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이야기]玄關(현관) 깊고 묘한 이치에 드는 관문
건물의 출입문이나 따로 달아낸 문간을 일러 '현관'(玄關)이라 한다. 한식집에서는 대개 '대문'이라고 하고 양식 건물이나 아파트의 문을 일컬어 현관이라 한다. 이 말이 원래 어디서 왔는가 살펴보았더니 불교에 근원을 두고 있다. 현관이라는 말은 불경 가운데 '구사론송소'(俱舍論頌疏) 등에 나오는 말로 현묘한 교에 들어가는 관문을 말한다. 불교에서는 玄關(현관)을 '깊고 묘한 이치에 드는 관문(關門), 보통 참선으로 드는 어귀'를 이른다. 또 선사(禪寺)의 작은 문을 일러 현관이라 한다.
이런 현관이 어떻게 주택의 입구를 뜻하는 말이 되었을까. 일본에서 나온 자료를 참조하니 그 연원은 중국에 있다. 불교가 들어온 뒤 후대에 중국에서는 선사의 문뿐만 아니라 서원(書院)의 입구를 현관이라 하였는데 유현(幽玄)한 논담(論談)이 오가는 방에 들어가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비유한 것이라 한다.
서원의 명칭은 당(唐)나라 현종(玄宗) 때 궁중에 있던 서적(書籍)의 편수처(編修處)이던 여정전서원(麗正殿書院)ㆍ집현전서원(集賢殿書院)에서 유래한 것임을 감안한다면 아마도 당나라 때에 그러한 풍습이 생겼던 모양이다.
이것이 일본에 건너가 서원 건축의 한 양식이 되었고 나중에는 가옥의 일반시설이 되어 단순히 집의 입구만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고 한다. 그 후 일제강점기에 일본식 가옥이 우리나라에 세워지면서 현관이라는 말도 널리 퍼지게 되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사를 지내는 사우(祠宇)와 유생을 가르치는 서재(書齋)를 함께 갖춘 서원이 등장한 것은 조선 1542년(중종 37년) 경상도 풍기군수 주세붕(周世鵬)이 세운 백운동서원이 처음이다. 이때는 유교가 판을 치는 세상이라 서원 입구를 현관이라 부르는 중국 풍속을 따르지 않았던 듯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궁궐의 외문(外門)을 말할 때 '대문'이라 하였으니 동대문, 남대문, 서대문이 그것이다. 이를 따라 일반 주택에서도 '대문'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玄은 검다, 그윽하다, 關은 빗장, 관문을 뜻한다.
출처:전남일보 정유철 기자의 한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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