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다는 것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 한다. 허나 태어나 자라면서 원형에서 점점 멀어져 간다. 가리고, 감추고, 덧대고, 꾸미고. 그걸 교양이라 하지만 기저귀를 차던 시절보다 내리닫이를 입고 지내던 시절이 인간의 원형에 더 가깝다고 해야겠다. 왜냐하면 가림 없이 드러내고 지내기 때문이다. 몸도 트고 말도 트고, 물론 방귀도 트고 말이다. 아아, 그 시절이 그립다. 언제까지 싸매고 긴장하면서 살아가야 하나.
엊그제엔 노래동호회에서 한나절 즐겼다. 그 내용을 게시글로 공개하면서 다음엔 강릉의 노래방에 들러보리라 했더니 강릉에 사는 어떤 여성회원이 화답하기를 '빨강 내리닫이 사놓고 연락하겠노라' 했다. 그렇다면 대어(大魚)가 물린 게 아닌가? 마른 봄판에 한참 동안 설렐 일이다.
카페생활을 하노라면 참 조심스럽기도 하다. 어찌하면 호감을 사는 것인지, 그보다 오해라도 안 사려면 어찌해야 하는지, 방귀야 그렇다 치더라도 말은 터야 하는지 경어만 써야 하는지, 글은 길게 써야 하는지 짧게만 써야 하는지, 눈높이는 누구에게 맞춰야 하는지, 화제(話題)는 신변잡기에 그칠 것인지 고답적인 이야기도 풀어쓸 것인지. 그런 것 보다 스스럼없이 밥이라도 한 번 먹자고 청해도 되는지...
낚시 줄 드리우고 기다릴 게 무어냐. 머잖아 벚꽃 만발하다가 바람에 휘날리려니, 가까운 벚꽃축제장에나 들려 낙화라도 쥐어 보아야겠다.(
첫댓글 빨강내리닫이가 뭔지 모르겠지만서도,
그게 그렇게 설레이신다니
선배님은 아직도
청춘현재진행형!이십니다..
설레는 맘 느껴본 지가 언젯 적이었던가 가물 가물하니..ㅠ
제가 헛물 켜는거 맞겠죠?
그래도 기대를 해봅니다.
밑져야 본전이니까요.ㅎ
참 소박하십니다.
꽃봉오리는 그만두고라도 활짝 핀 꼿도 아닌
낙화를 쥐어보시겠다니...
선배님 즐거운 저녁 되세요...
그런가요?
넘어가는 담장이 꽃봉오리를 쥐면
피지도 못하고 묻힐테니~
참 별게 다 감동받나 봅니다 낙화는 저 혼자 가만 있는데 웬 봉오리니 활짝 핀거니 하며 낙화의 존재감을 들었다 놨다 하십니까
내가 원하여 된 낙화도 아닌데 서로를 마주 봐주며 삽시다~
@운선 그럼요.
내리다지 입던 시절은 꽃봉오리도 꽃도 낙화도 아닌
천진스러움이었죠.
튼다는 것은 소통 아닌가요?
맞아요.
이 도깨비불과 같이 다니시면서 작업을 좀 배우셔야겠습니다. 낙화를 줍다니요. ㅜㅜ
그럼 어디로 가야 하나요?
노자는 준비되어 있는데..
튼다는 것. 오늘도 한 수 배웁니다.
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