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님! 광장의 촛불이 밝혀 주는 환한 길을 가십시오.”
- 현 시국을 바라보는 젊은 국악인 202인의 입장 -
급기야 이 나라 국민들이 다시 광장으로 모였습니다. 정치인이 무너뜨린 나라를 국민들이 다시 일으켜 세우는 역사가 두 번 다시 이 땅에서 되풀이 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 영민한 국민들은 어김없이 제 몫으로 주어진 주권을 한층 정교하게 행사하고 있습니다.
본성이 착하고 아름다운 백성인지라 겨우 촛불 하나씩 들었을 뿐이지만, 의지는 굳세고 표정은 엄중하여 벌써 한 달을 훌쩍 넘기기까지 광장의 촛불은 단 하루도 꺼지지 않습니다. 이 통탄스러운 난국의 끝 지점에 이르기까지 광장의 촛불이 꺼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4.19-5.18-6.10으로 이어지는 국민항쟁의 뜨거운 역사가 명확하게 입증하고 있습니다.
하오니 이명박 대통령님. 이 국민들이 베푸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마십시오. 남의 나라 축산업자들의 이익을 앞세워 자국민의 생명을 저당 잡히는 어처구니없는 과오를 속히 거두어 들여야 합니다. 국민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대통령이 아닌 섬기고 보듬는, 대통령 본래의 자리를 찾아가야 합니다. 진퇴양난의 미로를 버리십시오. 지혜롭고 성숙한 국민들이 밝혀주는 저 환한 길로 그저 뚜벅뚜벅 걸어가십시오. 머슴이 주인에게 무릎 꿇는 일이 뭐 그리 부끄러운 일이겠습니까? 결국 국민의 생명을 보위하는 대통령 본연의 임무를 다하는 일인 것을, 이미 전 세계인들의 조롱거리가 되어버린 어리석은 쇠고기 협상의 과오를 인정하고 되돌리는 일이 뭐 그리 어려운 선택이란 말입니까? 다행히 대통령이 내팽개쳐 버린 국가의 자존을 광장의 촛불이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있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이명박 대통령님. 국민 앞에 진심으로 무릎을 꿇으십시오. 진퇴양난의 정국을 돌파할 지혜를 제발 국민에게 물으십시오. 그 것 말고 이 정부가 생존할 다른 방법은 도저히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 정부가 보여주는 행각이 참으로 개탄스럽습니다.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30년 전 개발독재의 삽자루를 국민 손에 거머쥐게 하여 오천년을 흘러온 물길을 임기 내에 아낌없이 망가뜨릴 작심인 이 정부는 겨우 촛불하나 들고 서 있는 광장의 국민들에게 20년 전 군사독재의 습성을 빌려와 폭력적 탄압과 물리적 파괴를 과잉 행사하는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습니다. 먹이 감 물어뜯으려 덤벼드는 들개들 마냥, 군화발로 짓이기고 물대포로 짓밟고 방패로 찍어댑니다.
우리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 몸과 영혼을 이토록 처참하게 짓이긴 성과로 이 나라의 대통령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도대체 그것이 무엇입니까? 국민을 이처럼 패륜아 다루듯 얕잡아 다루어야 획득할 수 있는 대통령의 존엄과 권위란 도대체 어디에서 유래된 것 입니까?
이 민족의 역사와 면면히 동행해온 음악을 붙잡고 한평생을 깊은 시름으로 살아가는 우리 젊은 국악인들은 현재 이 나라가 앓고 있는 아픔과 상처를 깊이깊이 보듬습니다. 나라의 평화와 번영이 우리 음악의 착상이었고, 백성들의 희노애락이 우리 가락의 본체였듯이, 젊은 국악인들은 광장의 국민들과 같은 호흡을 나눌 것입니다. 촛불과 더불어 같은 밤을 지새울 것입니다. 촛불의 광장에서 축제처럼 뿜어져 나오는 온갖 아름다운 사건들을 한 틈도 놓치지 않고 우리의 가락으로 빚어 낼 것입니다. 그리하여 후세들이 오늘의 이 축제를 자랑스러운 기억으로 되새길 수 있도록 낱낱이 기록 해 둘 것입니다.
이것은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마땅한 본연이기도 하지만, 국악이 그 이름에 값하는 민족의 가락으로 이 나라의 역사와 더불어 더 멀리 흐르기 위한 유일한 선택이기에 그렇습니다.
이 나라 젊은 국악인들은 이러한 뜻을 한곳으로 모아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1. 국민들의 평화적인 촛불집회를 폭력적으로 진압하고 강제연행한 정부의 불법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경찰을 대국민 폭력 집단으로 폐위시킨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합니다.
2, 국치수준의 한미쇠고기 협상 경위와 진상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규명하고, 관련 책임자의 문책은 물론 전면 재협상을 요구합니다.
3. 이명박 대통령은 이 모든 책임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는 수준의 용서를 구할 것이며, 전향적이며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합니다.
2008. 6. 7. 현 시국을 바라보는 젊은 국악인 202인 일동
- 젊은 국악인 202인 (가나다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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