 가져간 라면을 삶아서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렌트카 회사에서 받아온 관광지도를 펴고 오늘은 '섭지코지'로 가보기로 하였다.
'섭지'란 드나들 수 있는 골목이 약 100m 내외로 좁다는 협지(俠地)에서 유래하였고, '코지'는 '곶'을 의미하는 제주방언이다.
입구에 도착하니 안개가 잔뜩 끼어 시야가 넓게 펼쳐지진 않았지만 그런대로 운치가 있었다. 주차를 하고 나니 어렸을 적 먹었던 커다란 핫도그가 보였다. 우리 넷은 모두 핫도그 하나씩 들고 점심에 먹은 샌드위치 보다도 더 흡족하게 먹으면서 섭지코지를 올라갔다.
▲ 분명 우리부부가 함께 낳은 자식들인데 남편과 아이들이 정답게 다니면 그저 고맙고 행복하다.
▲ 날씨가 좋았더라면 저 멀리 구불구불한 해안의 협소한 길들이 더 아름답게 보였을 것이지만 안개낀 바닷가의 경치도 나름 멋졌다.
▲ 성인이는 옥션에서 선글라스를 1만원도 되지 않은 가격에 하나 사서 온갖 폼을 다 내고 다녔다. 아이들이 어버이날 선물로 나에게도 비싼 선글라스를 사줬지만 흐린 날씨와 비로 인해 한 번도 써보지 못 하고 왔는데 성인이는 비가 오건말건 선글라스로 여행의 달콤함을 즐겼다. 청춘이 그래서 아름다운 거겠지?
▲ 제주엔 정말 말들이 많았다. 말띠인 혜인이가 반가운 모양이다.
▲ 협자연대 연대는 횃불과 연기를 이용하여 정치,군사적으로 급한 소식을 전하던 통신수단이었다. 봉수대와 기능면에서는 차이가 없으나 연대는 주로 구릉이나 해변지역에 설치 되었고, 봉수대는 산 정상에 설치하여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횃불을 피워 신호를 보냈다.
▲ 연대 위에 마치 두꺼비가 앉은 것 처럼 보였다.
▲ 드라마 '올인'촬영지 '섭지코지'는 드라마 '올인'의 촬영장소로 인해 더 유명해 졌나 보다. 여기저기 드라마 장면의 사진들이 걸려 있고 연인들의 촬영장소로 인기가 있었다. 우린 그 드라마를 보지 못 하여 교감하긴 어려웠다. 촬영장소에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 해서 그저 밖에서 바라보기만 하였다.
안개가 점점 짙어지더니 비가 되어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하였다. 우산과 비옷을 차에 그냥 두고 왔지만 지금 지니고 있지 않으니 무슨 소용이 있을까? 더 있고 싶어도 점점 굵어지는 빗방울을 피해 내리막을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하였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모두 비맞은 새앙쥐 가족이 되어 있었다.
▲ 삼나무 숲길 사흘 밤낮 숙소를 오가면서 보았던 삼나무 숲길. 비오는 삼나무 숲의 연초록은 광고 속의 화면을 달려가는듯 하였다. 사진의 한계가 아쉽다. 실제로 보는 '삼나무 숲'은 이보다 몇 백배 더 아름답고 울창하다. 안개가 잔뜩 끼어 시야 10m도 채 되지 않을 정도의 '삼나무 숲'길도 가보고, 이른 아침의 싱그러운 '삼나무숲'길도 달려 본 것은 숙소를 이 곳에 잡은 행운이었다. '삼나무 숲'길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같다.
▲ 아프리카 박물관 이튿날은 중문으로 가기로 하였다. '주상절리''천제연 폭포'를 먼저 둘러 보기로 하였는데 출발 때보다 중문에 도착을 하니 비가 너무 많이 내려 앞이 안 보일 정도였다. 계획을 수정하여 실내관광 코스로 잡기로 하여 지나치다 본 '아프리카 박물관'으로 갔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콘도에서 할인입장권을 사서 오는 건데 입장료가 8,000원이나 하였다. 할인권은 6,500원이면 살 수 있었는데 32,000원을 주고 보기가 조금 주저되어 발길을 돌리다 아프리카 박물관 정원으로 갔더니 이 곳도 구경할 것이 많았다. 정원은 입장료 없이 맘껏 즐길 수가 있었다.
▲ 조경이 잘 되어 있어 정원의 여러 곳을 구경하노라니 시간이 절로 지나갔다. 아이들은 진짜 사파리에 온 듯 바짓가랑이를 다 적셔 가면서 사진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 주상절리 비가 조금씩 약해지기도 하였고, 비옷과 우산을 쓰고 그래도 다녀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오늘은 모든 코스가 수정에 수정을 더해 갔다.
▲ 비옷은 잘 입었는데 비옷의 노란 물이 새로 산 가디건을 다 버렸놓았다. 다음에 비옷을 산다면 흰색으로 사리라.
▲ 이번 여행에선 희한하게도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오다가도 관광장소에 내리면 빗줄기가 가늘어져 여행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단지 운전하는 남편이 많이 힘들었지만.
▲ 신혼여행때 이 곳에 왔었는지 안 왔었는지 기억도 안 났다.
▲ 믿거나 말거나 박물관 우리가 제일 재미있게 놀았던 곳이다. 중문단지 근처 GS25에서 간단한 도시락과 김밥을 사먹은 후 심해진 빗줄기를 피해 건너편에 보이는 박물관을 선택하였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 웃고 소리지르고 신기해 하다 보니 사진 찍은 것이 별로 없었다. 할인 입장권을 준비하지 못 하고 들어갔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성인 1인 8,000원. 어린 아이가 보기는 좀 무서울듯... 우는 애기를 안고 나가는 엄마를 보기도 하였다.
▲ 오설록 뮤지엄 천제연 폭포를 들렀다 입장료 무료인 '오설록 뮤지엄'으로 갔다. 시야 몇 미터가 되지 않을 정도로 짙은 안개가 끼어 있었다. 괜히 이 곳으로 가자고 했나? 후회가 얼마나 되었는지 모른다. 전혀 보이지 않는 길을 네비게이션에만 의지하여 달렸다. 이번에도 거짓말 처럼 '오설록 뮤지엄'에 도착을 하니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멀리 초록색의 차밭이 펼쳐져 있었다. 아모레 퍼시픽에서 운영하고 있는 '오 설록 뮤지엄'의 정원조경과 세계의 찻잔이 있는 박물관,카페 등은 다른 나라 여행객에게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퓨전 국악도 잘 어우러져 보기 위한 곳에서 머무는 곳, 쇼핑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적합하였다. 녹차 시음과 함께 판매도 하였고, 그 외 아모레 퍼시픽의 상품들도 판매하고 있었다. 작설차를 할인행사 하기에 하나 사왔다. 마침 아모레 퍼시픽 회원카드를 지니고 있어서 적립도 하였다.
▲ 녹차 아이스크림 녹차 아이스크림 4,500원, 녹차 롤케익 한 조각 4,500원, 녹차 롤케익(조금 작음)15,000원 다른 아이스크림 가게보다 비쌌지만 뮤지엄의 무료입장을 생각한다면 비싼 것이 아니다. 아이스크림은 아주 맛있음.
▲ 부자가 닮았나? 울보 성인이가 언제 저렇게 컸나? 내일 모레면 군인 아저씨가 된다니.....
카페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후 산방산 탄산온천에 가서 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씻었다. 오후 7시에 입구에서 남자들과 만나기로 하고 온천에 들어갔는데 혜인이와 난 너무 좋아 20분이나 늦게 나왔다. 한 30분쯤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서둘러 나왔다.
숙소로 가는 길에 농협 하나로 마트에 가서 장을 보았다. 다음날 아침은 해물이 들어간 된장찌개로 정하였다. 된장찌개에 들어갈 호박,무,감자,파,멸치가루 등등은 짐에서 장만해서 숙소 냉장고에 넣어 두었기 때문에 두부와 해물만 사면 된다. 식구(食口)란 먹는 입이 있다는 뜻처럼 먹일 것을 장만하고 숙소로 돌아가며 즐거워 하는 나는 영락없는 주부였다.
파이 서비스가 종료되어 ▲ 트릭아트 뮤지엄 착시현상을 이용하여 명화와 그림과 함께 놀 수 있는 곳. 성인이의 연기가 가장 자연스러웠다. 남편은 처음엔 어색해 하더니 시간이 조금 지나자 아이들과 함께 그림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었다.
여행은 인생과 닮았다. 언제나 예견치 못 한 일들이 발생하고, 어떻게 대처해 나가느냐에 따라 여행의 모양새가 정해진다. 5월의 맑은 하늘과 바다 꽃이 만발한 제주를 예상하고 일정을 잡았으나, 우리가 여행한 딱 3일동안 비와 안개 구름이 잔뜩 끼었었다. 날씨가 좋지 못 하다고 우리가족 여행이 즐겁지 않은 것은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낭만의 제주를 보고 올 수가 있었다. 비와 안개가 연초록의 제주를 '비오는 날의 수채화'로 연출해주었다.
행복은 우리가 손 내미는 그 곳에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
|
출처: 풍경화처럼 원문보기 글쓴이: agenes
첫댓글 ㅎㅎ 트릭아트 뮤지엄이란 곳이 있었군요. 멋진 가족여행의 추억을 담아냈내요~
여행으로 충만된 기운으로 더욱 행복한 가정이 되시길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비가 많이 오는데도 여행을 알차게 한것같네요,, 가족과 함께 한 여행이 아드님 군 생활에 많은 힘이 되리라 생각 되네요,,
멋진 남자가 되어 돌아오겠죠?
마치 제가 여행을 간 듯 즐겁게 감상했습니다. 중간 중간 아녜스님의 멘트를 보며 저절로 웃음이 나오네요. 그리고 글을 잘 쓰셔서 너무 부러워요.
유채꽃은 못 보았지만 재미있게 잘 놀다 왔어요. 호야님 이야기가 훨씬 더 재미있어요. 바쁘시겠지만 자주 소식 듣고 싶어요.
열심히 노력해볼께요~~~
가족 여행 그것도 아들 군 입대를 앞두고 함께한 여행이기에 남다른 의미가 있었겠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아네스님 가족처럼 함께 여행할 수 있다면 가족 불화나 불통은 모두 사라지고 사회가 더욱 활기찰 것입니다.
아들 제대후 다시 여행하시면 더욱 의미가 있을거고요. 아들의 건강한 군대생활이 되도록 카페 회원들 모두 기원해 드릴겁니다.
감사합니다. 월요일 논산에 데려다 주었는데 어느새 녀석이 다 컸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