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9대 대통령 윌리엄 헨리 해리슨은 당선에 이미지를 적극 활용한 인물로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서민적인 이미지를 내세워 당선되었지만 그의 집안은 아버지는 건국의 아버지들에 속할 정도로 미국 최상류층 집안이라고 봐도 좋았습니다.
그러나 그가 대선에 도전할 때쯤이면 미국은 비록 백인 한정, 남성 한정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었지만 빈부, 지위를 초월하여 투표권이 주어져 있었기에 소수에 불과한 부유층 표가 아니라 다수 서민들의 표가 중요한 시기였기에 서민 맞춤 전략을 택한 것인데 그와 관련되었는듯한 일화 하나가 있습니다.
해리슨은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황당하게도 재임기간이 1개월밖에 되지 않는 미국 역사상 최단명 대통령으로 유명한데 이는 그가 취임식에서 벌인 만용 때문으로 그는 자신이 과거 전쟁영웅으로서 전장터를 누비고 다니던 모습을 국민에게 각인시키고 싶었는지 그의 취임식은 춥고 비가 내리는 날이었지만 그는 외투를 사양한 채 취임식을 진행했습니다. 이게 젊은 사람이고 취임식을 빨리 끝냈다면 모를까 해리슨은 당시 68세로 역대 대통령중 최고령이었으며 그의 취임연설도 1시간 40분이나 되었습니다.
당연히 해리슨은 병에 걸렸고 이게 그의 죽음을 부르고 말았는데 이야기는 이렇게 해리슨이 투병중에 있을 때 일입니다. 어느 날 웬 농부가 해리슨을 만나고 싶다며 비를 맞아가며 백악관을 찾아왔습니다. 그를 먼저 만난건 그의 집사였는데 집사는 그의 행색을 보고 언짢았는지 대기실에서 기다리게 하고 해리슨을 만나게 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일이 해리슨의 귀에 들어갔고 이에 해리슨은 집사에게 왜 손님을 따뜻한 곳에 모시지 않았느냐고 혼을 냈고 이에 집사가 그 농부의 신발에 진흙이 묻어 응접실에 있는 카펫이 더러워질까봐 그랬다고 해명했는데 이 때 해리슨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도 국민의 한 사람 아닌가. 카페트는 물론 이 집도 국민의 것이다."
그러고는 투병중인 몸에도 불구하고 몸소 농부를 대접하였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겠지만 그의 집안은 귀족집안이나 다름없었고 본인은 투병중인 상태였으나 별볼것 없는 농부를 확실하게 한 사람의 국민으로 여기고 있었으며 마땅히 국민으로서 대접을 받아야 함을 강조하며 자신이 직접 대접했습니다. 건국 직후만 해도 초대 재무장관인 알렉산더 해밀턴이 "민심은 천심이란 말이 있다. 널리 인용되고 사실로 믿어지는 것과 달리, 이 금언은 사실이 아니다. 군중은 난폭하고 변덕스러워, 올바르게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이 드물다." 라는 말을 했던걸 감안하면 이 일화는 친서민 이미지, 친서민 행보가 중요해진 시대를 잘 보여주는 모습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