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더더기 어미 '-것이다'

[최상호]

안녕하세요.

아는 사람이 책을 냈습니다.

그는 책에서 ‘것이다’를 한 번도 쓰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어찌어찌 하다 공직 생활을 조금 했는데, 공문서들에서 ‘것이다’가 특히 많이 보였고,

그게 눈에 거슬렸던 모양입니다.

어미 ‘것이다’는 문장에서 몇 가지 기능을 합니다.

“담배는 해로운 것이다.” ‘담배는 해롭다’를 이렇게 쓰면 더 강하게 느껴집니다.

‘것이다’는 강조하면서 설명하는 기을이 있습니다.

다음 같은 문장에서 더 확연히 드러납니다.

“울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것이다.” ‘것이다’가 있어 왜 울었는지가 선명해 집니다.

그렇지만 그는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다. 울었다”처럼 썼습니다. 뭐가 더 나을까요?

 그런 건 없어요. 상황에 따라, 맥락에 따라 달라질 뿐이고 선택은 자유입니다.

“아픔은 다 잊었을 것이다.” 이 문장은 짐작이고 예상입니다.

‘것이다’는 ‘추측’을 나타낼 때도 흔하게 쓰이는 데요.

‘것이다’가 들어간 이런 문투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아픔은 다 잊었을지도 모른다”라고 씁니다.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할 것이다.” 이는 지시하는 것처럼 읽힙니다.

‘것이다’는 지시나 명령, 훈계의 뜻을 전하기도 하거든요.

그럴 의도가 없다면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고 ‘권유’하면 됩니다.

‘것이다’가 지나친 문장이 곳곳에 있습니다.

‘타당하다’는 걸 밝히는 상황에서 “다수결로 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라고 하면 늘어집니다.

“다수결로 정하는 게 타당하다”로 하면 간면해 집니다.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를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로 늘리면 문장의 힘이 떨어지잖아요.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의 ‘것이다’도 군더더기일 뿐입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