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 대포'가 내년 프로야구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까.
16일 한화가 MLB(미 프로야구) 피츠버그 파이리츠 출신인 펠릭스 피에(28)와 계약하면서 국내 프로야구 9개 팀 가운데 다섯 팀(두산·NC·넥센·롯데·한화)이 외국인 타자 영입을 마쳤다. 나머지 4개 구단(삼성·LG·SK·KIA)도 미국과 남미 등에 스카우트를 파견해 '옥석 가리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두 시즌간 국내 프로야구엔 외국인 타자가 없었다. 2011년의 코리 알드리지(넥센)와 카림 가르시아(당시 한화), 라이언 가코(삼성)가 마지막이었다. 대부분의 구단이 타자보다는 투수 영입에 주력했다. 하지만 KBO가 내년부터 각 팀의 외국인 보유 수를 2명에서 3명(NC는 3명에서 4명)으로 늘려 외국인 타자 영입을 의무화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호세급' 이름값
현재 한국행이 확정된 선수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두산의 호르헤 칸투(31)다. 멕시코 출신인 칸투는 MLB 통산 8시즌간 타율 0.271, 104홈런, 476타점을 기록했다. 2005년과 2008년에는 각각 28홈런 117타점, 29홈런 95타점의 성적을 내면서 MLB 정상급 파괴력을 선보였다. 2006·2009·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류현진의 팀 동료인 에이드리언 곤살레스(LA 다저스)와 함께 자국을 대표해 뛰었다.
칸투는 이름값과 경력으로 따지면 롯데에서 인기를 끌었던 펠릭스 호세 못지않다.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1991년)이었던 호세는 4년간 롯데에서 뛰면서 타율 0.309, 95홈런, 314타점을 기록했다. 2001년에는 역대 최고 출루율(0.503) 기록을 세웠다.
NC의 에릭 테임즈(27)와 한화의 펠릭스 피에(28)는 현역 메이저리거 출신이다. 테임즈는 최근까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40인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다. 강한 어깨가 강점인 피에는 올 시즌 피츠버그에서 팀의 대수비 요원으로 27경기에 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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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타자는 누구?호세와 함께 역대 최고의 외국인 거포로 꼽히는 선수는 타이론 우즈다. 그는 1998년 OB(두산) 유니폼을 입기 전까지 MLB 경기에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한국에서 대활약했다. 국내 무대 데뷔 시즌에 42개의 대포를 터뜨리며 홈런왕에 올랐다. 한국에서 기량을 꽃피운 그는 일본으로 건너가 세 번의 홈런왕을 차지했다.
롯데의 루이스 히메네스(31)는 '제2의 우즈' 후보로 꼽힌다. 키 192㎝, 몸무게 127㎏인 히메네스는 '흑곰'으로 불렸던 우즈(185㎝, 102㎏)를 능가하는 거구다. 그 역시 우즈처럼 메이저리그에선 별다른 경력을 쌓지 못했다.
히메네스가 롯데의 선택을 받은 이유는 뛰어난 선구안이다. 올 시즌 미 프로야구 트리플 A에서 타석당 삼진 비율이 0.25(110타석 28삼진)에 불과했다. 한국형 야구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넥센의 비니 로티노(33)도 일본 무대를 경험해 아시아 야구에 밝다. 민훈기 XTM 해설위원은 "터무니없는 공에 방망이를 휘두르는 스타일은 이제 한국에서 안 통한다"며 "대부분의 팀이 3할 타율에 홈런 20~30개 정도를 안정적으로 쳐 줄 중장거리 타자를 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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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포 경쟁 불붙을 듯최근 2년간 국내 프로야구 최고의 거포는 박병호(넥센)였다. 그는 작년 31개, 올해 37개의 대포를 쏘면서 2위(2012년 25개·2013년 29개)와 큰 차이로 2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했다. 내년부터는 다르다. 각 구단이 외국인 타자를 데려오면서 홈런왕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1998년 우즈가 등장했을 때도 홈런 경쟁은 뜨거웠다. 우즈가 1998년 사상 처음으로 40홈런 고지를 밟자, 이승엽(삼성)이 이듬해 54개의 홈런을 쐈다. 박병호는 "홈런 경쟁이 재미있을 것"이라며 "나도 자극받아 더 많은 홈런을 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