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천 녹취록 사태와 쪼개기 정치후원금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녹취록' 파문에 대해 고개 숙이는 대신 "태영호 죽이기에 의연하게 맞서겠다"며 정면 돌파를 선언하자 여권이 격앙된 분위기에 휩싸였다.
당장 3일 오후 윤리위원회는 긴급 회의를 열어 김기현 대표가 요구한 부적절 발언(제주 4·3 등)과 녹취록 파문을 함께 다루기로 결정했다.
이런 가운데 원내, 원외를 막론하고 비판이 쏟아져 고립무원에 빠진 태 의원이 중징계를 면치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 김성태 "논란은 태 의원 입에서 시작된 건 부정할 수 없는 행실"
김성태 중앙위원회 의장은 이날 밤 KBS라디오에서 "태 의원이 보좌진들이 녹취 하는 줄 몰랐다, 앞으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하지만 논란의 발생은 본인 입에서부터 시작됐다"며 "그건 부정할 수도 부인할 수도 없는 행실이다"라는 말로 엄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지도부인 김병민 최고위원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오늘 기자회견을 봤는데 약간 놀랐다"며 "일단 문제가 있으면 본인이 무엇이 잘못됐고 또 거기에 대한 책임, 앞으로의 과제 등을 얘기하는 것이 정도인데 오늘 기자회견(은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면 안 되는데, 민주당 방식인데라는 생각이 좀 들었다"며 태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어 매를 자청했다고 입맛을 다셨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공천 녹취록 사태와 쪼개기 정치후원금 의혹에 대해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News1 임세영 기자
◇ 김병민 "고개 숙이는 대신 '뭘 잘못했냐'? 이건 민주당 방식…놀랍다"
또 김 최고는 "당에 미치는 후과(後課)가 너무나 큰데 여기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서 고개를 숙여야 되는 자리였는데 좀 엉뚱한 방식으로 풀어낸 것 같아서 매우 안타깝다"며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태 의원이) 민주당의 정치 공세, 국민들로부터 받지 않아도 되는 오해들이 쌓일 수 있게 만들었으니 그 발언, 거짓말의 무게는 매우 참 크다"라는 말로 중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했다.
◇ 김용태 "의원이 보좌진 심기경호, 난생 처음 봐…대통령실까지 끌어 들여"
친이준석계인 김용태 전 최고위원도 "보좌진이 국회의원 심기를 경호하는 거는 봤어도 국회의원이 보좌진의 심기를 경호하는 건 살면서 처음 봤다"며 태 의원의 △의원실에 대한 음해와 비난 억측, 가짜뉴스에 대해 법적 대응하겠다 △보좌진이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어 제 마음이 아프다라는 발언을 강력 비판했다.
여기에 "심지어 대통령실을 끌어들여서, 공천이라는 것을 끌어들여 보좌진을 안심시킨다는 말을 국민들이 어떻게 납득할지 모르겠다"며 태 의원이 '공천을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기 위해 과장해서 말했다'고 말한 부분 역시 매우 부적절했다며 이래 저래 태 의원이 빠져나갈 길은 없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