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 대하는 사람들과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다. 해마다 대하철이 되면 나는 그 추억으로 몸살을 앓는다. 설레는 마음으로 대하를 맞이하고 그 풍성한 대하들과 함께 아름다운 추억거리를 하나씩 만들어 간다. 올해도 어김없이...
대하는 절지동물 십각목 보리 새우과의 갑각류다. 대하(왕새우)는 추석을 전후로 많이 잡히며 맛 또한 이 때가 가장 달다. 최근 몇년 사이에 인기가 급상승해 서해 일대에는 대하를 찾는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지금쯤 안면도, 남당리 대하축제에 새우 굽는 연기가 자욱할 것이다. 전국 각 지역마다 특산물을 내세워 축제 한판을 벌이는데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맘 같아선 전국의 축제란 축제는 전부 쫓아다니고 싶다.^^
대하를 먹기 위해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찾는다면 강화도를 권한다. 예전 같진 않지만 그래도 강화도에 양식장이 몇 있어 <왕새우구이>란 간판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집에서 가까운 관계로 대하구이가 생각나면 가끔 이 곳을 들른다.
ps: 강화도를 찾는다면 해안도로를 따라 전등사, 함허동촌, 동막해수욕장 코스를 돌아 초지대교 쪽으로 나오면 좋겠다.
먹는 방법이야 다 알겠지만 기왕이면 더 맛나게, 더 알차게 드시길 바라는 마음에 대하 100% 즐기기를 보여 드릴까 한다.^^
살아있는 생새우를 구경하는 일은 즐거워~ 살 통통하게 오른 양식 새우!
살아 있는 새우를 구경하는 일은 참 즐겁다. 10개의 다리가 쉼 없이 발발발발~ 움직이는 모습이 징그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양쪽으로 불쑥 튀어 나온 까만 눈은 외계인같이 생경하다. 기다란 수염은 물속에서 흐느적흐느적...ㅋㅋ 사진의 것은 제법 살이 오른 양식 새우다. 추석 이후로는 씨알이 굵은 게 나오겠다. 1kg (대략 크기에 따라 30~40마리) 가격 32,000~34,000원선
이것이 자연산 대하! 자연산 새우는 그물에 걸리자마자 죽기 때문에 현지에서 직접 사 먹는 게 최선이다.
안면도 안흥항의 자연산 대하다. 자연산 새우는 그물에 걸리자마자 죽기 때문에 현지에서 직접 사 먹는 게 최선이다. 얼음에 채워진 자연산 대하는 양식 새우에 비해 육질이 쫄깃하고 단 맛이 강하다. 대하 큰 것은 최고 26센티나 된다 하는데 이거 먹어 보는 게 소원이다.^^ 자연산 대하 22,000원~
새우 살려~ 대하 굽기 전.
살아 있는 새우는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정신없다. ㅡㅡ;; 그래서 식당 주인들은 새우가 들어있는 통을 마구 흔들어 새우를 기절시키기도 한다.^^ 새우는 보통 호일을 깐 팬에 소금을 놓고 위에 올려 굽는데, 이 때 뚜껑을 열어둔 채 소금을 먼저 불에 구워 연기를 없애주는 게 좋다. 소금에 들어있는 독성 물질을 휘발시키는 작업이다.
분홍빛으로 잘 구워진 새우 납시오~
새우를 가장 맛있게 먹기 위해선 한 쪽의 색깔이 분홍빛으로 변하면 뒤집어 준 후, 다른 한 쪽 색깔이 보기 좋게 분홍색이 되면 그 때 먹어야 한다. 껍질이 노랗게 탈 정도로 너무 오랫동안 구우면 살이 퍽퍽해지고 새우의 육즙을 제대로 맛볼 수 없다. 심지어 다 먹을 때까지 불을 켜놓는 이도 있는데 딱딱한 대하라니... 슬픈 일이다. ㅜㅜ....
종로 대하구이집 <독도>의 대하. 으~ 보기만 해도 침이 뚝뚝.
강화도, 소래, 서울 근교 신도시에는 대하 파는 곳이 제법 되지만 서울 시내에선 찾기 힘들다. 다행히 종각 피자헛 골목 안 <독도>라는 곳에서 새우소금구이(10마리 13,000원)를 만날 수 있고, 그 옆 <육미집>에서도 오도리(10~15마리 15,000원)의 생생함을 즐길 수 있다. 위 사진은 <독도>에서 먹은 대하구이다. 내 맘대로 구워 먹을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지만 생새우를 직접 먹는 게 어딘가.. ^^ (독도 02-732-8014)
새우 머리, 그냥 버리지 마세요~ 진짜 맛난 부분은 새우 머릿속 골수에 있답니다!
새우 머리를 떼어 그냥 버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진짜 맛은 머릿속 골수에 있다. 그 맛을 모르고는 대하 얘기 하지 말자. ㅋㅋㅋ (첨이라면 시도해 보셔도 좋을 듯...) 새우에는 핵산, 인, 칼슘이 다량 함유 되어있어 건강을 생각해 아낌없이 다 먹는다.
과자처럼 바삭하게 구워 먹는 재미도 쏠쏠~
따로 떼어놓은 머리, 꼬리는 ‘기름을 넣지 않은’ 후라이팬에 달달 볶아 과자처럼 구워 먹는데, 이 맛이 또 예술이다. 일반 식당에서 이렇게 먹긴 힘들겠지만 굳이 직접 한다면 막지는 않는다.^^ 나는 매번 새우 꼬랑지조차 버리는 일 없이 온전히 다 먹어 치운다. 일부에서는 콜레스테롤을 걱정해 새우 먹기를 꺼려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일년에 몇 번이나 먹는다고 이 좋은 대하를 마다하나. 즐거운 마음으로 조금은 먹어도 좋을 듯...
서울근교 나들이 계획이 있다면 지금 대하 축제로 한참인 안면도에 가 보자. 남당리 할 것 없이 이 부근에는 새우구이 냄새로 바닷가가 향기롭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이는 한가위, 집에서도 충분히 대하구이를 즐길 수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이나 가락동 수산시장에서 대하를 직접 구입해 굵은 소금 위에 구워 다 함께 먹어보자. 온 식구들과 행복한 시간이 되리라 믿는다.
나는 올해 역시 강화도 초지대교 근방 왕새우구이 집에서 새우 1키로를 아작 내면서 행복한 추억을 만들었고(산달이 다가온 이 집 개 럭키... 잘 있는지 궁금하다), 안흥항, 왜목마을, 홍원항... 이름 모를 작은 포구에서 작은 배에 실려 오는 새우 구경 실컷 했다.
가을을 더욱 아름답게 하는 새우, 한가위를 더욱 달콤하게 하는 새우, 새우의 단 맛 만큼이나 우리 사는 것도 달고 맛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