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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뮤클-뮤지컬&클래식 원문보기 글쓴이: 외로운 봉우리
1.문을 빼꼼히 열며
공식적으로 이 기록은 뮤클합창단 근황기록으로 557번째 근황기록이며 마지막 기록입니
다. 이 기록은 연습 일지는 아니며 사실상 뮤클합창단 고별연주회 기록인데, 횟수로 보면
13회 정기연주회가 됩니다. 이 정기 연주회는 통상적 방식의 연주회는 아니었고, 몇몇 뮤
클러들을 관객으로 모신 채 조촐하게 가족행사처럼 치룬 음악회의 기록입니다. 나는 우
리가 고별 연주회를 하게 된 경위와 그 현장 그리고 이제 뮤클합창단 활동을 접게 된 시
점에 이른 지금까지 뮤클합창단이 걸어온 길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전망을 기록하고자 합
니다.
2.고별 연주회를 하게되기까지
12회 정기연주회를 성공리에 끝내고 난 뒤, 사실상 아슬아슬한 상황이었지만 차마 이대
로 접기가 너무 아까워 일단 13회 정기 연주회를 하기로 하고, 하이든의 [파우켄 미사] 악
보를 마련하고, 연습에 들어갔습니다. 연습 인원이 10명을 채 넘기지 못하는 상태로 그
아슬아슬한 상황은 계속 이어졌는데, 그렇더라도 향후 새로운 전환이 도래하리라 기대하
며 5월 11일 공연을 하기로 대관 계약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결정적으로 최종 계약
을 해야 하는 3월 초에 가까워진 2월 말까지 인원이 10명선을 넘지 못하자, 도저히 이 상
태로는 최종 계약까지 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결국은 최종 대관 계약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처음에는 이번 공연만 일단 거르고 다음 공연으로 계속 이어갈 예정이었지만 상황을 찬
찬히 검토해 보니 지금 상황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뮤클합창단의 성격에서 오는 필
연적인 결과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뮤클합창단은 가입과 탈퇴를 비롯한 어떤 행
위에도 강제가 존재 않는 합창단이며, 각자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 본업 사
이 사이에 시간을 내어 취미 생활의 일환으로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여기에 어떤 공적 사
적 체계적인 지원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비용을 단원들 개개인의 부담으로 해결합니
다. 그런 상태로 2005년부터 1회 연주회를 하고 활동을 시작했는데, 2007년 3회때부터
는 거의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정기 연주회를 이어오면서, 서구의 정통 미사곡이라는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로 공연을 이어갔습니다. 이것은 일부 카톨릭 소속 전문 합창단 외
에 어떤 전문 합창단도 시도해 보지 못했던 것으로 부산 음악계의 신기원을 이룩한 것이
라 볼 수 있습니다. 더구나 공연 때마다 거의 전석을 다 채울 정도-10회공연부터 12회까
지는 대극장에서 그 전에는 중극장에서-의 성황리의 공연을 치루었다는 점에서 그 업적
인 정말 대단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활동이 거의 13년에 이르고 보니 이것을 본업으로 할 수 없는 단원들의 입장으
로서는 더 이상의 추진력을 발휘하기가 힘들어집니다. 중간 중간 들락날락하며 30명 내
외의 인원을 채워 갔지만 이제는 더 이상 참여할 인원이 없어진 상태, 즉 뮤클 합창단으
로서는 자연 소멸의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이런 결론에 도달한 우리는 이제 이 합창단
활동을 접는 것이 옳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만약 이 상태로 억지로 밀고나가다가는
지금까지 이룩해 왔던 그 화려한 과거 이력을 망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것이죠.
비록 활동을 접는다고 결정되었지만 접는 그때까지 연습은 멈출 수 없습니다. 그래서 활
동을 접기로 한 시기 전후에 해당되는 작년 8월7일부터 금년 3월 19일 마지막 연습까지
23회에 걸쳐 하이든의 미사곡 연습을 했습니다. 그 전에 잠깐 존 레빗의 미사곡 연습도
했지만 그것은 차치하더라도 이렇게 열심히 연습한 곡을 그냥 사장해 버리기는 너무 아
깝습니다. 그래서 비록 정식 공연은 아니지만 조촐한 내부 행사로 마지막 고별 공연을 가
지기로 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연습 때마다 각 파트에 1, 2명 정도, 전체 10명 내외로 된
적은 인원밖에 오지 않고 특정 파트는 아예 없기도 한 상황이지만 연습은 강행됩니다.
마지막에는 결국 이번 연주는 실내 콘서트 형식으로 빙 둘러서서 공연하기로 결정을 내
렸습니다.
3.공연 현장
비록 조촐한 공연이지만 단원들의 정성은 대단해서 자체 팜프렛도 만들고 거창한(?) 현
수막도 준비했습니다. 그래서 공연하기로 한 날이 되었는데, 나는 그날 2시부터 모종의
외부 행사가 있어 그곳에 참여하고 간답시고 7시가 약간 넘어서야 도착했습니다. 정말 이
게 정식 정기연주회 같았으면 꿈에도 생각지 못할 일인데, 나 자신 알게 모르게 긴장감이
좀 풀렸었나 봅니다. 그것은 나중에 실제 공연 때 바로 그 증거로 드러납니다.
공연하기로 한 연습실에 들어가 보니 현수막이 내걸렸는데 정말 어마어마할 정도로 거창
하더군요. 이렇게 클 줄은 몰랐는데, 위용이 대단했습니다. 팜플렛도 정말 앙증맞게 잘
만들어졌더군요. 그런데 아무리 자체 행사라지만 관객이 아무도 없으면 좀 우스운데 의
외로 뮤클러들이 상당히 많이 관객으로 참여했더군요 그 중에 과거 합창단에 몸 담았던
사람들도 많았지만 아무튼 이렇듯 많이 찾아 주니 그래도 분위기가 상당히 훈훈했습니
다. 역시 뮤클에는 아직도 끈끈한 우정과 사랑이 남아 있더군요.
공연은 거울을 배경으로 지휘자를 향해 빙 둘러선 상태로 진행되었는데, 처음에 뮤클 합
창단가로부터 시작하여 본 레퍼토리인 하이든의 [파우켄 미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앵콜
형식으로 [레미제라블]의 <민중의 노래>를 했습니다. 자체 행사이니만큼 연주의 수준에
대해서 강박적일 정도의 긴장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아무래도 나 개인의 경우는 좀 지
나친 듯 합니다. 난 단가나 <민중의 노래>는 가사도 미처 채 익히지 못해 어물거리곤 했
고, 본 레퍼토리에서는 중간에 박자를 틀려 곤경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세상에!! 앞 뒤곡
은 한두 번 불러 본 곡도 아니고, 미사곡은 거의 매일 집에서 반복적으로 연습을 했더랬
는데, 아무래도 긴장이 너무 풀렸나 봅니다. 긴장이 풀리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명확하
게 드러난 경우인데, 자체 공연이기 망정이지 정식 공연이었으면 정말 대형 사고 칠 뻔
했습니다. 사실상 마지막 공연인데 끝마무리를 말끔하게 하지 못했던 것 같아 아쉽군요.
하지만 뮤클합창단에서 그 어느 누구보다도 열심히 뛰었음에, 그리고 이제 그간의 노고
에 일말의 후회도 없음에 만족하려 합니다. 연주는 7시 40분에 시작되어 8시30분경에 끝
났고, 연주가 끝난 뒤, 까페지기로서의 나 자신의 소회 표명과 함께 지휘자와 반주자에게
감사패를 증정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단장과 내가 합작하여 만든 문구는 이렇습니다.
먼저 지휘자. “선생님께서는 지난 10여년간 뮤클합창단을 탁월한 지도력과 진정성있는
추진력으로 혼신의 힘을 다하여 성장시키셨습니다. 이는 부산의 합창 음악 연주계의 신
기원이었고, 음악의 비전문인과 함께 하여 이룬 불세출의 금자탑이었습니다. 이에 뮤클
합창단 일동은 그간의 연주활동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기를 기원하고, 선생님의 노고를
치하하는 마음을 담아 이 감사패를 바칩니다.” 정말 뮤클 합창단은 뮤클합창단이라기보
다 ‘엄현섭 합창단’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지휘자의 영향력과 힘은 지대했습니다. 엄현섭
없는 뮤클 합창단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은 것으로 이 합창단은 정말 지휘자의 분신이나
다름없었죠. 모쪼록 지휘자의 앞으로의 예술 활동에도 서광이 비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
다.
다음은 반주자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지난 10여년간 뮤클합창단의 반주를 맡으시어 혼
신의 힘을 다하여 훌륭한 성과를 이루어내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합창단을 감도는 아름
다운 조화로움이었고, 든든하면서 정다운 반주자였습니다. 이에 그 동안에 뮤클 합창단
에 바친 그 강한 진정성과 열의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이 감사패를 바칩니다.” 이은혜
반주자는 2009년 4회 정기연주회부터 꼭 10년간 반주를 맡아 왔는데, 따뜻한 성격과 탁
월한 솜씨로 까다롭기 이를 데 없는 지휘자를 도와 합창단과 참 잘 어울린 반주자였습니
다. 그간의 노고를 치하합니다. 노고를 치하할 사람이야 어디 그 뿐이겠습니까? 현 단장
과 총무 이하 모든 단원들이 다 그럴 것이고 심지어 지금까지 뮤클합창단을 들락거렸던
모든 단원들, 공연때마다 아낌없는 지원을 보태었던 뮤클 스탭진들 모두의 노고에도 감
사드려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지휘자와 반주자가 단원 하나하나에게 장미 한 송이씩을 선사하는 것으로 행
사를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한 뒤에 마지막 회식 장소로 향했습니다. 이렇게 하여 뮤클 합
창단은 13회 정기연주회를 마지막으로 활동을 접게 됩니다. 이 시점에 즈음하여 이제 20
05년부터 시작된 뮤클 합창단의 활동을 한번 되돌아 보고 싶어지는 군요
4.. 지난 시절 그 빛나는 추억들
뮤클합창단이라는 이름이 생기기 전 음악 카페 뮤클에는 ‘노래부르기’라는 행사가 있었
습니다. 2003년에 뮤클에 가입한 내가 한번 가 보니 꽤 상당히 긴 시간동안 [사운드 오브
뮤직]. [레미제라블]등의 뮤지컬 넘버곡들을 함께 불러보는 행사로 정식 합창이라기보다
는 그냥 재미로 노래나 한번 불러보는 행사였습니다. 그런데 지휘를 맡던 노미가 베이스
해 볼 사람을 찾아 내가 참여하고, 테너도 정해지고 하면서 4부 합창 구성이 되었고, 그
상태로 2005년에 1회 정기연주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부산시민회관 소극장에서 했는
데, 무대 경험이 별로 없는 우리로서는 그냥 재미삼아 흥겹게 같이 노래 부르는 행사였고
모두들 즐거웠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공연을 이어가기로 합의를 보았습니다. 노미는
군입대를 하고 다음 지휘를 라라가 맡아서 2회 정기연주회를 그 다음에 같은 장소에서
했는데 그해 7월에는 양성평등문화행사에도 참여했었습니다.
이때까지는 그냥 재미로 노래 불러 보는 수준에서 상황이 일변한 것이 라라가 지휘를 접
고 엄현섭 섬생님이 지휘를 맡고부터입니다. 엄현섭 선생님이 처음 등장해서 진성대와
가성대를 구별 설명하면서, 뒤꿈치로 우뚝 서 횡경막에 충격을 준 경험이라든지 온 몸에
땀이 날 정도로 스트레칭 체조를 했던 것이 대단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
은 모차르트의 [대관식 미사]를 들고 와서는 같이 불러 보자는 것입니다. 세상에! 이걸 내
가 부른다고? 상상도 못해 본 일인데? 하지만 지휘자는 아예 이 곡으로 공연까지 준비하
고 있었습니다. 일면 불안하면서도 지휘자를 따라 정말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그 때 당감
동 우리 아파트 공간을 연습실로 제공하여 정말 열심히 연습했는데, 연습시간 자체가 정
말 재미있었습니다. 그리하여 2007년 7월에 문화회관 중극장에서 [레미제라블] 레퍼토리
와 모차르트의 [대관식 미사] 공연을 했는데, 솔로도 전부 우리 합창단 내부에서 맡고 했
지만 그 공연은 정말 전문가의 공연 뺨칠 정도로 대단한 성공적인 공연이었습니다. 그 성
공에 힙입어 영광도서에서도 공연이 이루어졌고, 뮤클 5주년 기념 특별 연주회를 중극장
에서 가지기도 했으며, 구덕병원의 호스피스 음악회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이때에 단체명도 [뮤클합창단]으로 정하고 단장도 정하고 시민회관 연습실로 연습실을
정했습니다. 그리고 4회 연주회로 문화회관 중극장에서 모차르트 [레퀴엠] 연주를 했는
데, 이 연주회도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심지어 중간에 공연을 포기할 생각까지 했었는
데, 어찌 겨우겨우 공연은 했지만 공연 자체는 성황리에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
로는 연주 자체에 문제가 많다고 여겨져, 다시 한번 재시도할 생각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4회 공연이 레퀴엠이었는데, 5회 공연도 레퀴엠으로 이어졌습니다. 그 공연이 정말 잊을
수 없는 포레의 [레퀴엠]이었는데, 합창단이 소리를 낼 때 절제라는 것이 무엇인지 철저
히 배울 수 있었던 곡이었습니다. 하지만 공연이 다 끝난 지금 와 생각해 보면 그 곡만큼
우리의 심금을 울렸던 곡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같이 연주한 [맘마미아] 접속곡은
안무라는 새로운 경지를 습득하게 된 경험이었습니다. 5회 공연에 우리가 너무 억눌려 있
었다고 생각했던 반면 6회 공연인 [스테바트 마테르]는 정말 양껏 질러대는 공연이었습
니다. 이 곡의 마지막 아멘 송은 그 복잡한 이중 푸가 구조를 잊을 수가 없는데, 부르기에
상당히 재미있는 곡이었습니다. 7회 공연은 브루크너의 [테 데움]이었는데 브루크너의 곡
은 정말 부르크너 다운 전율을 불러 일으킬만한 곡이었고, 2부에 부른 황장수 작곡의 [풀
잎에도 상처가 있다]란 곡은 한국 가곡의 경지를 새롭게 느끼게 해 줄 정도로 사랑스럽고
아기자기한 곡이었습니다. 7회 공연에 이어 그해 9월에는 금정문화회관 대극장에서 UN
평화의 날 기념음악회를 했는데, 그때 참석하기로 했던 공무원들이 대개 불참하는 바람
에 관객석이 텅텅 비었던 생각이 납니다.
8회 정기연주회는 구노의 [장엄미사]였습니다. 매번 우리 연주회를 찾은 우리집 큰 놈 이
야기가 지금까지 접한 연주 중에 가장 알찬 연주 같았다고 말할 정도로 완성도 높은 공연
이었습니다. 합창 버전 관현악곡 연주도 재미있었습니다. 9회 연주회는 브루크너의 [미사
Fm]였는데 모 음악인으로부터 “이렇게 어려운 곡을 하다니 지휘자가 나쁘네!!”라 할 정
도로 정말 힘든 곡이었습니다. 그때 부지휘자였던 라라가 연습시키느라고 고생이 많았습
니다. 10회 정기연주회부터 연주장이 문화회관 대극장으로 바뀝니다. 음악 전공인들중
중극장에도 오르지 못하고 끝난 사람도 있다는데 우리는 비전공인으로서 대극장을 세 번
이나 밟아 보았으니 지휘자의 은공이 크다 하겠습니다. 10회 공연 레퍼토리는 베토벤의
[미사C조]였는데. 그간의 공연 경험에도 불구하고 내가 정말 곡다운 곡을 불러본다는 느
낌을 가진 첫 공연이었습니다. 특히 오프닝 넘버로 부른 부산초연 [고요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의 사운드 구사가 탁월하여 관객을 경탄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10회 공연을 마지막으로 활동을 접으려던 생각을 다시 거두고 11회 공연에 들어갔는데
그 때 한 것이 푸치니의 [글로리아 미사]입니다. 마치 오페라를 부르는 듯한 느낌의 곡이
었는데, 오프닝으로 오페라 서곡도 같이 불렀습니다. 푸치니의 [나비부인]중 <허밍코러스
>는 사실 뮤클 합창단이 부르기는 조금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두번째 부른 [카발레
리아 루스티카나]에서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합창에서는 현 단장인 강경원님의
플루트 솜씨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실질적인 마지막 정기 연주회인 12회 정기연주회는 하이든의 [넬슨미사]였습니다. 2부에
는 요한 수트라우스의 오페라 [박쥐]접속곡을 불렀는데, 엄숙한 미사곡과 가볍고 경쾌한
왈츠곡 사이의 분위기 조절에 익숙치 못하여 상당히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앵콜곡
으로 [상록수]를 부르며 뮤클합창단의 재기를 다짐했지만 결국 그것은 13회 고별 연주회
로 이어지게 됩니다.
내가 지금까지 대충 뮤클 합창단의 지나온 길을 엮어 보았지만 어찌 그것 뿐이겠습니까?
정기 연주회 중간 중간에 한 마스터 클래스, 코르위붕겐과 콘코네 연습, 화려했던 음악
캠프, 시민을 위한 음악회에서 고래밥을 관중들에게 나누어주던 기억 등 뮤클 합창단과
연관된 기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모든 기억과도 이별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뮤클 합창단의 역사에 대한 의미 매김을 하는 자리로 돌아 옵니다.
5.이제 그 화려했던 시절을 정리하며
이제 뮤클 합창단은 역사속으로 사라집니다. 나는 이제 화요일 아침마다 출첵하는 일도
없을 것이고, 연습 때마다 올리던 연습 후기를 적을 일도 없을 것입니다. 이제 뮤클 합창
단과 관련된 모든 사연이 끊어지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이대로 끝나는 것일가요? 진정 그
러해야 하는 것일까요?
돌아보면 뮤클합창단을 구성해 왔던 그때그때의 수많은 단원들의 역할은 너무나 지대했
습니다. 매 공연 때마다 30명 가까운 인원들이 모이었다가는 다 흩어졌습니다. 과연 그들
은 누구였을까요? 권력욕도 명예욕도 없이 그냥 음악만을 사랑해서 모였던 순수한 영혼
들이었습니다. 그들을 보고 무작정 뮤클합창단을 위해 봉사하라고 말하는 것은 언어도단
입니다. 그들은 그들의 역할을 완수한 것입니다. 그들 덕분에 뮤클 합창단이 이 지점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새삼 그들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모두들 감사했습니
다. 모두들 수고 많았습니다.
뮤클 합창단의 역사는 빛나는 역사이었습니다. 그 덕은 거의 다 엄현섭 지휘자의 몫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음악 전공인으로서 비전공인들을 거느리고 이 정도까지 성장시키는 데
는 남다른 희생이 필요했었던 바 우리 모두는 그곳까지는 인식이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
다. 엄현섭 지휘자님 수고 많았습니다. 그간의 노고에 최대의 경의를 표합니다. 또한 지
휘자를 도와 자기 삶을 바친 반주자에게도 최대의 경의를 표합니다
우리의 지난 뮤클 합창단 역사는 우리의 긍지입니다. 정말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정도
로 완벽합니다. 그런데도 내 마음이 왜 이리 허할까요? 하루종일 뭔가 잃어버린 듯 해서
내 영혼이 휘청대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나를 이런 글을 쓰게 만들었습니다. 아련한 추
억을 붚잡아 보려는 간절함이 이런 글을 쓰게 만들었지만 저는 만족합니다. 모두에게 감
사합니다. 이제 평화를 누리기를 바라며 도나 노비스 파쳄.....
지금까지 뮤클 합창단이었습니다
좋은 공연 & 소중한 만남은, 언제나 [뮤클]과 함께 ^^ http://cafe.daum.net/mukle
첫댓글 557회의 대기록이 책으로 남겨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