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된 지 어언 10년.
주말 저녁 홀로 절간 같은 집에서 밥 챙겨 먹기 귀찮아, 모처럼 동네 상가 식당에서 설렁탕으로
저녁을 때웠다.
집으로 돌아가다가 입이 텁텁해 커피 픽업하러 상가 1층 모퉁이에 새로 오픈한 커피점에 들렀는데,
아담한 가게에 사람 왕래가 적은 한산한 곳이라 손님이 없었다.
커피 포장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와중에 주인인 듯한 여인이 커피를 준비하는 서툰 몸 동작이 눈에
들어와 한 마디 던져봤다.
"오픈한 지 얼마 안되나 봐요?"
"네...일주일 됐어요."
약간 허스키한 목소리의 처음 정면으로 본 그녀.
마스크로 얼굴 대부분을 가렸지만, 쉰 중반 정도 됐을 듯 싶다.
마스크를 착용해 눈밖에 볼 수 없었지만, 서글서글한 눈매와 짙고 긴 눈썹...오래전 외국 영화에서
봤던 묘한 매력을 지닌 어떤 여배우와 비슷한 이미지였다.
희한한 게 눈 아래 부분 역시 그 여배우와 닮았을 거로 맘이 움직인다.
"미인이고 아니고"를 떠나 뭔가 가슴속에 잔잔하게 울렁이는 설렘의 느낌.
아 이런 기분 10년 만인 것 같다.
가정이 있는 여자인지, 아닌지 그런 거 따질 상황이 아닌, 그냥 순간 느낌이 울렁했다.
커피를 즐겨 마시진 않지만, 집 앞 아파트 상가라 집에서 저녁 먹고 동네 산책하며 편하게 그녀
가게를 가끔 찾게 됐고, 밋밋하고 적적했던 홀로 일상에 "소소한 재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날은 늦게 퇴근해 집에서 저녁을 먹고 날이 포근해 산책 겸 동네 한 바퀴 돌고 그녀의 가게로
향했다.
오늘은 픽업이 아닌, 작은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게 됐는데, 늦은 시간이라 손님이 없어 주방에
있는 그녀에게 몇 마디 건넸다.
"이런 가게 운영한 경험이 많지 않지요?"
"아...네 직장 생활하다가 퇴직하고 처음 시작한 가게에요. 아직 서툴러요...호호호"
웃음기 띈 서글서글한 눈매가 은근 매력적으로 비친다.
묘한 눈 웃음으로 날 대하는 그녀.
혹시 인상 좋은 내 모습에 그녀도 좀 울렁하지 않았을까...ㅎㅎ(아...또 오바한다)
"곧 익숙해지겠죠"..."이 동네 오래 살아서 잘 아는데 점점 장사가 잘 될 겁니다"
"아저씨랑 맞벌이 하시니 부럽네요...하하하"
"....아...네..."
그녀의 답에 뭔가 "뉘앙스"가 느껴졌지만, 대화는 여기까지였다.
며칠 후 인기 스포즈 중계가 있던 늦은 밤 치킨이 댕겨 앱으로 주문을 했는데, 대기 시간이 한 시간
이상 걸린다 해서, 상가에 있는 치킨 가게에 픽업 하러 갔을 때다.
그녀 가게가 있는 상가에 치킨집이 있어 겸사겸사 그녀 가게를 살짝 돌아 걸었다.
늦은 시간이라 간판은 꺼져 있었지만, 청소하느라 가게 안은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밖은 어두워 안에서 밖이 잘 안 보일 거로 생각하고 가게 앞을 지나며 슬쩍 안을 들여다 봤다.
홀을 청소하는 마스크를 벗은 그녀를 본 순간...
허..헉...!!... 아...대박!!
아...뭐라 표현할까...너무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마스크에 가려진 그녀의 "맨 얼굴" 이미지가 확연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예쁘고 안 예쁘고의 이유가 아닌", 내가 상상했던 이미지가 전혀 아니었기에, 당황스러운 맘이
쉬이 가시질 않았다.
작년 마스크 해제 전 일인데...무료했던 일상에 소소한 재미가 사라진 기분에 좀 아쉬웠지만, 한편으론
아직 "설렘, 끌림의 풋풋한 감성"과 "대쉬 본능"이 살아 있다는 느낌에 희망과 위안을 얻었다...^^
그리고 며칠 전 오랜 만에 찾은 그녀의 가게.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오랜 만에 오셨네요"...호호호
오래 전 이별한 남자 만난 듯 반갑게 맞아주는 그녀.
헉...그런데 그녀가 다시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처음 가게를 찾았을 때 그 모습 그 느낌 그대로다.
아....별 것 아닌 "마스크 하나"가 순박한 중년남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할 줄이야...
그녀를 보며, 메말랐던 "연애 감정 근육"이 자극을 받아, 올해엔 이것저것 재지 않고, 마음이 튼실한
인연 만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첫댓글 ㅎㅎㆍ 완전 공감입니다.
아이 픽업하러 교문 앞에 오시던 눈매 고왔던 고상한 할머니, 마스크 벗은 얼굴보고 허걱 했던 기억이. ㅎㅎ
2년 반 동안 코로나 기간 후 마스크 해제되는 날.
마스크 벗고 출근하는데, 왠지 "벌거벗은 느낌"이랄까...
다시 마스크를 쓰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답니다.^^
비록 마스크를 했지만 눈매와 목선이 고운 미인형이군요!
굳이
삶방에다 그녀의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안 바도 비됴! ㅋㅋ
잘 해보소~마!
사진의 마스크 여인은 실제 동네 커피셥 여인이 아닙니다.
초상권 침해 소지가 있어, "탈랜트 사진"을 올렸습니다.
누군지 다들 모르시는 것 같아요...ㅎㅎ
@세븐힐스 낚였네 ㅠ
아주 재밌고 반전이 있네요
마스크쓰면 모두 젊고 미녀로 보이는건
남자들에게 공통적인 시각인것 같습니다
아마 우리 남자 분들은 코로나 기간에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하셨으리라 생각해요.
벌써 1년이 지난 시절이라 이젠 아련한 추억으로 남는 것
같습니다...~~
마스크 미인이야기는 많군요
우리동네 제과점 주인분의 이야기와 비슷한
그래도 정감있는 모습이 좋습니다
미인의 요목조목 이뻐야 한다는건 알지만 어렵네요
일상의 소소한 애피소드를 섬세한 감각으로 표현해 봤습니다.
가끔 우리들의 삶에 흐뭇한 얘기, 때론 마음 아픈 얘기 등 마음을
울렁이는 주제로 찾아 뵙고 싶어 첫 글 올려봤습니다..^^
한국 여인들 특히 눈화장을 잘 해서 그런
경우가 많은 듯해요 ^^
제가 머리를 깎는 곳 여주인도 비슷해요
마스크를 벗는 순간 좀 허탈(?)했답니다.
희한하게 우리 나라 여인들은 젊으나 중년이나 마스크 미인이
많은 것 같습니다.
코로나가 끝났는데, 아직도 마스크 쓴 여인이 전체의 15% 정도는
되는 듯 싶어요.
아마 여름이 올 때까지 계속 쓰고 다니지 않을까 생각해요...ㅎㅎ
참 로맨틱한
소소한 일상
삶에 짧은 행복감
이해함니다
쉰 중반을 넘기니, 이젠 일상의 소소했던 흐뭇한 일이 "의미 있는
행복"으로 느껴지니 익어가는 완숙미를 느끼곤 합니다.
작은 거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넉넉함, 여유가 생겨 참 좋게
생각해요...^^
@세븐힐스 마스크
여인에 정체를 물어보세요
@제이정1 마스크 벗은 모습을 본 후...
제 마음은 그냥 동네 커피셥 여주인과 손님으로 남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설렘, 끌림의 감정은...그냥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어요...ㅎㅎ^^
마스크 미인 잠시설레임도 행운 입니다
커피셥 여인 때문에 그동안 말라 있던, 설렘의 감정이 다시 살아 난
흐뭇한 시기였습니다.
또한, 시들어 가던 "연애 감정 근육"도 다시 꿈틀 대는 흐뭇했던 시간
이었습니다.
푸석했던 얼굴도 윤기가 자르르 흘렀지요...ㅎㅎ
네~~어제 밤 ~꿈이 날아 갔어요
꿈은 날아갔지만, 다시 살아난 대쉬 본능이 그나마
위안을 줬습니다...ㅎㅎ
좀 더 행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스크 그 너머의 모습이 궁금 하다 ㅎㅎ
한 동안 설레게 한 그녀
감사 한 일이죠
마스크 속에 숨어 있던 그녀의 모습...
아...
미모를 떠나 상상 외의 모습에 충격을 좀 받았습니다...ㅎㅎ
전 아직도 마스크 꼭 쓰고다닙니다~~
제가봐도 마스크쓴모습이 나은것 같으니요~~
전 마스크 쓴 모습이나, 안 쓴 모습이 별반 다를 게 없다고 하더군요.
시골서 농사만 짓다 막 상경한 노땅 처럼...검게 그을린 피부며, 추레한 모습이
마스크로 가릴 수 없다는 말을 종종 들어요...ㅠㅠ
(농담 반, 진담 반...ㅎㅎ)
미인 같은데요?
얼른 좋은 사람 만나셔서..
행복한 나날이 되시길 빌어봅니다.
마스크 썼을 때, 곱고 우아한 멋이 느껴졌어요.
마스크 벗은 맨 얼굴 모습은....
차마 표현하지 못 하겠어요...ㅎㅎ
마스크 쓴 그녀의 모습은ᆢ
아주 굿인데요 ᆢㅎ
마스크 쓴 모습은 직입니다...ㅎㅎ
너무 바라는 게 많았던, 쥐뿔도 없는 제가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화른 자주 해보세요
그러다 보면 익숙해져서 마스크와 상관없이
두근거릴겁니다
그냥 잠시 스쳐 지나간 인연은, 지나간 대로 의미를 두기로
했습니다.
아직 새털 같이 많은 날, 차분하게 새로운 도전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ㅎㅎ
연애 감정의 근육을 꿈틀거리게
해 준 그 여인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을 듯요
오늘
공항에서
아들같은 젊은 청춘을 보고
죽고 없으리라 생각했던
세포의 움직임을 느끼며
부끄러워 비시시 웃었죠 ㅎ
처음 본 소녀의 하얀 팔이
평생 지평선이 된 사람도 있듯
모습이 아름다우면 평생 가고
말씨가 고우면 사흘?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봄비 같은 글 잘 읽었어요
60이 넘어도 설렘, 끌림, 울렁임 등 풋풋했던 시절 즐겨 느꼈던
감정들을 어느 정도 잃지 않고 유지하시는 분들은 얼굴 빛이
환하고, 윤택한 것 같습니다.
연애 관련 감정이 아주 메마른 분들은 얼굴이 푸석하고, 까슬까슬한
느낌이 들더군요...ㅎㅎ
여인들은 60이 넘어도 몸은 익었지만, 소녀시절 간직했던 청순한 울렁임, 감성을
지닌 분들이 적잖이 계신 듯 합니다...^^
마기꾼이라고 ㅎ 마스크에 속은 남녀들 많지요 그래도 눈 웃음이 아주 매력적입니다
운선 님은 절대 마기꾼이 아니란 걸 단 한 줄의 댓글에서 느껴지네요...ㅎㅎ
봄 비 내리는 불금 밤...
운치 있는 시간 보내셔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본문 글에 미인이란 단어는 없었는데...ㅎㅎ
마스크 쓴 그녀가 외국 영화에 나오는 제가 선호하는 어느 여인과 닮아
끌림, 설렘을 느꼈다는 내용입니다.
마스크를 벗었는데, 그 배우 이미지와 너무 달라 충격을 먹었다는 얘기에요.
참고로 전 외모보단, 튼실한 내면을 더 중시하는 스탈이여요...ㅋㅋ
새털같이 많은 날...그거 믿어도 되나요?
하루는 길고 1년은 짧다하니
연애근육 느슨해지기 전에 대쉬본능에
충실하시라 응원 드립니다~
겨우 얼굴 하나인데
반반이 그리 다르다니...
겨우 눈 코 입인데
어쩜 그리 다를까요?
얼굴 다 젖혀놓고
귀밑머리조차 이뻐보여지는 능력자...
없을까요? ㅎㅎ
마스크 쓰고, 안 쓰고... 느낌이 다를 수 있다는 사진을 예로 들어 봤습니다.
인터넷에 있는 사진입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셔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3.23 22:52
저두 글케 실망하구 놀랜적 있어요~~눈매만 나온 얼굴이 넘 예뻤던 사람~~벗은 얼굴 보구 깜놀~~한동안 진정이 안되더라구요~~ㅋ
ㅎㅎㅎ 마스크 미인.. 학생들이
특히나 마스크안 벗고 있었다네요.
학생이라 감수성 예민해서 애들 끼리 하는 얘기에 상처들 받곤 하나봐요.. ㅎㅎ
애들은 장난이 심하니까요.~~^
저도 작년 마스크 해제 되는 날.
출근 길에 마스크를 벗고 길거리에 나왔는데...
왠지 벌거벗고 길거리를 거니는 기분에 상당히 어색했답니다....ㅎㅎ
벌써 1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아주 가끔 출근 길에 마스크를 찾는 일이
있습니다....^^
잔잔하게
울리는 울렁이는 설렘의 느낌
쉽지않은 마음이기에 글로 표현하신듯 합니다
전 10년이 지나도 울렁임, 설렘, 끌림의 감정을 잃지 않고
간직하려 합니다.
감성적 감정은 노화를 조금 더디게 하는 작용을 하는 것 같아요
느낌 상 동안이신 지인 님...
아름다운 봄 날 운치 있게 보내셔요...^^
전 마스크 벗으니
마스크 때문에 손해보시겠네요.
하던데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