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계절이 변하면서 산맥을 넘은 계절풍이 몰려와 불고 있다.
완곡한 바람이 벌판의 고속도로에서 운전 중인 내 자동차의 방향을 바꾸고
들판에서는 장-덤쿨들이 둥그렇게 굴러간다.
먼 곳에서 레스토랑 싸인이 반짝이고 있다.
저곳에 들어가서 먹고, 쉰 다음에 가야겠다.
주차장이 만원이다.
빈 곳에 가서 차를 세우고 바깥을 본다.
큰 차에서 여러 사람들이 내려 간다.
바람 소리가 만 마리 쥐떼같이 소란하다.
그리고 코끼리보다 큰 바람이 불쑥 나타나
늘씬한 처녀의 치마를 가슴까지 들어 올려서
그녀의 흰 색깔 팬티를 드려다 본다.
코끼리가 그녀의 볼에 따귀를 때렸는지
그녀는 한손으로 볼을 싸매고 한 손은 치마를 붙잡으며 자꾸 작아지고 있다.
다른 코끼리가 어르신을 걷어 찼다.
그래서 등 돌려 구부린 채로 뭐라시는데 들리진 않는다.
또 다른 코끼리가 사모님을 냅다 어르신에게 밀어 던졌고
포화 속에서 살아남은 두 분은 무조건 끌어 안으셨다.
그리고 한 세기만큼 쏘근쑤근 서로의 격려를 나누면서
발 네개가 달린 한마리의 홍학같이 멀어지고 있다.
매끄럽게 생긴 총각이 처녀를 부른다.
그리고 물소처럼 바람을 뚫고 쭉쭉 가서 그녀의 손을 잡아 주렸는데.. 아이고 총각아 그 손 잡지 마오.
치마 누르는 그 손 떼면 렉싱턴 52가 마릴린몬로 두 다리 사이 봉긋한 그시기가 너무너무 창피하다오.
힘쓰는 것만 아네 저 녀석..
그리고 커다란 남자 어른이 아이를 감아안고 따라간다.
들려서 안겨있는 아이는 입에다 막대 사탕을 물었다.
아이들은 시력이 좋은가보다.
자동차 안에서 바깥을 보고 있는 나를 뚫어지게 본다.
내가 두 손을 계속 많이많이 흔들어 주었다.
아이가 고사리 손으로 입에서 막대사탕을 쏙 뽑더니 나를 향해 뻗는다.
아마 답례로 딱 한 번 빨게 해 주겠다는 거 같았다.
아이와 나, 우리 둘은 문안으로 사라질 때까지 친하게 지냈다.
그렇게 결국은 모두가 건물 안으로 사라졌고 나 혼자만 남았다.
첫댓글 스물 세 해 동안 나를 키운건 팔할이 바람이다...
유명시인이 노래 하셨지요
바람은 그렇듯 마릴린 몬로를 키워내고 어린아이 막대사탕속 우정도 키워 내는가 봅니다 참 다정키도 하셔서...
시 박사님이시네요. ㅋ 저는 모르거든요.
저절로 다가오는 세상일들은 시력이 좋아야 보이는건지 암튼 많이도 보입니다. ㅋㅋ
거센 바람이 부는 순간을 포착,
재미있게 은유적으로 표현하셨네요...
아슬아슬한 모습까지 유머러스하게...
다른 사람들에게 벌려지는 일들이 내게는 웃음이 되기도 하였는데 그 사람들에게는 무척 곤란한 상황이라서 표정관리가 필요했습니다. ㅋ
한손으론 볼을 싸매고
한손으론 치마~
마릴린먼로의 그 섹쉬한 표정이 오버랩됩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역시나 젊고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은 모든 나름대로의 매력적이었습니다.
역시 도깨비불님 글은,,, 뭣이라고 써야하는데 그만 막힙니다.ㅎ ^^
저도 뭣이라고 답글을 써야는데 그만 막히네요. ㅋㅋ
지금은 없어졌지만
우리들 학창시절에 바람의 종류도 많았는데
정온 연풍 화풍 질풍 강풍 구풍,
구풍의 구는 말 달릴 구자인데
그 바람은 구풍쯤 되는 모양입니다.ㅎ
아. 저의 때에는 그런것까지 안 가르쳐 줬습니다. ㅋ
구풍 말달리는 바람은 되고도 남는데요.
일년중에서 약 5일간 정도만 불고 조용해 집니다.
계절에 따라 바뀌는 바람 계절풍~
여름에는 바다에서 육지로 . .
겨울에는 육지에서 바다로
부는 바람이어라..
갑따기 중1때 영어쌤이 생각나네요
이름은 박기풍~~~ㅎ
우리들은 그선생님을 선생님
이라 안하고 ..
선생님 수업시간에 나타날때 마다
바람풍~~온다 하면서 수근거렸던 기억들이 소환됩니다
아~~~
지금 저녁 9시 ..
배가 고프네요
저녁먹어야 겠어요 ㅋㅋ
네. 풍선생님이 가르치신대로 입니다. ㅋ
계절이 바뀌면서 바람은 한차례 요동을 치는데 산맥의 골이 되는 부분의 아랫동네 만큼은 며칠간 힘든 바람을 견뎌야 하더라고요.
옛날 고전 서부영화에서 황야의 무법자가 덩쿨 구르는 먼지바람에 주인공 총잡이의 롱코트가 펄럭거리고 탕탕. 총 뽑으면 언제나 악당만 바람먼지 붉은 땅바닥에서 깩.
그게 이곳 지방의 계절풍이었어요. ㅋ
9시에 저녁을? 난 5시에 저녁. 9시면 쿨쿨. ㅋㅋ
@도깨비불 에휴~~
아직 팔팔한 청춘이신데...
먼 9시에 주무시나요,,ㅋㅋ
오늘부터 도깨비불할배 라고 해야겠어요,,ㅎㅎ
퇴근해서 GYM 다녀오면
대략 9시 넘어서 저녁식사 합니다,,^^
우악
금둥이가 사는 동네라
바람도 쥐떼소리 내며
코끼리 처럼 지나가는구나
역시 바람도 달라~~
바람에 단추가 떨어진다면 딱 좋은 표현도 되겠던걸요. 넓다보니 별아별도 많습니다. ㅋ
바람 소리가 만마리의 쥐떼처럼 들렸나요.
코끼리처럼 큰 바람
차에 내려서
레스토랑으로 들어 갈 때까지 풍경인데 표현이 좋아요
아이와 교감도
아름답고요
네. 백만마리 였는데 만 마리로 깎았습니다. ㅋ
저는 코끼리 큰 바람에 부기우기 엘비스프레슬리 처럼 걸었습니다. ㅋㅋ
짧은 순간의 모습들을 잘 스케치 하시는 걸 보면 관찰력도 좋으세요. 무슨 사물이든 어떤 상황이든 사람이든 그냥 지나치지 않고 세심하게 살피니 거기다 상상력까지 더하니
늘 글 표현이 풍부 합니다.^^
상황 따라서 눈이 보고 뇌에 연락하면 스르륵 다른 화면이 덧대어져서 비교를 하게 되네요.
글 실력이 없고 전문성도 없어서 글판을 짤 줄은 모릅니다. ㅋ
표현력이 남달라서 글 읽는 재미가
넘 좋아요.
잘 읽고 갑니다.
좋게 봐 주시고 칭찬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 집으로 오는길 길 옆 담장 바닥에 떼쟁이 아기가 벌렁 누워 앙앙 거리는데 순한 젊은 어미는 달래고만 있다 내가 가까이 가서
그렇게 우는거냐? 했더니 발랑 일어서서 제 엄마 품을 파고든다 제깐엔 창피했던지 ㅎㅎ 깨비가 드뎌 밖으로 나섰네 사람이 등장하는 거 보니
그 떼쟁이 아기가 순한 젊은 엄마를 힘들게 했네요. ㅜㅜ
윤선누님의 포스가 만만치 않았나?
어린 아이가 창피함을 알까요?
ㅋㅋㅋ 저는, 요 며칠부터 꽤 바쁩니다.
심오한 생각 들어요
ㅋㅋ 심오.. 과찬요.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 동화가 생각나네요
마지막에 혼자만 남겨두고 모두 사려져 버렸네예
태어날때도 나홀로 나왔듯이
결국은 혼자임을요
도깨비불님의 글은 뭐할까 오묘하다해야 하나 ㅎ 어쨋든 잘 읽었어예
봄꽃처럼 화사한날 되세여~~
모두 사라졌지예. 결국은 혼자 남았어예.
오묘한 글에 댓글도 이쁘게 쓰셨어예.
이글을 보니 열일곱 머슴아처럼 마음이 싱숭생생숭해지네요
봄바람과 청춘은 좋은것입나다
처녀의 치마도 들어올리고 총각의 마음도 싱숭생숭해지게 만들고
ㅋㅋㅋㅋ 싱숭 생숭해 지는 계절이 오는데 청춘의 불꽃은 꺼져가고 ㅜㅜ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