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홈피에 쓴 걸 붙여 와서 경어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 점 양해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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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캐슬 프라하에서 축구 중계를 봤다. 수백명이
2면의 대형 스크린을 보며 난리를 치는데 분위기가 색달랐다.
강남의 수많은 술집에 축구 보러 몰린 사람들 때문인지
돌아오는 길은 죽음이었다. 6번출구로 줄을 서서 내려가야
하는 상황에다 2호선은 완전 지옥철. 사람이 너무 많아
2대를 그냥 보내고 다음차 때도 제대로 타지 못해 뒤에서
막 밀어붙이는 바람에 정말 손발을 꼼짝도 못한 채 사람들
사이에 끼일 정도였다. 20분을 그렇게 꼼짝달싹 못한 채
거친 숨을 내쉬는 남자들 사이에 끼어 땀 뻘뻘 흘리며
갔다, 젠장-_-
경기는 2대 0 완승이었지만 아쉬운 부분도 남았다.
일단 수비. 여전히 한 쪽에 2명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후반 초반에 수비 2명이 보스니아 선수와 경합에서 밀리며
뒤로 흐른 볼을 김영철이 헤딩하지 못하고, 바로 뒤에 있던
조원희가 머리를 대었는데 그게 바싹 붙어 있던 김영철
몸에 맞고 뒤에 서 있던 보스니아 선수에게 흘렀다.
다행히 보스니아 선수가 실수를 하며 실점하진 않았지만
4명의 수비가 2명을 막지 못하고 완전히 바보가 된 상황
이었다. 그 중 한 명만 주변을 살폈더라면 전혀 위기 상황이
아닌데 2명씩 한 곳에 겹치는 바람에 어이없는 실점 위기를
자초했다.
전반은 수비에 주력한 보스니아 선수들의 느린 경기 운영
때문에 전반적으로 루즈한 경기가 이루어졌다. 보스니아
같은 나라의 스타일은 수비를 두텁게 하며 역습을 시도하기
때문에 수비 조직력이 좋고 압박도 좋다. 반면에 파울도
많이 하고 미드필더진이 깊숙이 내려오기 때문에 공수
전환이 느린 약점도 있다.
박지성이 공만 잡으면 파울로 끊어버리는 등, 큰 체격을
십분 활용해 한국 선수들을 힘으로 밀어 붙였다. 때문에
전반엔 제대로 원하는 패스를 하지 못하고 밀려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MOM은 박지성이 받았지만 사실상 이천수
가 받아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이천수는 교체되기 전까지
종횡무진 상대 측면을 헤집으며 득점 찬스도 많이 만들어
내었다. 판단 속도와 볼처리가 늦었던 다른 공격수에 비해
이천수는 한박자씩 빠른 볼처리와 근성있는 몸싸움으로
수차례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백미였던 장면은 설기현과
수비가 경합하면서 뒤로 떠오른 볼을 장신 수비수가 걷어
내려는 순간 뒷쪽에 있던 이천수가 뛰어나오며 가슴으로
가로챈 뒤 논스톱 슈팅을 때린 장면. 슛은 약했지만 워낙
빠른 타이밍에 상대 수비의 움직임을 끊으며 나온 슈팅
이라 키퍼가 가까스로 막아내었다.
이천수의 3차례 슈팅과 설기현의 슈팅이 모두 키퍼 선방에
막히며 득점하진 못했지만 심한 압박 속에서도 찬스를
잡아내는 장면은 좋았다.
전반은 한국도 대체로 중원 장악에 신경을 쓰며 조심스런
경기를 펼쳤기 때문에 특별한 위기도 찬스도 없었다.
10시간이 넘는 시차에 아직 적응하지 못하고 여독도 풀지
못한 보스니아의 체력은 후반 중반 이후 급격히 무너졌다.
전반 막판부터 후반내내 쉴새없이 몰아붙이는 한국의
파상공세에 안그래도 부족한 체력이 더욱 부쳤다.
한국의 쇼타임은 김두현이 교체로 들어오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김두현이 중앙 미들로 들어오기 때문에 박주영이 왼쪽으로
들어가고 박지성이 오른쪽 포워드로 위치를 이동했다.
솔직히 전반같은 경기 양상에서는 박지성이 공을 잡을 기회
자체가 적었고 잡는 순간 파울로 끊어 버리기 때문에
침투할 공간이 없었다. 그래서 측면 공격수로 기용하는 게
더 효과적이었다. 측면 수비수는 기본적으로 중앙 침투를
저지하며 측면으로 몰아가야 하는 임무가 있기 때문에
상대 공격수를 밀착 마크하지 못한다. 중앙 쪽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견제하는 대신 측면 쪽은 다소 열어놓기 마련이고
박지성은 이 틈을 적극 공략했다. 무리하게 수비 앞쪽으로
크로스를 하기 보단 발목 스냅을 이용해서 수비키를 넘기는
칩샷성 크로스로 중앙의 조재진 등에 경합을 시키거나
반대편에 찬스를 열어 주었다. 두번째 득점 장면 역시
거의 박지성이 만들어 주었다. 수비 3명에 쌓여 있는 박주영
의 앞 공간에 절묘하게 볼을 떨어뜨려 주었고, 박주영은
박지성의 동작을 읽고 킥을 하는 순간 빠른 속도로 수비보다
2미터 이상 앞으로 뛰어나가 볼을 안전하게 확보했다.
수비 3명에 둘러싸인 상황에선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볼을 트랩하자마자 오른쪽으로 들어오는 조재진에게 가볍게
밀어 주었고 완전히 열린 골문 앞에서 조재진이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세네갈 전 어시스트 장면과 거의 흡사했다.
수비진 사이에서 볼을 트랩한 뒤 자신에게 몰리는 수비를
피해 거의 논스톱으로 들어오는 선수에게 슈팅하기 좋게
내주는 플레이는 기본적인 패턴이면서도 실전에서 쉽게
나오지 않는다. 박주영은 안정적인 트랩도 좋았지만
들어오는 선수의 타이밍에 기가 막히게 잘 맞춰 슈팅하기
좋은 바운드로 볼을 내주었다. 이런 부분에서 그의 센스가
잘 드러난다.
첫 골 상황을 두고 말이 많을 것 같다. 설기현을 열심히
씹어대던 사람들은 이제 안정환을 씹겠지. 하지만 그 장면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오픈된 찬스에서 이천수가 수비진
사이로 놀라운 스루 패스를 넣어서 찬스를 만들었다는 점과
비록 안정환이 실수를 했지만 설기현이 끝까지 집중해서
골을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좋은 찬스에서 실수하는 거야
얼마든지 자주 나오는 장면이지만, 실수한 다음에도 끝까지
마무리를 지어주는 능력이 있냐 없냐의 차이는 정말 크다.
2002년 11월에 있었던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도 유상철의
측면 크로스를 설기현이 슬라이딩 슛을 한 게 디다의 손에
걸렸지만 안정환이 적절하게 쇄도하며 마무리를 지었다.
그 마무리 덕에 한국팀은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고, 경기를
주도해 나갈 수 있었다. 설기현의 득점 장면에서도
안정환이 깨끗하게 성공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어쨌거나
이천수가 패스할 길을 안정환이 공간 침투로 만들어 주었고
정확한 이천수의 패스를 안정환이 위력적인 쇄도로 슈팅
까지 연결했다. 패스와 쇄도가 모두 위협적이었기에 키퍼도
온 몸을 날렸고, 그 덕에 실수를 했지만 키퍼가 역동작에
걸려 볼을 완전히 잡아내지 못했다. 그런 시도를 했기 때문에
키퍼가 미리 넘어지게 된 것이고, 결과적으로 바로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2차 슈팅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골을 넣었다는 것이고, 안정환
이나 이천수나 설기현이나 모두 이 과정에 일조를 했다는
것이다. 우린 이 마무리 과정에 주목을 해야지 실수를 한
안정환에 초점을 맞출 필요는 없다. 물론 이후 이천수의
멋진 크로스를 받은 노마크 찬스에서 실수한 건 안정환의
집중력이 떨어졌기 때문이고, 이런 부분은 고쳐야 한다.
하지만 그런 찬스를 만든 것 역시 안정환이 순간적인
움직임이었다. 찬스를 놓친 건 아쉽지만 본인이 직접 만들어
내고 유도한 찬스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충분히 칭찬을
해주어야 한다.
후반 종료 전 10분 동안은 보스니아 선수들이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체력적으로도 한계에 다다른 시점에 집중력도
떨어졌는데 홈팀인 한국 선수들은 거의 변함없는 페이스로
밀고 들어오니 수비 커버도 안되고 실수도 많이 나왔다.
여러 득점 찬스를 모두 살렸다면 더 많은 점수 차이로
이겼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가정은 의미가 없다.
한국은 지독한 공격 플레이로 상대를 지치게 만들었고
그 여파가 후반 중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멋진 개인기나 패스로 깨끗하게 득점을 하는 건 한국
스타일이 아니다.(힘들다^^) 상대를 체력적으로 압도하고
지속적으로 몰아 붙여 지치게 만들어 스스로 무너지게
하는 것이다. 이후에 빈 틈을 야금야금 먹어치는 압박축구.
보스니아 전은 이런 한국 축구이 특징이 아주 잘 드러났다.
2002년 때와 같은 정말 말도 안되는 수준의 엄청난 압박을
다시 기대하기는 힘들다.(58년 월드컵 이후부터 수많은 월드컵
경기를 봤지만 2002년 포르투갈 전의 한국과 같은 운동량을
보인 팀은 없었다. 정말 기이하다고밖에는 할 말이 없는
압박의 진수를 보여 주었다)
좀 더 세련된 미들 플레이와 개인기를 지난 공격진이
조화를 이루어 상대의 수비를 계속 내리쳐 빈틈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한국 스타일이다. 밀란의 카카-쉐브첸코 라인처럼
작은 흠집에 창을 하나 쿡 박아넣는 플레이를 기대하는 건
힘들다.
체력적인 부담으로 후반 무너지긴 했지만 전반에 보여준
보스니아의 경기력은 뛰어났다. 유럽 중하위권 팀이라
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조직력과 개인 기량을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스위스는 이 보스니아보다 더 강하다.
2대 0 예상을 했었고, 실제로 그 스코어가 나왔지만 경기
내용상으론 더 크게 이겨도 이상하지 않았다.
국내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완승으로 이끌었다는 점은
기분이 좋지만, 이 결과만 놓고 낙관해서는 안된다.
아직 호흡이 안 맞는 부분이 상당히 많이 보였고, 수비진의
집중력이나 커버 플레이는 아직 한심한 수준이다.
중앙을 맡아 줄 확실한 미드필더만 있다면 박지성은
측면으로 돌리는 게 나을 것 같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박지성의 플레이가 더욱 위력적이다. 중앙에서는 커버해야할
공간도 너무 많고 공격진의 움직임이 좋아야 좋은 패스를
넣어줄 수 있는데 현재 한국팀의 공격수들의 움직임은
유럽의 일류 스트라이커들에 비하면 많이 떨어진다. 따라서
박지성이 패스를 할 수 없는 상황이거나 혹은 패스를 받기도
힘든 경기가 진행된다면 과감하게 측면으로 돌리고 중앙엔
압박을 잘 해주는 미드필더를 놓는 게 낫다.
아직 제 컨디션에 오르지 못한 듯 박지성의 움직임은 둔했다.
조금 걸려도 밸런스를 잘 잡으며 파고들던 예전과는 달리
약간의 충돌에도 중심을 잘 잃었고, 몸싸움도 많이 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지성이 뛰어난 점은 볼을 쉽게 뺏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원하게 돌파를 못하더라도 볼을 계속
키핑해주기 때문에 수비수 입장에선 걸어 넘어뜨리지 않으면
볼을 뺏을 수가 없었다. 때문에 2선 침투나 공간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볼을 잡는 순간에 파울성으로 밀어 붙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로 인해 우리가 얻는 건 바로 파울. 좋은 프리킥
찬스가 많이 나왔다. 프리킥 기회가 별로 없었던 세네갈
전에 비하면, 박지성이 얻어낸 프리킥 수는 엄청났다.
컨디션이 좋으면 직접 돌파를 해서 찬스를 만들고,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볼을 키핑해서 파울을 얻어내고, 압박 심하게
해주고..상대팀으로서는 정말 골치아픈 스타일의 선수이다.
박지성이 뛰는 것만으로 한국팀이 공격진영은 거의 결점이
없어진다. 남은 건 수비쪽. 확실한 리더가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 중앙 수비 조합을 두고 아드보카트 감독이 고심하는
흔적이 보였다.
2002년에는 걸출한 스타는 없었지만 공격진에 황선홍,
미들진에 김남일, 수비엔 홍명보등과 같은 리더가 있었다.
리더가 있는 팀은 정신적인 무장이나 좋은 플레이 밀도가 높아진다.
현재의 팀은 박지성이라는 걸출한 리더가 있다. 하지만 수비진을
이끌 탑 플레이어가 없다는 게 아킬레스 건이다.
과거처럼 어이없이 무너지는 경기는 절대 없을 것이라
자신한다. 그만큼 유럽파들의 경험이라는 건 무시할 수 없다.
팀이 흔들려도 이를 다잡아 줄 수 있는 리더. 현재 그 역할을
박지성이 해주고 있다. 모든 선수가 박지성을 믿고, 박지성
스스로도 자신을 믿고 플레이를 한다. 그것만으로도 팀이
엄청나게 강해진다.
이제 주사위는 완전히 던져졌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기대하고, 기다리고, 즐기는 일 뿐. 스위스가 굉장히
까다로울 거라 예상되지만, 그래도 좋은 성적을 내리라고
예상한다. 우리 팀이라 하는 말이 아니라, 한국은 정말
energetic하다. 다소 투박하고, 서투른 면도 많고 실수도
많이 하지만 그 만큼 더 많이 뛰어서 보완한다.
분위기 제대로 타면 브라질 부럽지 않은 파상 공세도
보여줄 수 있다. 기복이 있지만 그만큼 가능성도 열려 있다.
늘 만족스런 경기를 볼 순 없지만 그래도 다음 경기가 계속
기대되는 이유이다.
월드컵에서의 건승을 기원하며..^^
카페 게시글
…… 축구 토론장
[후기]
마무리의 의미(보스니아전 후기)
금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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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27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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