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님, 직이는 여자가 있는데 행님 생각나서 전화 드립니더. 주말에 함 내려오이소"
제천에서 와인빠를 운영하는 고향 후배의 소개로 싱글이 된 후 늦은 나이에 처음으로 소개팅이란 걸
해봤다.
후배 가게에 종종 들리는 손님 중에 50대 초반의 여인이 있는데, 그녀 친구가 싱글이라 어떻게 하다
보니 나와 미팅까지 연결이 됐던 거다.
후배로부터 소개 받을 그녀의 연락처를 받고 몇 번의 통화와 카톡 대화로 첫 만남 약속을 잡게 됐다.
솔직히 제천까지 가야 하는 번거로움과 통화나 카톡 대화를 나눌 때 "정성이 안 보이는 그녀"가 별로
맘에 안 들어 내키진 않았지만...
그나마 톡 사진 속 그녀 이미지가 좀 풋풋하고, 산뜻한 느낌도 있고, 후배 놈이 직인다고 너스레를 떨어
"얼마나 직이는지" 궁금해 주말을 이용해 제천으로 내려갔다.
마음을 비우고 여행 삼아 단양팔경도 둘러볼 겸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약속 장소에 다다를 즈음 은근히
기대심이 생기며, 약간은 설렘도 느껴진다.
약속 시각에 맞춰 들어선 아담한 카페엔 주말인데도 한산했다.
창가 쪽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잡고 앉아 그녀를 기다리며 톡 사진을 들여다보는데...순간적인 약간의
울렁임이랄까...문득, 생각보다 괜찮은 여자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통화나 톡 할 때 무성의했던 그녀가 떠오르며, 소개팅하는 날까지 시간 개념이 없는 그녀를 생각하니
좀 전의 울렁임은 금방 사라지고, 슬슬 열 받기 시작한다.
만나기로 한 시각이 20분쯤 지났을 때 한 여인이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그녀는 아닌듯했다.
어...그런데 날 쳐다보자마자 성큼 내게로 다가오는 게 아닌가.
분명 그녀가 아닌 것 같은데 왜 내게로 오는 거지?....날 아는 사람인가.
그때...
"저기...J 씨 제가 좀 늦었죠...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 처리하고 오느라...죄송해요...호호호"
헉!!... 톡 사진과 영 딴판의 얼굴이라 전혀 알아보기 어려웠다.
"아...네...20분 밖에 안 늦었는데요 뭘"...
아...완벽한 뽀샵과 현란한 화장 기술에 완전 속은 기분이었지만, 그렇다고 티를 낼 수도 없어 차분하게
대응하려고 무지 애를 썼다.
하지만 속에 열불이 나서 그런지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한다.
"J 씨 어디 불편하세요?"..."얼굴이 빨개졌어요...더군다나 이마에 땀까지... "
"혹시...부끄럼을 많이 타시나 봐요...호호호"
"아니...제...제가 더위를 좀 많이 타서요"...
그렇게 핑계를 댔지만, 당황한 내 몸동작과 붉으락푸르락하는 실망한 내 표정을 유심히 들여다 보던
그녀가 그제야 이유를 알아챘다는 듯이 거친 말투로 한 마디 내뱉는다.
"톡 사진보다 실물이 더 낫다고들 하는데...J 씬 꽤 까다롭고, 눈도 아주 높은 분인가 봐요?"
기분이 상한 그녀의 거침없는 날카로운 질문에 그냥 멋쩍은 표정으로 그렇지 않다고 손을 저었지만
좀처럼 그녀는 화를 풀지 않는다.
주문한 차를 마시며 일상적인 대화로 분위기를 전환해 보려고 유도했지만, 한 성깔 한다는 티를 내며
그녀는 오버한 액션으로 계속 과격한 반응을 보인다.
그렇게 10여 분 시간이 지났을 때 그녀가 본격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는데...
"저기...살고 있는 아파트는 몇 평인가요?"
"음... J씨 하는 일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가요?"
"이런 말 여쭤봐도 괜찮은지 모르겠지만...혹시 연봉이 어느 정도 되는지요?"
헐.....뭐야 이 여자.
약속 시각도 어기고, "정서적 소통"엔 전혀 관심 없이 삐딱한 표정으로 첫 만남 자리에서 10분도 안 돼
연봉을 묻다니...
왠지 기분이 언짢아 나도 대놓고 한 방 먹였다.
"저기...얼마까지 알아보고 나오셨어요?... 크크큭..
그렇게 서로 기 싸움에 지지 않으려고 으르릉거리며 10여 분간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카톡이 왔는지
톡을 열어보는 그녀.
테이블에 올려놓은 그 화면이 눈에 들어와 슬쩍 들여다봤는데...
어...메인 화면에 "웬 남자 사진"을 걸어 놓은 게 아닌가.
여드름이 좀 났지만, 그래도 아주 건장하고, 씩씩한 야성미가 넘치는 얼굴이었다.
옛 애인인가, 아니면 혹시 나 말고 만나고 있는 남잔가...무지 궁금해서 의심의 눈초리로 조심스레
물어봤다.
"봉녀씨... 저기...그 톡에 있는 남자는 남동생인가요?"
그 순간...
"크하하하"~~... 목젖까지 드러내고 미친 듯 웃어 대며 내뱉는 그녀의 화끈한 한마디에 그냥 뒤로
나자빠지고 말았다.
...
"그 사람은...바로 저에요"...호호호
"수술 받기 전 사진이거든요"...
"으으..악!!"
뒤로 자빠져 신음 하는 날 억센 손으로 꼬집듯이 잡아 끌어 올리는 바람에 무지 아팠지만, 그녀의
씩씩거리는 표정에 좀 미안한 맘이 들어 정중히 사과했다.
"정말 죄송해요"..."솔직히 좀 충격적이었어요"...
화가 풀리지 않은 그녀는 씩씩거리며 이왕 이렇게 된 거 막가자는 표정으로....그래서 자기 별명이
한때 "수류탄"이었다고 자백을 한다.
엥? 폭탄은 들어 봤어도 수류탄은 금시초문이라 의아한 내 표정을 보고 그녀는...
별명이 수류탄인 건 수류탄의 겉모습처럼 얼굴이 우락부락하고, 여드름과 곰보 자국 때문에 수술을
했단다.
그러니 잘 못 건들면 폭발한다며 몸조심하라는 표정으로 날 째려보는데...
그러다 갑자기 진동으로 해놓은 "전화를 받는 척" 한다.
잠시 후 전화를 끊더니 다급한 표정으로 ..."저기 급히 가봐야겠어요"...
"작은 애가 휴가 나왔다가 친구들과 또 사고를 친 모양이에요"....
연기하는 폼이 완전 아마추어다.
"아 네"...
"그쪽 애가 "사고를 안 쳤으면" 우리 애가 먼저 사고를 칠 뻔 했습니다"...하하하~
그 말에 그녀도 멋쩍은 표정으로 씨~익 웃어 넘긴다....흐흐흐.
황당하고 놀란 소개팅이었지만, 그래도 마지막 매너는 지키고 싶어 자리에 더 앉았다가 잠시 후
정중히 그녀에게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무척 궁금했는지, 소개해준 후배 놈이 톡을 보내왔다. "까톡"~
"행님...그 여자 맘에 들면 톡으로 "복숭아"라고 보내고"... 영 아니면 "포도"라고 간단히 보내 달라기에
이렇게 보냈다...
....
....
....
"거봉"이다 쨔쌰...
벌써 몇 년이 지난 얘기지만, 오랜 시간 여인네 분 내음도 못 맡은 지금....이젠 수류탄 여인도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허한 기분에, 분위기 전환 겸 "실화를 바탕으로 픽션을 섞어" 비벼봤다
글 읽어 주신 모든 분들의 지금 곁에 있는 그 님과 만수무강을 바라며...^^
첫댓글 네..
덕분에 만수무강
선물에 당첨되었네요..ㅎ
무뚝뚝한 표정에 얼굴 근육 한 번 풀어보자는 의미로 최대한
재밌게 읽히려고 신경 썼습니다..
지금 내리는 봄비가 메말라 가는 가슴을 촉촉히 적셔주는 것 같아
션하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만수무강 하셔요...ㅎㅎ
부럽네요.
저는 이핀내가 곁에 있으니 불륜을 저지를 수도 없고
오로지 조강지처만 바라보고 살아갑니다.
조강지처와 평온하고, 평화롭게 살아 갈 수 있는 삶이
가장 무난하고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혼자 된 사람들 중 다수가 "있을 때 잘할 걸"...이런 후회, 아쉬움을
토로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만남은 언제나 설레임과
상상그이상의
굼금증을 동반하죠
불안한 예감은 언제나
내몫인듯 찾아오는 현실앞에서 힘빠진 웃음에
위로를 받습니다
그래도 기대반 설레임을
느끼셨으니 다행입니다
좋은글에 감사드리며
거봉이 먹고싶네요^
분 내음 맡아본 지 오랜 세월이 흐르다 보니...이젠 거봉도 감사한
마음으로 수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ㅎㅎ
저도 거봉이 먹고 싶은데...마트 가도 거봉 찾기가 어렵더군요.
가격도 엄청 올랐고요.
여름에 접어들면, 싸게 실컷 먹을 수 있을 겁니다...ㅎㅎ~~
수류탄에 웃음폭발ㅋㅋ
눈물흘리며 웃었네여
사진과 실물은 좀 다를수도 ᆢ
소개팅ᆢ 리얼한 글 잼있게
잘읽었습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짧은 댓글이지만, 둥근해 님은 수류탄이나, 거봉과는
전혀 거리가 먼 여인으로 느껴집니다...ㅎㅎ
봄비 내리는 운치 있는 화요일 아침...
뭔가 좋은 일 하나 빵 터지시길 바라며...^^
앞으로 계속 만나고 싶은 여자가 아니라
그냥 끝을 내고 싶은 끝내 주는 여자 맞네요..ㅎ
한 마디로 뒤끝작렬 여인 같습니다...ㅎㅎ
글을 ᆢ
실감나게 너무 잘 쓰십니다
재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
얼굴은 몬 생겼어도, 글은 곱다는 얘길 자주 듣습니다...ㅎㅎ
재밌고, 즐겁게 읽어 주시는 분이 계시니, 기운이 납니다.
가끔 마음을 울렁이게 하는 글로 찾아뵙고 싶습니다...~~
속지 말자 화장발
다시 보자 조명발
믿지 말자 사진발~
담 소개팅땐 참고 하세용
ㅋㅋ
다시 소개팅을 한다면, 아마 제 삶에 마지막 소개팅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거봉이라도 마음이 튼실하면, 이젠 무조건 잡으려구요...ㅋㅋ
댓글 않쓸수가없네요
이 아침 이불속에서
거봉이라는 답글 읽다
미친듯 웃고있읍니다
(실화인겨유)
이불 속에서 미친 듯 웃어 대는 쉑시한 금비맘 모습이
상상 됩니다...ㅎㅎ
평소 밝고, 웃음이 많은 넉넉한 여인으로 연상 되네요.
추적추적 봄비 내리는 흐린 날이지만, 즐겁고 웃음 넘치는
멋진 하루 펼치시길 바라며...^^
[실화를 바탕으로 재밌게 읽히고 싶어 픽션(가상)도 조금 섞었습니다]
픽션이건 논픽션이건 재미납니다
있을 수 있는 일이고요
짝을 찾아서 오늘도 역전앞을 어슬렁거리는 그 사람이 혹시 ?
삶 이야기 방에 웃기는 얘기가 없는 듯 해서 한 번 시도해 봤습니다.
특히, 오늘 같이 온통 잿빛 하늘로 물든 우중충한 날에 미소 한 번
지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근데 뜬금없이 왠 역전이래유..?..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식상한 말이지만, 오늘은 왠지 웃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출근길에 로또도 구입했습니다.
웃으면 복이 온다길래...ㅎㅎ
저 사진 속 이미지의 복숭아같은 여자를
좋아하는구나! 요
그런데
달긴 거봉이 더 달죠
껍질은 두껍긴 하지만요 ㅎㅎ
복숭아 같은 여인을 바랬는데...
요즘 아침에 눈을 뜨고 거울을 보면...복숭아는 꿈이 됐고
거봉도 재수 좋으면 만날 것 같은 생각이 든답니다...ㅎㅎ
지금 곁에 거봉이든, 포도든 튼실한 그 님이 있는 분들이
부럽습니다...ㅠㅠ
@세븐힐스
내 친구 산이는 울둑불둑
모과같이 생겼어도
저도 과일이라 뻐기던디 ㅎㅎ
드뎌
향기 짙은 여인을 찾던
남자분을 만나
잘 살고 있어요
말끝마다
우리여보 우리여보 !
하는데
보기에 참 좋았어요
살가운 인연 만나실 거란
믿음이 와요
훗후후~~~글 재미있어요 ㅎ ^^
일상에 자주 웃을 일이 생겼음 좋겠습니다.
출근 길에 거리를 바삐 다니는 사람들 표정이
다들 굳어 있고, 뭔가 심각한 일이 있는 듯
*씹은 표정이 대부분이더군요.
그냥 글 하나 올리는 건데...어떤 의미를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세븐힐스 신은 마음을 보고,사람은 겉모습을 보게됩니다 ㅎ
글 잘보았습니다 ^^
ㅋㅋ 쫀득쫀득 찰진글
잼나게 잘읽고 씩씩한 걸음으로
비내리는 이른아침 운동갑니다
복숭아 같은 볼그레한 여인도
포도같은 달달한 여인도 진국같은
여인 만나시길 ~~~
얼굴에 관상이 있고, 글엔 글상이 있는데
짧은 댓글이지만, 여정이 님은 잘 익어가는 "황금 복숭아" 같은
진국인 느낌이 드는군요.
봄비 맞으며 운동 나가시는 넉넉함이 참 곱게 보입니다...ㅎㅎ^^
네 그래요. 나이 먹어 연애 참 어려워요
나이 먹으면 몸이 늙듯이, "연애 감정 근육"도 쪼그라 드는 것
같습니다...ㅎㅎ
연애 감정을 다시 살릴 수 있는 비아그라 같은 게 있음 좋겠어요...~~
세븐님 넘웃었어요 거봉참 맛나는데 난 포도나 거봉같은 남자도 소화 할수 있어요
내위는 튼실하거든요
거봉 같은 남자도 소화하실 수 있다는 선인장 님이 무척 궁금합니다.
갑자기 거봉 같은 남자가 되고 싶은 생각이 번쩍 들어요...ㅋㅋ
튼실한 위 처럼, 몸도 마음도 항상 건강하셔요...^^
ㅋ 재미게 읽었어요 ^^
여우 님은 거봉과 거리가 멀겠쥬?...ㅋㅋ
청포도 닮은 청순가련 형의 멋진 여인이 아닐까 짐작이 됩니다.
운치 있는 저녁 보내셔요...^^
순간적으로 '수술'을 '성전환수술'로 이해하고
매우 당황하며
이야기의 진실성을 심히 의심했더랬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복숭아같은 그녀는 어디에...? ㅎㅎ
글을 읽다 보면, 간혹 글 내용에서 벗어나 잠깐 착각할 수도 있어요.
저도 글을 자주 쓰는 편이지만, 타인의 글을 읽다가 옆으로 빠지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제 표현력이 조금 부족해 헷갈리게 해드린 점 이해해 주셔요...^^
아사코 님은 느낌 상 "골드 복숭아"가 아닐까 짐작이 되는군요...ㅋㅋ
요 며칠 글 쓰고 댓글을 보면, 여기 카페 여인들 중에 제법 매력적인
분들이 여럿 보입니다.
그 여인들의 배우자 되시는 분들이 무척 부럽게 느껴지는군요...ㅋㅋ^^
글이 넘 재미납니다
스맛폰 사진 완죤 "사기" 임다.
주변에 본인 사진 찍어놓고 흐뭇해하는
사람 여럿 봤어요.
착각하기 딱 좋은 스맛폰 사진....
믿으면 절대 아니 되옵니당~~^*^
도마소리 님 말씀 충분히 이해 됩니다.
그동안 여러 번의 첫 만남에서...
톡 사진만 보다가, 막상 실전에서 대면했을 때, 긴가 민가 헷갈렸던 적이 꽤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ㅎㅎ
차라리 톡이 없었던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