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에서 경주마로!’2001년 월드시리즈는 일본 언론에서도 연일 대단한 화제다.스포츠전문지들은1∼3면을 월드시리즈 소식으로 도배할 정도다.
올해는 포스트시즌에서 시애틀 매리너스의 스즈키 이치로와 사사키 가즈히로가 활약한 데다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에서 발생한 항공기 자살 테러의영향으로 어느 해보다 미국에 대한 관심이 높다.이 때문에 일본 언론은 2연패 이후 3연승한 뉴욕 양키스를 ‘뉴욕 시민에게 희망을 준다’는 뜻에서 응원하는 분위기가 짙다.
일본 신문들은 이틀 연속 비운의 주인공이 된 애리조나의 김병현과 함께 혜성처럼 떠오른 뉴욕 양키스의 타자 알폰소 소리아노(23)의 소식도 상세하고비중있게 보도하고 있다.
소리아노는 2일(한국시간) 5차전 연장 12회말에 앨비 로페스로부터 우전 끝내기안타를 친 선수다.그는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서 일본인 소방수 사사키 가즈히로를 상대로 끝내기 2점홈런도 날렸다.시애틀에게는 치명타였다.
일본언론이 소리아노의 활약상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일본 야구계와 관련이 있어서다.
소리아노는 히로시마 카프가 도미니카공화국에 개설한 ‘카프 아카데미’ 출신으로 1996년에 일본으로 건너와 히로시마에서 뛰었다.그러나 1군이 아니고2군이었다.연봉도 일본에서 최소연봉이나 다름없는 500만엔에 불과했다.
당시 히로시마의 2군 수비 주루코치였던 야마사키 류조는 소리아노를 선명하게 기억한다.
“처음 왔을 때는 발도 느리고 굼떴다.그러나 해가 지나면서 발이 빨라지고몸도 강해졌다.2년째에는 발이 갑자기 빨라져 주위를 놀라게 했다.본인은 웨이트트레이닝 덕이라고 했다”고 회상한다.
첫해에는 너무 느려서 ‘당나귀’라는 별명이 붙었다는 것.그러나 2년째에는발빠른 내야수인 후쿠치 가즈키(26)와의 대결에서 이길 정도로 빨라졌다.기숙사에서 건조기를 사용할 때도 “내가 먼저요!”라며 경쟁의식을 발휘한 에피소드도 있다.
후쿠치는 “2년째에는 다른 사람처럼 발이 빨라져 있었지만 그 친구가 뉴욕양키스의 주전멤버로 월드시리즈에서 맹활약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 놀라움을 표시한다.
소리아노와 한솥밥을 먹은 히로시마의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경탄과 함께 부러움으로 소리아노를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