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 맨시티 선수와 스태프를 제외하고는 모두 이미 라커룸으로 돌아가 있었고 베르나르두 실바가 경기장을 터벅터벅 걸어 나가기 시작했을 때 방금 벌어진 일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홀란은 쓰러진 동료를 보호하는 임무를 맡았고 베르나르두의 가슴 아픈 모습을 담으려는 TV 카메라를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팀이 우세한 경기에서 거의 실수를 하지 않았던 선수, 매번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선수, 정확성과 침착함의 대명사인 베르나르두가 PK를 성공시키는 모습은 마치 상상의 속임수처럼 느껴졌다.
프레스 박스 앞의 비싼 좌석에 앉은 맨시티 팬들은 서로를 둘러보며 정말 같은 장면을 봤는지 확인했고 현실이 다가오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였다. 레알 마드리드 골키퍼 루닌은 자신의 행운을 믿을 수 없었다.
모드리치가 레알의 첫 번째 PK를 놓치기 전에 알바레스가 선제 PK를 성공시킨 후, 기세는 맨시티의 것이었지만 베르나르두가 루닌의 품으로 공을 바로 퍼 올리는 순간 기세를 빼앗겼고, 사실 유럽 챔피언은 그 모든 충격에서 회복하지 못했다.
베르나르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명료한 사고는 베르나르두의 큰 특징 중 하나지만 그의 PK는 두 가지 생각에 사로잡힌 사람의 작품처럼 보였다.
잘 감춰진 파넨카도 아니고 네트 중앙 지붕을 향해 소총을 쏘는 슛도 아닌, 마치 아빠가 어린 아들이나 딸에게 부드럽게 공을 던지는 것처럼 왼발로 부드럽게, 거의 사과에 가까운 왼발 슛이었다.
펩 과르디올라는 홀란과 케빈 더 브라위너를 불러들이고 싶었을 것이다. 두 선수는 아칸지와 함께 더 이상 기량을 발휘할 수 없다며 교체를 요청했다. 더 브라위너와 아칸지의 경우 연장 후반전까지 그라운드에 뛰어들었으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홀란은?
이 경기 역시 홀란이 실종된 최근의 빅경기 중 하나였다. 헤더로 크로스바를 맞히긴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결국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승부차기가 빠르게 맨시티에서 멀어지는 것을 무기력하게 지켜보는 것뿐이었고 슬픔에 빠진 베르나르두를 위로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