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이다. 40년도 더 지난 옛날 옛적... ^^
내가 햇병아리 교사로 갓 발령 받아 눈 코 뜰 새 없던 시절,
개나리가 피는지, 진달래가 지는지, 철쭉이 피었다가 지는지 도통 알지 못하며 그 봄을 보내던 무렵에
전직원 회식을 하던 날이었다.
메뉴는 삼겹살.
자그마한 면소재지였던 포천군(현재 포천시)의 한 마을.
한 음식점에 둘러 앉은 직원들은 고기가 구워지고 술잔이 오고 가며 분위기가 무르익자
당연한 수순으로 노래 자랑을 시작하였다.
노래방, 없던 시절이다.
무반주로 가사를 다 외워 불러야 했으니, 지금보다 한결 뛰어난 가창력이 요구되던 때였다고 할 수 있다. ^^
자, 우리 달선생이 첫 번 째 타자로 테이프를 끊어야지?
아니지, 언니 오빠들이 먼저 해야지 왜 막내한테 부담을 주나?
그래, 그럼 내가 먼저 하고, 시계 바늘 방향으로 돌아갈테니 준비들 하라고오~~
친목회장을 맡으신 라선생님이 선창을 시작하신다.
구성진 트로트가 잘도 흘러나온다.
내 순서를 헤아려 본다.
다음 다음인가보다..
아.. 뭘 부른다?
라선생님은 뽕짝 너무 좋아하신다.
교사가 뽕짝이 뭐여? (어린 달선생, 뽕짝 좋은 걸 그 땐 몰라가지고.. ㅋㅋㅋ)
나는 교사의 품위를 해치지 않는, 아름답고 건전한 노래를 부를 거야!(가상한 결심! ^^)
그렇담 뭘 부르지? 아! 생각났다!
드디어 내 순서가 되었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옆 자리 선생님께서 사이다 병에 금속제 휴대용 마이크(^^)를 얼른 꽂아주신다.
그걸 들고서 낭랑한 목소리로, 나름대로 선곡한 아름답고 건전한 노래 시작!
거어~~룩한 천사의 으음~~서엉~~ 내애~~ 귀를 두우드으리이네에~~♬
부우드러업게에 소옥사악이이~~느은~~ 아앞날에에 그으 어언야악으을~♩♬
(엉? 그런데 분위기가 썰렁해지네? 왜 좌중이 이렇게 조용한 거지?
누가 물을 끼얹고 갔나?)
나는 당황이 되었지만, 꿋꿋하게 노래를 이어갔다. ^^
어두운 밤 지나가아고오~~ 포옥풍우개애이이며어느은~~~♩♬
앞날엔 광명한 햇빛~~ 누운부시게에 비이치이네에~~♪
(흑.. 점점 더 분위기 굳어가네..
에잇! 얼른 다 부르고 앉아야지..)
소옥 삭이느은~~~ (삭이~~ 소옥삭이는~~)♩♬
(헉! 요 대목은 소프라노 앨토가 돌림노래 비슷하게 나가는 2중창이잖아? 노래 잘못 골랐네..
어쩌지? 에잇! 나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자. 흑..)
앞날에~~ (앞날에~)~~~♩♬
보금자아리이~~~~♩♬
즐거움이~~(거움이~~)~~~♩♬
눈앞에에 어린다아~~~♪~~~♩♬
ㅠㅠㅠㅠㅠㅠ
노래가 끝나고 나서, 약 2초 간의 정적이 흐른 뒤,
마지 못해 치는 박수를 받으며 자리에 앉은 햇병아리 달선생의 등에선
진땀이 삐질 삐질 흘렀다는 이야기.. ㅋㅋ
지금도 그 날의 일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특히 후렴 부분에서 혼자서 소프라노 앨토 다 한 생각을 하면.. 그런 쌩쑈가 없었다. ㅎㅎ
아, 물론, 그 뒤로는 누가 노래 시키면 절대로 썰렁한 선곡 하지 않았다.
발라드가 먹히는 분위기에선 발라드로 가고, 트로트가 먹히는 분위기에선 트로트로 갔다.
아름답고 건전한 노래, '희망의 속삭임'이 내게 준 교훈을 나는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
아름다운 5060, 이 좋은 카페에는 종류도 다양한 노래 마당이 있다.
나는 지난 12월의 여성방 송년 모임과 1월의 월드팝 신년회, 이렇게 딱 두 번의 노래 모임에 가봤을 뿐이지만
향후 월드팝 정기 모임에도 또 가보고 싶고
트롯 동호회 토요 모임에도 가보고 싶고
노래동호회에도 가보고 싶고.. 싶고...
네? 왜 싶고, 싶고 되뇌이기만 하면서 노래 모임에 몇 달 째 안 나타나냐고요?
간헐적 단식이 아직 안 끝나서, 입고 갈 옷이 없어서요. ㅋㅋ
첫 달에는 가열차게 잘 빠지더니 벌써 정체기에 접어들어서 진도가 안 나가요.
1월 8일에 시작했는데 3월 26일 현재까지 7킬로 뺐어요.
그 동안 2박 3일 여행도 두 번 갔다 오면서 현지 맛집 찾아가서 엄청나게 먹어댔고,
기타 이런 저런 이유로 툭하면 단식을 깼거든요.
하지만! 심기일전하여! 독하게 다시 목표를 향해 갈 겁니다.
5월 첫 주 월드팝방에 노래 부르러 갈 거예요.
뭐 그때까지 목표만큼 못 빼도 할 수 없어요. 5월 초에 이번 간헐적 단식은 일단 마무리합니다.
요즘 게시글도 댓글도 통 못 쓰는 불량회원이지만 제가 맡은 출석부 날짜는 용케 기억하고 있기에
출석부 쓰고 자려고 졸린 눈 비비며 가요무대 보다가
오래 전 회식 자리에서의 노래에 얽힌 에피소드 하나 떠올려 출석부로 올리고 이제 자러 들어갑니다.
우리 님들 모두 모두 행복한 3월 26일 되시어요~~ 감사합니다. ^^
소식이 없어 궁금해 죽는줄....
7키로나요??~~ 이정도면 성공하셨다고
해도 될듯 합니다.
이쟈 고마하고 소식좀 올리셔요.^*^
반갑고 고마우신 우리 도마소리 언니^^
제 소식 궁금해하셨다니 감사하고 송구합니다.
감량도 그렇고, 제가 정초에 교회를 옮긴 뒤 교회에 온 마음을 다 쏟느라 카페에 소홀해졌어요.
하루 24시간 중 10퍼센트인 2시간 반을 기도와 성경 읽기와 쓰기에 드리는 중이라서 카페에 쓸 시간이 모자라요.
우리 고마우신 언니 잘 지내시지요?
항상 감사드립니다. 평안한 밤 되시어요. ^^
와~
7키로면 그것도
대단하셔요
출첵했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저기 다른데 하고
삶방은 놓쳤네요
난 노래 잘하는 사람이
부러워요~^^
남은 다이어트도
화이팅입니다 ~^^
제가 어느 댓글에서 늘평화님 66고지에서 뵙자고 했는데 ㅎㅎ
아직 그 고지에 못 갔습니다.
가고 있어요.
아오 진짜, 이렇게 나 뚱보라고 광고를 하고..
뚱띠를 면하고자 스스로를 코너에 몰고 있지요.
화이팅 외쳐주셨으니 힘 받아서 오늘 밤의 공복도 이겨낼게요.
이쁜 손자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평안한 밤 되시어요. ^^
@달항아리
66고지라니~~ㅎ
죄송하게도
전 59고지로
도망치는 중입니다 ㅋㅋ
@늘 평화 ㅎㅎ 네, 늘평화님이 비우신 고지를 제가 접수할게요.
지금도 보기 좋으시지만 더 날씬해지시면 더 좋겠네요.
부러워용~~ 저는 66까지만 갈 거예요 ㅎㅎ
아
어제 느지막히 일어나 울친구 권유로 길동무 창덕궁 홍매화 번개 모임에 참석하느라 울달항아리님 출석부에 이제서야 출석합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양희은의 "한계령"입니다.
그 외 "곡예사의 첫사랑" "강원도 아리랑" " 나는 행복한 사람" 등 몇 곡 안됩니다.
수피는 흥만 많지 노래를 잘 부르지는 못하거든요. ^^
언제 기회가 주어진다면 마음 맞는 분들과 노래방에 함께 가보고 싶네요.
첨부 사진은 길동무 버벅이 대장님이 어제 찍어준 창덕궁 사진입니다. ^^♡
우왕, 수피 언니가 홍매화인지
홍매화가 수피 언니인지 구분이 안 됩니다. ^^
어떻게 이렇게 세월을 비껴보내고 굳세게 이쁘실 수가 있나요?
즐거운 나들이 후 피곤하실 텐데 이른 새벽에 출석하심 감사합니다.
여전히 활기차게 일하시는 멋진 현역 수피 언니,
오늘도 보람 가득한 좋은 날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