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6에 대보름맞이 먼천달을 온수달에서 6:30에 출발하는데, 약 40km란다. 내 '능력'으로서가 아니라 내 '처지'로서는 조금 짧은 것 같다. 어떡하나? 그렇지! 노포동에서 세병교까지 뛰어가면 조금 더 연습 효과가 있겠지! 얼마쯤 될까? 퇴근 길에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10km이란다 그러면 합이 50km, 쬐께 더 낫네!
노포역에서 5시에 출발한다고 가정한 다음, 두 시간 전에 식사를 마쳐야 한다기에 3시에 일어나 설렁탕면을 하나 후다닥 끓여먹고 4:30에 집을 나섰다. 택시로(4천원) 노포역에 도착하여 나홀로 스트레칭을 하고(역시 아무도 따라하는 이 없었음) 5:10에 깜박이를 켜고서 힘차게 출발했다. 남들은 곤히 잠들어 있을 시간에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뛰는 기분!
어떤 페이스로 뛸까? 오늘은 장거리이니, 풀코스 페이스보다는 울트라페이스로 뛰어야겠다. 울트라페이스는 첫 경험이다. 잘 될까? 평소에, 울트라 페이스에 일가견이 있는 '민뻬뼤'의 역주동작을 눈여겨 보는 건데 ... (뻬뼤는 페폐가 경음화 된 것이고, 또 페폐의 말뜻은 페메할 끼라고 나섰다가 엉뚱하게 폐만 끼치는 이에게만 붙는 별호임) 훤히 꿰뚫고 있는 코스라 지극히 편안한 맘으로 달렸다.
6:00에 도착. 수달장군 등과 반갑게 조우한 다음, 여러 어르신들의 호기심어린 눈길 속에서 한 무리가 곧 출발. 동래구까진 우레타늄바닥이 깔려 있어 달리기가 훨씬 편안했다. 동래역, 부산대역 등에서 하나 둘씩 주워담은 다음(윤경님 버젼) 구서동역을 끝으로 지상구간으로 엎했다. 그런데, 각 역사밑의 복개구간을 지날 때는 역한 냄새가 제법 난다. 그래서 수달장군에게 어리석게도, "와 이래 머리가 아프노?" 하니, " 난 괜찮은데..." 하면서 애써 외면하고 만다. ㅋㅋㅋ
또 금정구로 들어서자, 발 뒤꿈치의 충격이 뒷통수를 그대로 때리기 시작한다. 와 이럴꼬? 그런 지경이니, 자꾸만 처진다. 이럴 리가 없는데 ... 힘겹게 힘겹게 철마삼거리에서 유턴하여 금정구장으로 돌아온 다음, 정대우 선생에게 물어보니, 이 신발로는 장거리를 할 수 없단다. 김해숲길에서 기념품으로 받았던 신발이다. 김병호 고문은 아예 뛰질 마란다. 그런 이야길 들으니, 부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뛰고 싶은 마음이 화악 다 사라져 버린다.
칼국수로 허기를 메운 다음, 동네에서 시설이 잘 되어있는 '명곡하와이'로 가서 냉탕마사지를 오래 했다. 그런 다음, 찜질방에 고단한 몸을 뉘이니, 억울해 죽겠다! 분해 못살겠다!는 생각이 번갈아 떠오른다. 그간 연습한 걸 생각하면 겨우 30km에 이러다니 ... 안되겠다. 대우 선생이 말한 '에어 줌'을 하나 사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니 잠시라도 지체할 수가 없다.
사직동 전문매장에서 이쁜 새 신발 하나를 사고서(쌕쌕이라는 이름을 부여했음), 새 신발 길들이기도 할 겸 다음 날(27일), 나홀로만의 먼천달을 하기로 맘 먹었다. 어디로? 집(서창)에서 통도사까지 갔다오기로 했다. 마라톤에 입문하기 이전에는 트랙킹으로는 두번 갔다온 길인데, 걸어서도 몇 번 쉬어갔던 먼 길이다. 그러니 완주할 수 있을런지... 걱정이 앞선다.
이른 8시. 집을 나서니, 비가 제법 세차게 온다. 우짜꼬? 한 10분쯤 갈등에 빠졌더랬다. 불현듯 우리 회장님이 생각난다. 이 까짓 것 ... 방수 잠바를 걸쳐 입고, 7번 국도로 들어서니, 비가 더 거세진다. 게다가 대형 차량이 몰고온 비바람이 만만찮다. 빗물 때문에 시야까지 흐려진다. 전문 매장엘 가면, 안경에 다는 윈도브러쉬는 없을까? 용당까지 약 4km만 뛰면 위험한 국도를 벗어날 수 있다.
그러니, 오늘 구간은 서창 - 용당 - 고연공단 - 검단마을 -(A) 오작(상작, 하작) -(B)삼동 - 삼남 - 신평 이다.(A는 15도 경사의 얕으막한 길이 약 500m쯤, B는 25도 경사가 7-800m쯤) 도착후 택시 기사들에게 물어보니, 25, 28, 30, 34km 등 제각각이다. 근데 나는 28km를 지지하고 싶다. 앞서 말한, 용당마을에서 국도를 벗어나면 왕복 2차선이지만,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다. 도로 양쪽은 풍요로운 논밭이거나 아담한 야산이 계속된다. 그러니 공기는 아주 맑은 셈이다.
이전에는 B고개가 아주 힘들었는데, 먼길을 달려왔으면서도 단숨에 차고 올라가진다. 게다가 내리막길에는 스피드를 내봤는데도 쿠션이 좋은 '쌕쌕이'인지라 충격이 전혀 없다. 기분이 째진다. 동반주해 주는 이 없어도, 바람과 맑은 공기 또 풍요로운 들판이 내 친구들이니 적적할 일이 없다. 울트라 페이스이니, 힘들 일도 없다. 신평 주차장에 도착하니 12:10. 딱 네 시간 걸렸네!
찜질방엘 가서, 육개장으로 점심을 때운 다음, 냉 온욕으로 몸을 충분히 풀어줬다. 2시에 되돌아 가려고 문을 나서니 약간 갈등이 앞선다. 어제 30km 또 오늘도 30km! 이만해도 안 되겠나? 라고 ... 안되쥐! 충분한 연습은 실전에서 고통을 그만큼 줄여준단다.
명절이라서 그런지, 주로에 차량이 한적하다. 한 2년만에 와보는 길인데도, 별로 변한 건 없다. A고개를 지나기 직전에는 조그만 저수지 옆에 전원주택이 고고한 자세로 독야청청, 홀로 멋지게 들어서 있다. 집은 옛 정자식으로 지어져 있고, 정원 잔디밭에는 간이골프장이 만들어져 있으며 또한 텃밭도 깔끔하게 가꾸어져 있다. 이제 A고개를 넘을 때, 힘든다는 생각이 조금 난다. 그래도 쉬어갔으면 하는 생각은 아니었다. 효마클에 가입한 후, 주력이 많이 는 것 같다. 올 때나 갈 때, 모두 두 번씩, 가게에 들러 음료수를 보충한 다음, 약 1-3분간 스트레칭을 하였을 뿐이지 조금도 쉬거나 걷질 않았다.
고연공단을 지나니, 5:30분쯤. 음료수 마지막 보충하러 어떤 가게엘 들렀다. 몹시 지친 모습으로 물을 들이키니,
주인 : 어디서 옵니까?
나 : 서창에서 통도사 갔다 옵니다.
주인 : 에~ 엑!(이런 짐승이 있나?)
그 뒤론 평상에 앉아있는 나의 장딴지를 무례하게도 함부로 점검해 보는 등 의구심 반, 경외심 반의 눈초리로 일관한다. 고연공단을 지나니 서창이 저 눈 너머로 보이는데, 이걸 어떡하나? 그만 뛰었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래도 고지가 저긴데 예서 멈출 수야 없잖은가? 젊은 나이를 눈물로 보낼 수야 없지 않은가? 명곡하와이로 들어서니, 6:10쯤.왕복 모두 구간을 약 4시간으로 등속주를 했다면, 그런 게 큰 수확이다.
즉, 요번에는 부산에서 울산으로 가는 방향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용당에서 좌회전하여 통도사까지 왕복 60km였는데, 이제 다음 주말에는 용당에서 우회전해 볼 작정이다. 정확한 거리는 알 수 없지만, 온양과 남창으로 이어지는 길이다.(마치 웅촌에서 양동까지 이어지는 회야댐코스와 같은 성격임) 그렇다면, 용당을 기준으로 통도사를 제1반환점 그리고 남창을 제2반환점으로 삼아 먼천달하게 되면, 울트라를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가근방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훈련코스라 여겨진다. 공기 좋제! 차량 적게 다니제!
첫댓글 교수님, 제주 울트라 준비 하신다고 고생이 많으십니다. 부디 몸 조심 하시고 편안한 달림의 길을 가시길 바랍니다. 너무 무리하지 마시옵고 옥체를 보존 하시옵소서.
교수님! 제주5인방의 막내입니다. 실전주는 그만하면 충분한 듯 하옵니다. 이제 남은 기간 컨디션 조절만 잘 하시면 되지 않을까요? 김동국 교수님 힘! 입니다요.
요즘 우리 회원님들 왜 이러 십니까? 전 개인적으로 20km이상 뛰어본 것이 6개월도 더 되는데, 암튼 다들 훌륭하십니다. 회장님 교수님.. 저도 언젠가 비슷한 그룹에 들것을 기대합니다.
10일 울트라라면 60키로주 한번 하셨으면 충분하신것 같습니다. 거리를 확 줄이시고 편안하게 평소대로 하심이 좋을듯 합니다. 힘을 저축하셔야됩니다. 교수님 히~~~~~~~~~~임!
독달의 수준이 가히 도통의 경지에 이른것 같습니다(^0^),동구기 교수님!힘!!!
ㄷㄱ교수님! 화이팅! 존경스럽습니다. 주로에서 뵙길....
교수님! 아니 ,교주님이라 해야할까 ? 10 ~20에서 버벅거리는 저희 하수그룹도 마니챙겨주세요 . 몸보존 잘하시고 제주울트라,,, 성공하시리라 굳게 믿사옵니다 .
이제 제주울트라를 위해 무리하지 마시고 마무리만 잘 하시면 교수님의 목적은 무난히 달성되리라 봅니다. 교수님! 힘!!
아이고,교수님 저는 포기할랍니다. 교수님만 믿고(중도 동반포기)있었는데..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