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자들이 나침반으로 삼았던 학문수행의 방법은 “박학(博學)즉 널리 배우는 것”입니다. 또 논어 계씨 편에는 살면서 어려움을 겪고도 배우려고 하지 않는 사람을 가장 어리석은 인간이라고 분류하고 있습니다.
실존 철학은 존재가 본질을 앞서고, 본질이 존재를 앞서지 않는다는 점을 근본 원리로 삼고있습니다. 여기서 존재인 나를 결정하는 것은 나의 선택입니다.
소비자 주권시대인 요즘 세상일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 소비자 주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면, 자동차 한 대를 살려고 해도 Option(선택 사양)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해야 자기취향에 맞고 안전하며 가장 경제적인 방법으로 소비자 주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승용차 한 대에 무조건 고정가격으로 얼마 하던 시절에 익숙한 사람들은 소비자 주권시대가 매우 귀찮고 불편 해졌다고 불평하실지도 모를 일입니다.
필자가 사는 동네 오랜 된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일에도 시당국의 공동참여를 허용하는 ‘신속통합재건축’ 방식으로 할 것인지 ‘실수요자 단독 개발’ 방식으로 할 것 인지를 두고 주민들이 양쪽으로 갈라져 서로 대립하고 있습니다. 우리동네에 서로 다른 재건축 철학을 가진 두 단체가 서로 자신이 주장하는 재건축 추진 방법이 기술적 그리고 경제적으로 가장 타당하다면서 상대방을 악마화 하고 있습니다. 마치 여당과 야당의 국회의원들이 서로 상대 방을 악마화 하며 국회의원의 격을 떨어트리고 나아가 국회의 권위를 경쟁적으로 실추시키듯이.
말기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 브로니 웨어(Bronnie Ware)가 죽음을 앞둔 환자들과 나눈 이야기를 모아 사람들이 가장 후회하는 일들을 밝힌 글을 접한 적이 있습니다. 말기환자들이 공통적으로 후회하는 일 다섯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내가 원하는 대로 살지 않고 다른 사람이 기대하는 대로 산 것.
2. 너무 일만 열심히 한 것.
3.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지 못 한 것.
4. 친구들과 연락하며 지내지 못한 것
5. 더 행복하게 살지 못한 것.
-브로니 웨어(Bronnie Ware) 저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The Top Five Regrets of Dying.)’중에서
말기 환자들이 후회하는 목소리의 이면에는 평소 삶의 방식선택의 문제가 마치 자신의 통제 밖 영역에 존재했던 것처럼 원망의 감정이 약간 섞여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선택권이 있었지만 알 수 없는 미지의 결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선택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불찰인 데도 말입니다. 아무 생각없이 수동적으로 흘러가는 삶에 내 몸을 맡긴 것이 말기환자들의 삶을 관통하는 후회입니다. 아니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범부들이 범하는 공통된 삶의 양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논어에서 공자님은 배움에 임하는 여러 유형의 사람을 관찰하고 아래와 같이 네 그룹으로 분류했습니다(논어 계씨편 제9장).
상등급 생지(生知). 태어나면서 저절로 아는 사람
차상등급. 학지(學知). 후천적으로 배워서 아는 사람.
차차상등급. 곤지(困知). 어려움을 당하여 발분해서 배워 아는 사람.
최하등급. 곤지불학(困知不學). 어려움을 당하고도 배우려고 발분하지 않아 꽉 막힌 사람.
소비자주권시대에 아는 사람은 생활제품에 option(선택사양)이 많을수록 더 똑똑하게 소비자 주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같은 이치로 정치소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4월 3주에 나타난 한국 갤럽의 여론 조사에 의하면 윤대통령국정수행 지지율은 긍정 31%(전주대비 4% 증가) 부정은 60%(전주 대비 4% 감소)했습니다.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 힘 32%(전주대비 1%증가) 그리고 더불어 민주당 32%(전주대비 -4%)로 동율을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무당층이 31%(전주대비 2%증가)로 두드러지게 증가 했음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 힘과 더불어 민주당이 정쟁에 휩쓸려 서로 가 서로를 악마화 하며 허구한날 정쟁을 일삼기 때문에 실망한 정치 소비자들이 무당층에 가담하여 정치의 양극단화를 견제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지금 여당은 정치 소비자에게 호감을 불러 일어 킬 만한 신선하고 실용적인 정치 메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민주당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때문에 검찰수사에 끌려 다니며 월등한 여소야대의 의석분포 이점에도 불구하고 주도적으로 야당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여당은 친윤의 줄 세우기에도 불구하고 민심을 잘 받들지 못하고 야당은 돈봉투사건과 지도자가 사법리스크에 노출되어 검찰에 끌려 다니느라 무기력하여 유명무실입니다.
더불어 민주당은 지금 곤지(困知)와 곤지불학(困知不學)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기로에 서있습니다. 더불어 민주당이 곤지를 선택하여 개혁의 칼을 뽑는 다면 재활을 통하여 야당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만의 하나 더불어 민주당이 곤지불학(困知不學)을 선택하여 더욱 지리멸렬 해 지면 국민은 대안이 없어 무조건 여당 쪽으로 지지가 쏠릴 것 이라고 오판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현명한 정치 소비자인 국민은 분별력 있는 선택권을 행사하여 견제와 균형 자 역할을 자처하며 야당의 공백을 메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집권여당이 진부한 단일 정치메뉴를 고집하고, 더불어 민주당이 곤지불학(困知不學)상태로 지리멸렬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무당층이 증가하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무당층의 증가가 제3지대를 표방하는 새로운 정치 세력의 출현을 촉발 할 것으로 추측해 봅니다.
아무튼 정치 소비자들이 기존 정당에 끌려 다니며 선택권을 강요당하지 않고 자율적인 선택권을 행사하자면 기존정당의 구태에 대해서 시시비비를 가려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정치 소비자들도 박근혜전 대통령의 탄핵을 경험하면서 정치적 안목이 매우 높아 졌습니다. 이에 비해 정치 지도자들의 품격은 국민의 기대를 전혀 충족시키지 못하고 날로 추락하고 있습니다. 그 근본 원인은 평소 인간적인 배움과 학문적인 배움이 공인이 되기에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튼 정치 지도자들은 공인으로서 공부를 게을리해서는 안됩니다. 여기서 공부라 함은 인간적인 공부와 학문적인 공부를 모두 포함합니다.
논어 자장(子張) 편에 학문(공부)하는 방법 네 가지가 나와있습니다:
박학(博學). 널리 배울 것.
독지(篤志). 뜻을 독실하게 할 것.
절문(切問). 간절하게 물을 것.
근사(近思). 가까운 것부터 생각해 나갈 것.
중용에서 전하는 학문(공부)의 다섯가지 방법입니다:
박학(博學). 널리 배우는것.
심문(審問). 자세히 묻는 것.
신사(愼思). 신중하게 생각하는 것.
명변(明辯). 분명하게 변별하는 것.
독행(篤行). 독실하게 실천하는 것.
알고 지은죄와 모르고 지은 죄 중 실정법에서는 알고 지은죄를 더 엄하게 다스립니다. 그러나 실제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모르고 지은죄가 더 파괴적이고 위험합니다. 왜냐하면 모르고 지은 죄는 행위자가 죄의식을 각성하여 곤지(困知)에 과정을 거쳐 무지로부터 탈출할 동기부여자체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모르고 지은 죄는 자기도 모르게 상습적으로 반복할 개연성이 높기 때문에 알고 지은 죄 보다 더 위험하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하여 러시아가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이라 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경우 인도지원이나 재정지원에 머물러 이것 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러시아 외무부는 20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전날 윤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떠한 무기 제공도 반러시아 적대 행위로 간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같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만 문제에 대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고 우리는 국제 사회와 함께 힘의 의한 현상 변경에 대해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비판하자 우리 외교 당국자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에 해당하며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맞섰습니다. 그후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극언하자 우리 외교부는 21일 “언행에 신중을 기하라”고 지적했습니다.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말한 윤대통령의 발언은 다분히 계산된 발언이라고 보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중국의 반발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밖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안보면에서 미국과 동맹관계는 공고하게 유지하되 중국, 소련과의 관계도 사안별로 유연하고 실용적으로 지속하도록 외교관계의 틀을 다원적으로 가져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국의 사상가 랄프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은 변화와 관계가 세계의 기본 법칙이라고 주장합니다. 에머슨은 모든 현상적인 존재는 고정된 실체 없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세상풍조와 시류에 따라 세상은 수시로 변하고 우리는 변화하는 세상에 맞추어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도 선택적으로 탄력적으로 융통성 있게 조절해 나가면 될 것 같습니다.
최근 국민의 힘 최고위원들이 어이없는 실언을 하여 국민여론이 악화하고 있습니다.
시경(詩經) 대아(大雅)에 실려 있는 억(抑)이라는 제목의 시구를 통하여 말의 중요성을 음미 해 보시기 바랍니다. (지면 관계로 원문은 생략합니다).
“흰 구슬에 난 흠집은 그래도 갈면 되지만
입에서 나온 말의 흠은 어찌 할 방법이 없다 네.
가벼이 말하지 말고 함부로 지껄이지 말기를.
내 혀는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지만
한말은 쫓아가 잡을 수 없는 거네.
어떤 말에는 대답이 있고 어떤 덕에는 응보가 있는 것이니
친구들을 사랑하며 백성들과 젊은이를 사랑하면
자손들 끊임없이 번성하여 만민이 받들게 될 것이네.”
-시경(詩經) 신완역 서울대교수 김학주 역저(譯著)중에서
오늘 윤석열 대통령이 5박 7일간의 미국 국빈 방문길에 오릅니다. 조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비롯하여 윤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이 성공적으로 이루어 지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