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돌릴 여유도 없이 북적거리는 빡빡한 일상의 연속에 답답하고 지칠 때...
우리 대부분은 탁 트인 곳으로 홀연히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이틀 전 휴일 아침, 따뜻한 날씨에 집안 대청소 끝내고 쇼파에 앉아 멍 때리다, 갑자기 귀신에 홀린 듯
미친놈처럼 가방 하나 둘러메고 무작정 떠났다.(싱글 만이 누릴 수 있는 자유로운 특권)
일정표 대로 가이드 따라 다니는 관광이 아닌, 일상적 관계의 끄나풀에서 벗어나 내 그림자 만을 데리고
훨훨 떠나는 "홀가분한 방랑"...자유로운 나그네 길을 나섰다.
"선수는 고속도로를 타지 않는다"는 어느 선수의 말이 떠올라, 고속도로를 피해 여행의 참 맛인 국도를
타고 영월, 정선, 태백을 넘어 동해시로 가는 코스로 방향을 잡았다.
영월의 동강과 정선의 울창한 숲 길을 지날 땐...홀로 철저한 고독 속에 맞이한 자연이 그리고 빚은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에 한 마디로 뻑이 갔다.
여행의 참 맛은 스쳐 지나는 게 아니라, "스며드는 것"이 제 맛인 것 같다.
정선, 태백의 "속살에 스며들어" 울창한 초록이 들려주는 소릴 들으며 마음에 있던 잔병들은 자연스럽게
치유 되더라.
시골 마을 오일장 장터에서 색다른 음식 맛도 보고, 귀한 산나물, 약초도 사고, 꾸미지 않은 아기자기한
시골 길을 홀로 호젓하게 걸어보는 것 만으로도 "힐링이 되더라."
그동안 빡빡한 생활에 치이며 허겁지겁 달리기만 했지, 내 삶에 이런 소중한 시간을 가져본 적이 과연
몇 번 있었는지...
쉬엄쉬엄 태백을 넘어 도착한 동해.
점심을 안 먹어 출출함을 달래려 아담한 어촌 마을 포구를 돌아 걸으며, 비릿한 내음의 허름한 식당에
홀로 앉아 주변 사람들의 이상한 눈빛에 주눅 들지 않고, 늦은 점심 한 끼 먹는 "낯선 자유로움"이 참 좋더라.
혼자이기에 아무 간섭도, 질서도, 눈치 볼 필요도 없으니, 나 자신에게 더 귀를 기울일 수 있고 내가 "나의
진정한 벗"이 되는 이 시간이 왜 이리 끌리는지.
아무도 없는 동해의 어느 바닷가 바위에 앉아, 지독한 외로움을 즐기며 낚시 삼매경에 빠졌다.
아이스박스에 있는 맥주를 꺼내 들고 저 멀리 작은 섬을 바라본다.
그리고 나도 섬이 되어 본다.
"익숙한 곳에서 낯선 곳으로" 찾아 들어 철저한 고독 속에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작은 풍요로움"을 느낀다.
늦은 밤 동해시의 아담한 단골 호텔에 짐을 풀고, 허기를 달래러 종종 찾는 시내 "먹자 골목"으로 들어 섰다.
홀로 여행의 백미는, "싱글의 특권"인 내 마음대로 골라 먹을 수 있는 저녁이다.
가자미 식해에 두부김치가 일품인 "허름한 단골 식당"
깊은 밤이라 손님이 없어, 아주 맛 나는 저녁과 한때 좀 놀았다는 큰 누님 뻘 주인 아주머니와 쇠주 한 잔.
현란한 그녀의 말솜씨에 술은 취해가고, 취기 때문일까...
오늘 따라 "빨간 립스틱" 바른 그녀의 도톰한 입술이 왠지 무척 곱게 보인다.
별로 코믹하지 않은 내 아재개그에 슬그머니 내 옆에 바짝 다가 앉으며 "크하하하"~ 목젖 드러내고
웃어대는 그녀.
60 중반의 여인도 "이렇게 섹쉬할 수 있다는 걸" 태어나 처음 알았다.
아...거부할 수 없는 "순간의 흔들림"
그녀의 산전수전 겪은 걸죽한 입담에 인생 공부하며, "심신이 요동치는" 혼행의 밤은 그렇게....깊어만 갔다.
먼 훗날 내가 생을 마감할 즈음...
그동안 쌓아 놓았던 인연이며, 소유물을 한꺼번에 버리고 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에, 지금처럼 미리미리
홀로 여행 시간을 통해, 버리는 연습을 한다는 생각이 들 땐...
그 텅 빈 무소유 안에서...홀로 여행을 한 번 다녀올 때마다 "삶이 꽉꽉 차가는 느낌"이 들어 참 좋더라....^^
첫댓글 우연히 들어왔는데
어느 소설책에서 읽은듯 하네여
혼자 무작정 떠날수있는 용기와
자유 부럽네여
스토리텔링 형식의 글 쓰는 걸 즐기다 보니, 소설 같은 느낌이 날 겁니다.
민하 님은 글 속의 빨간 립스틱 여인처럼 우아하고, 고운 여인일 듯
싶습니다...ㅎㅎ
지금 창밖으로 봄비가 내리네요.
갑자기 봄비를 보니...또 어디론가 홀연히 떠나고 싶어요...^^
홀로 무작정 떠나는 여행에서 주옥 같은 말이 참 맛깔스럽네요
여행의 맛은 스쳐지나가는게 아니라 스며드는거~
혼자만의 자유로운 특권과
외로움도 행복이라는 선택이 너무나 멋집니다
즐거운 오후 되십시요
싱글로 지내며 적적하고, 사회적 고립감을 가끔 느끼지만...
반대로 장점도 아주 많은 걸 느낍니다.
지금 싱글일 때...최대한 싱글의 특권을 누리고 싶습니다...ㅎㅎ
절벽 님도 훈훈한 오후 보내세요...^^
초라한 떠블 보다
화려한 싱글이 부럽습니다
화려함 보다는...
홀가분함, 자유로움, 눈치 볼 사람이 없다는 게 가장 장점인 것 같습니다.
가끔 지독한 외로움이 찾아 들 때도 있지만, 아마 그건 혼자든, 가정이 있든
"인간 본연의 본능적 외로움"이란 생각이 듭니다.
봄비 내리는 오후...운치 있는 시간 보내셔요...^^
홀로 아리랑 고뇌에 찬 도전에 박수를 보내며 응원합니다 ^^
홀로 여행 다니는 걸 보며...
딸 아이는, 아빠 "왠 청승이야" 그러던 데요...ㅎㅎ
혼자 여행 다니는 걸 무지 꺼리는 사람이 있고, 즐기는 사람이 있는데
아마 타고난 성향, 취향이 다 달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응원에 감사드립니다..^^
누군가 한사람쯤은 옆에서 말동무가 되어주면 심심하지 않는 여행이 될수있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혼자 잘 다니는데 다니다 보면 심심할때가 있어요
적적하고, 말 동무가 절실히 필요했을 때는...
홀로 여행을 마치고 "새벽에 차를 몰아" 집으로 향하는 국도를 달릴 때...
싸늘한 새벽 공기에 뒤섞인 "피곤함과 쓸쓸함"이 차 안을 가득 메울 때가
있었는데....
바로 이때가 지금도 적응이 안되는 홀로 여행의 허전함, "적막감과 외로움"이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차창 밖의 어둠은 두려움까지 느끼게 했는데, 그러다 동 틀 무렵 들른 "아담한
휴게소"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 했을 때...뭔지 모를 편안함과 안도감을
느꼈답니다.
이젠 아담한 휴게소 같은 여인이 나타났음 좋겠어요...ㅎㅎ^^
5학년 즈음엔
혼자 여행이
터무니없이
자유롭고 좋더이다..
언제부턴가는
그것조차 뻘줌해지는 것이
항상하는 것은
없다는
만고의 진리를
깨우쳤답니다..ㅎ
뭐든
할 수 있을 때 하라..
선배님의 말씀이랍니다..ㅎㅎ
5학 년 마지막 즈음엔 혼자가 아닌, 튼실한 그녀와 동행할 예정입니다.
누가 될 진 모르겠지만, 그동안 홀로 다니며 봐 왔던 아름다운 곳을
그녀 업고 댕길 생각입니다...ㅎㅎ
복 받을 그녀...빨리 나타났으면 좋겠어요...ㅋㅋ^^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필력이 대단하세요...
감사합니다..^^
제주도 바닷가에서 군 생활하며, 외로움 달래려 펜팔을 많이 한 게
글 쓰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펜팔 답장 못 받는 동료들의 빵, 담배 등 뇌물 공세에 동료들 편지 대필한 거
다 포함해 2년 반 동안 거의 3천 통 정도 썼던 것 같습니다....ㅋㅋ
글을 먼저 읽어보고
뉘신지 닉을 보는 습관이 있는데
세븐힐스 시네요
유연한 필력에
여기저기 숨어 있는 인간성은
나를
비시시 웃게 만들어요
60대 중반의 여인에게서도
거시기가 있다는 걸
처음으로 거시기하셨다니
참 거시기합니다
안그래도
지난 주 여고동창들과 해외 나들이
갔다가
띠동갑 가이드가
누님ㆍ누님 하던 눈빛이
쪼깐 거시기했거든요 ㅎㅎ
그래서
고개 숙여 몰래
립스틱을 살짝 바르고는
읍빠! 읍빠! 했더라는 ㅎㅎㅎ
속으로 이러는 내가
얼마나 우끼던지요
아직 60 중반 여인과 사적인 만남을 가진 적이 없어
어떤 느낌인지 잘 몰랐었답니다.
그런데 여행지에서 "아무 욕심 없이" 만난 단골 식당의 그녀와 쇠주 잔
주고 받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술기운 때문일까...
무척 곱고, 매혹적인 느낌이 들더군요.
그때 깨달은 사실은...
술은 상대 여인의 나이를 상관하지 않는다.
술은 상대 여인의 본 모습보다 50% 이상 예쁘게 보이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ㅋㅋ
봄비 내리는 저녁...
운치 있는 시간 보내셔요...^^
@세븐힐스
ㅎㅎㅎ 맞아요
술 기운엔 수증기 속에서 본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뽀얗게 보이거든요ㆍ
생활 속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윤슬하여 느낌 상 윤슬하여 님은...
술을 마실 때든, 멀쩡할 때든 항상 변함없이
고울 것 같습니다...ㅎㅎ..^^
@윤슬하여 에이' 끊었던 술 다시 마셔봐야하나
글이 읽기도 수월하고 슬슬~ 잘 넘어갑니다
재미집니다
술이 깨면 잠시 섹쉬해 보였던 빨간 립스틱이 김치 국물로 보일 수 있어요 ㅎㅎ
혼자서 즐기는 스며드는 풍경과 술기운에 젖어들 수 있다는 것도 큰 행복으로 칩니다
그런데 이 여자가 자주 등장하는데 그리신 건가요?
아니면 애인?
안 이쁘요
글에 기름을 좀 칠해서 술술 읽혔을 겁니다...ㅎㅎ
어려운 문구나, 낯선 단어를 안 쓰니 그렇게 느끼지 않았나 싶어요.
빨간 립스틱이 술 깨면, "김치 국물"로 보일 수 있다는 나무 님 말씀에
빵 터졌습니다...하하하~
어찌 그리 잘 아시는지요...ㅋㅋ
자주 등장하는 저 그림 여인은...만약 예쁜 여인 그림을 올렸으면
다수의 여인들이 질투할까 봐...순박한 여인 그림을 올린 겁니다....^^
촛불 앞에서 보면 미인 아닌 여자가 없다더니 술이야 말할게 없겠져~
아직 촛불 앞에서 여인을 본 적이 없어 뭐라 드릴 말씀이 없지만...
술 앞에선 가끔 여인을 본 적이 있어 어떤 느낌인지 잘 알 것 같습니다.
설레고 끌리는 여인과 술 자리를 가지면...
평소 용기 없어 고개만 숙이든 제가 술이 들어가니 "신과도 싸울 수 있는 용기"가
생겨 막 들이대던 기억이 나네요...ㅎㅎ
술이 지나치면 사고가 날 수 있지만, 적당한 술은 서먹했던 둘 사이에 "윤활 역활"을
하는 것 같습니다....^^
흠
미치지 않고서야 그 코스를 혼행....
투나잇 남성시장 분내음도 좋긴 하더라만은.
자주 다녔던 아름다운 코스지만, 혼자 다닌 건 두 번째였습니다.
추억이 서린, 멋진 코스라 혼자 다니기엔 선뜻 나서기 쉽지 않았죠.
세월이 흐르며 점점 추억을 먹고 사는 것 같습니다...
싱글의 자유 여행의 자유 맘껏 누리니 행복 할것같네요
외롭고 적적할 때도 있지만...
한편으론, 홀가분하고 자유로움이 더 가치 있게 느껴집니다.
다 갖추기엔 너무 큰 욕심이라, 적당한 외로움 속에 홀가분한 방랑을
즐기는 게 아직은 더 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