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1/25/화/은평/흐림] 불광천/은평천사원/열린선원(간담회)
= 일정 : 은평문화예술회관(100대 절명상) - 서부병원앞 - 와산교 - 증산초등학교 - 수색성당 - 증산교 - 새절역 - 응암역 - 역촌동성당(점심식사) - 은평천사원 - 구산사거리 - 서오릉로 - 구산역 - 역촌시장 - 열린선원(100대 절명상/저녁식사/간담회/잠자리) = 걸은거리 : 12km = 글쓴이 : 백선희(강릉등불)
생명이란 무엇인가
네 생명과 내 생명이 따로가 아니라 자연 없이, 상대 없이 살아갈 수 없는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생명의 법칙과 질서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여, 지금 여기 우리 순례단에 대한 이야기로 아침 공부를 하였습니다. 천선혜 님은 자신이 생각하는 생명과 평화가 다른 사람과 같다 생각하셨지만, 자신이 가진 그릇만큼 상대와 소통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으셨다 합니다. 김경찬 님은 과거에도 무수히 공부했지만 ‘공부한 내용하고 그 사람 모습하고 달라. 공부는 왜할까 내가 그렇게 살지 못하는데..’ 죄책감과 부담감이 엄습하여 공부시간이 늘 힘들다고 토로하셨지요. 추상적이고 관념적으로 생명이 존재하는 세상 속에서의 삶의 자극을 주고 돌아보게 하는 이러한 공부시간은 현실과 이상의 문제로 늘 다가오게 합니다. 무엇이 현실과 이상인지, 무엇이 추상적이고 관념적으로 세상을 대하는지, 무엇이 먼 이상의 이야기이고 가까운 현실의 문제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알 수 있어도 세상은 그렇게 살지 못하게 하는 것들 투성인 것만 같습니다. 그렇게 오늘도 공부를 하고 순례자의 삶 속으로 돌아갑니다.
불광천 주변을 걷다
은평문화예술회관에 도착하니 많은 분들이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은평 주민들과 파주 자유학교 친구들이 와서 문화회관 앞에서 은평 지역 생명평화기원제를 드렸습니다. 오늘따라 절하고 걷는 것에 대해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집니다. 날씨는 흐렸습니다. 구름에 걸린 해가 달처럼 둥그렇게 보였고, 그 형상을 눈 부릅뜨고 쳐다볼 수 있었습니다.
응암시장 사거리를 지나 와산교를 건넙니다. 불광천은 유유히 흐르고 있었지요. 불광천 옆 동네를 가려는데 증산6구역 재개발조합설립추진위라는 간판이 보였습니다. 은평지역 뉴타운 관련한 재개발인가 고개를 갸우뚱하였지요. 증산동 주민센터를 지나 증산초등학교에 올 때까지도 그랬습니다. 181번지, 216번지, 217번지 정비사업조합 설립추진위라는 팻말도 붙어있었고, 수색성당을 지날 때는 증산2구역 재정비촉진구역 주민총회를 한다는 현수막도 걸려있었습니다. 마음도 어수선하고 동네분위기도 어수선해보였습니다. 그렇게 걸었습니다.
자유학교 학생들과 앞뒤를 바라보며 걸었습니다. 수색역을 지나 증산교 밑에서 쉬었습니다. 불광천에 다다랐지요. 물이 맑아서 가만히 들여다보았습니다. 가까이 가니 냄새가 났지만, 개의치 않은 듯 오리두마리가 뒤뚱뒤뚱 물위를 거닐고 있었습니다. 순례자 달님은 작은 돌 징검다리가 범람했다고 하는데, 무릎정도로 물이 차서 흐르고 있었습니다.
다시 길을 나섭니다. 증산3교를 지나 증산역 근처의 다리를 지나가는데, 다리기둥에 ‘비정규직 없는 사회’라 씌여져 있습니다. 비정규직 없는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요? 비정규직이 없으려면 저임금 노동이 없어져야 하고, 저임금노동을 하지 않으려면, 제품의 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정규직의 노동 강도가 세어지지 않을까요? 제품이 비싸지면 소비가 줄어들테고, 여차저차 해답을 찾다보면, 도법스님께서 말씀하시는 단순 소박한 삶에 방점을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직접적인 저와의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무심히 지나쳐버리면 그만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그러하지요. 내 생명과 무관한 어떤 것도 나보다 중요할 수는 없을까요? 순례자의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집니다.
멀리 보이는 전선줄에 비둘기들이 반상회를 하는 듯, 줄줄이 앉아 순례자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와산교를 지나니 자전거와 머리와 가방에 태극기를 달고 다니는 아저씨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갑니다. 주말에 한강순례 할 적마다 보았던 사람 같았습니다. 반가이 인사해주시니, 오랜만에 숨통이 트이는 듯합니다. 요즘엔 길을 다니면서 이렇게 웃으며 인사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새절역을 지나 불광천변을 따라 계속 걸었습니다. 불광천을 둘러싸고 양옆에 아파트와 빌라들이 주욱 늘어서 있었습니다. 저멀리 북한산도 보였습니다. 응암역을 지나 역촌동 주민센터 근처에 있는 역촌동성당에 도착했지요. 진보신당과 열린사회은평시민회에서 점심을 푸짐하게 준비해주셨습니다. 정성과 맛을 겸비한 밥상에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밥을 먹고 고요한 성당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성당 안은 어두웠으나, 십자가를 진 예수의 형상은 빛이 났습니다. ‘거룩한 성전’을 생각나게 하였지요. 2000년 전 역사 속의 예수와 마리아, 2000년 후의 십자가에 못박히고 성경 속에서나 상상 할 수 있는 예수와 마리아. 순간 혼동되었습니다. 많은 것들이 변한 지금 이 시대에 믿음이란 뭘까? 적어도 순례자 자신은 예수의 사랑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 걸까? 그 시대 예수의 정신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긴 한 것일까? 순례자는 문득 생각하고 물었습니다. 싸늘한 날씨에 움츠린 순례자들은 각자 흩어져서 쉬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김민수 이나시오 신부님께서 오셔서 도법스님과 대화를 나누셨습니다. 도법스님께서는 농촌이 무너지는 이유는 종교기관의 역할이 크다 하시며, 지역사회와 공동운명체라는 의식을 갖고 정부에서 소농과 가족농을 권장하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하셨습니다. 대농정책이 완성되면 7만가구 30만명 정도만 먹고 살 수 있다 하지요. 소농과 가족농을 바라보며 도시공동체도 그러한 정신을 구현해내는데 힘써야겠습니다. 김민수 신부님은 종교간 대화에 관심이 많으셨습니다.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인사를 드리고 길을 나섰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 은평천사원이 있었습니다.
장애, 다 다르고 또 같아요
은평천사원 조성아 부원장님을 만나서 천사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윤성렬목사님께서 1959년 전쟁고아들을 데리고 천막생활을 하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함께 공부한 데서 시작하였지요. 천사원에는 3살부터 20살까지 87명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부원장님께서는 고아와 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대해 이야기하시지요. 천사원에서는 재능있는 아이들을 유학보내어 지금 NASA 책임소장으로 있고, 대학교수, 의사가 된 사람들도 있다 하지요. 그만큼 고아와 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이겨낼 수 있고, 이 사람들도 성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순례자는 편견에 힘입어 오히려 장애와 부모 없는 아이들이 더 분리되어 생각되어지는 것은 아닌가 묻습니다. 그 분리된 방식으로 다시 장애와 부모 없는 아이들을 위한 무언가를 생각하게 되는 것을 아닌지요? 어찌 되었든 지금은 이혼가정아이들과 가정학대로 고통 받는 아이들도 함께 천사원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근위양으로 고생하시는 어떤 장애인은 대학원에 다니시며 인터넷 방송도 하고 바자회를 본인이 주관한다 합니다. 북한에 휠체어를 보내는 것, 나아가 장애인 재활용 나눔 작업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 하였지요. 은평천사원에서 운영하는 서울재활병원은 대기자만 4천명이라 합니다. 86년도부터 이 곳에서 일하고 계신 조성아 님은 복지시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설의 투명성이라 하지요. 천사원에 한끼 1170원이 지원되고 있는데, 그에 비해 지역아동센터는 한끼에 3000원이 지원된다 합니다. 그만큼 시설운영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었지요. 지역주민께서 지역에서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물으셨습니다. 지역에서도, 시민들도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일로 다양한 영역의 자원봉사가 가능하다 하셨지요.
천사원 앞에서 설명을 듣고 나서 재활작업장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재활작업장은 심리치료 ․ 물리치료 ․ 놀이치료 ․ 정신과 치료 등을 하고 종이공예 ․ 고무공예 ․ 구슬공예 ․ 도예작업훈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손으로 하는 것은 마음과 몸의 치유를 얻게 하니까요. 이렇게 얻어지는 기술로 직업재활도 하고 각종 기능대회도 참가하고 있었습니다. 찻잔 ․ 청백자 ․ 악세사리 공예품을 제작하고 지역주민을 위한 도자기 교실을 한다 합니다. 작업장에 들어서자마자, 햅쌀현미흑미로 만든 뻥튀기를 주셨습니다. 고소하고 담백했습니다. 뇌성마비 장애인 형의 멋있는 그림도 보았습니다. 내성이 생기셨지만, 뇌성마비 장애인을 앞에두고 ‘장애인도 이만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시는 것이 내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장애인 스스로 비장애인과 비교하여 세상을 대하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그런 시선으로 자신을 대하는 것도 현실적인 대응력이겠지요. 그래도 시설운영자와 시설이용자에 대한 순례자의 불편한 시선은 가시질 않았습니다. 재활은 훈련으로 그치고 자활이 되는데 한계도 있다 하셨습니다. 도자기 만드는 지역분들도 보고, TV에 작은 도자기 만드는 달인으로 나왔다던 분의 작업하시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갖가지 도자기들은 정말 섬세한 모양과 무늬로 순례자들을 감탄케 했습니다.
왜 삽니까?
우리가 궁극적으로 왜 삽니까? 행복하기 위해서, 삶을 가치롭게 살기 위해서라 하십니다. 파주자유학교 친구들과 순례자 자신에게 다시 묻습니다. 왜 사는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각자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사회적 편견을 이겨내기 위해 사는가? 숨쉬며 살아가는 동등한 인간으로 살기 위해 사는가? 살면서 늘 던져야할 질문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천사원에는 은평대영학교라는 특수교육학교도 있었고, 장애인 재활체육센터도 있었습니다. 재활체육센터 안으로 들어갔지요. 1층 수영장으로 들어갔더니 안경에 하얗게 김이 서립니다. 수영장 바닥을 온돌로 깔았다 하지요. 수영하면서 물을 먹게 되니까 해수를 이용하고 있고, 휠체어를 타고 물에 들어갈 수 있도록 비스듬히 수영장 물 안으로 들어가는 통로도 설계하여 장애인들의 편의와 건강을 최대한 배려하고 있었지요. 4층 헬스장으로 올라갔습니다. 장애정도와 건강을 체크하여 그 사람의 몸상태에 맞춘 운동을 하도록 돕고 있다 하고, 옆의 조깅장은 바닥을 우레탄으로 하여 충격을 완화한다 하지요. 이 곳은 장애인들만이 아닌 비장애인과의 통합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하셨습니다. 부원장님께서는 순례단에게 함께 나누는 삶을 당부하셨습니다. 열린사회 은평시민회 최순옥 님께서는 은평천사원이 은평구에서 유명한 복지시설이라 합니다. 그런 것 같았습니다. 규모면이나 내용면이나 알찬 복지시설 같았습니다. 그만큼 돈도 엄청 들 것 같았습니다. 도시에서의 복지개념은 이러한 완성도를 이루는 걸까요? 복지예산의 정도에 따라 복지상태가 좌지우지되는 현실을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천사원을 나섰습니다. 서울재활병원 앞에는 장애인 콜택시가 세대나 서있었습니다. 병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흔적이었습니다. 날은 흐렸지만, 상쾌한 마음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다함께 돌자, 동네한바퀴
은평중학교 앞을 지나 구산사거리로 가는데, 수퍼마켓 앞에서 불고기 버거를 들고 있는 아이가 보입니다. 광우병 소고기 파문과는 별개로 흘러가는 세상모습을 봅니다. 서오릉로를 지나 구산역으로 돌아갑니다. 구산역에서 다시 구산사거리로 오는 중간동네에 있는 역촌시장에 들어섰습니다. 시장 입구간판에는 ‘도법스님과 함께하는 생명평화의 은평 탁발순례, 환영합니다’하는 현수막이 걸려있었습니다. 몰라도 괜시리 반가운 마음으로 열린선원으로 들어갔습니다. 열린선원은 대한불교 태고종에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법현스님께서 따뜻이 맞아주셨지요.
숨을 돌리고 100대 절명상을 하였습니다. 법당 안에 있는 많은 순례자들의 기운이 저에게 달려드는 것만 같았습니다. 가지런하게 어지럽지 않게 마음을 다잡으려 애쓰며 절을 하였습니다. 절명상 후에 소감이 이어졌습니다.
다함께 돌자 동네 한바퀴하며 아는 사람들을 만나는 정겨움도 없이 걷고 있어도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타인인 것 같아 낯설었다는 순례자 이성구님, 은평 탁발순례의 경험들을 지역에서 잘 살려서 순례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 다짐하시는 열린사회은평시민회 최순옥 님, 생각없이 오래도록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는 김다현 님, 탁발순례를 안했던 학생들과 함께 처음 와서 같이 걸으니 재밌고 좋았다는 파주학교 교사분들, 은평에 20년간 살았는데, 순례단과 같이 걸으니 기분이 색달랐다는 은평주민, 걸으면서 새롭게 보게되는 것들도 많았고, 100배 말씀 하나하나 음미하며 생명과 평화를 위한 자신의 가치관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간이었다 하시며 자주 절하고 걷겠다 다짐하시는 진보신당 이수현님, 천사원같은 복지시설이 우리동네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시는다는 은평두레생협 전양수님의 소감이 이어졌습니다.
도법스님께서는 아이들에게 걸음의 효과는 실질적으로 작용하니 어수선하고 집중 잘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신경안써도 된다 하셨습니다. 걷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불광천 걸으면서 저멀리 북한산이 보였는데, 서울에서는 자연이 불쌍하게 보인다 하시며, 불쌍하게 만들 수 밖에 없는 사회, 불쌍하게 만드는 사람들을 보고 우리 사회가 과연 희망적일 수 있겠는가 토로하셨습니다. 걸음을 통해 만난 좋은 인연들을 소중히 여기셨습니다.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기를 바라는 순례자 이성구님의 말씀과 어제와 오늘의 느낌이 상호연관이 되어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에 오늘과 내일의 변화도 기대하신다는 김연주 님의 말씀을 새기며 절명상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숨쉬고, 두발로 온전히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새삼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죽으나 사나, 더불어 함께 사는 길
저녁식사를 하고 열린선원 주지이신 법현스님의 불교이야기를 편안하게 들으며 숨을 고르다가 저녁간담회를 시작하였습니다. 도법스님께서 평화를 찾아 히말라야로 티벳으로 인도로 절로 교회로 환상을 좆아가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하십니다. 평화는 지금 여기에서 조건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 하시지요. 어떤 지식도 돈도 기술도 우리의 삶을 평화롭게 할 수 없으며 우주자연 생명의 엄연한 법칙과 질서에 맞게 낮추고 비우고 나누고, 존중하고 배려하고 고마워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사고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삶. 목숨을 바쳐야 한다면 이 길에 열정을 다해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역사 속의 예수가 사형언도를 받고, 십자가에 못박히는 과정이 그것을 극명하게 대변해준다 하셨습니다. 이 길은 죽어도 사는 길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 길을 택한 것이었습니다. 서로 관계하여 존재하니 더불어 살 수 밖에 없는 생명의 법칙과 질서에 맞게 살아가는 길을 택하라 하십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나부터, 내가 두발로 숨쉬고 서 있는 이 땅, 그 속에서의 나의 삶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일이었지요. 내 생명이 어떻게 이루어져있는지? 어떻게 하면 평화롭게 살 수 있는지 묻습니다. 나 아닌 다른 것에 대해서는 너무나 많이 알고 있으나, 정작 목숨걸고 지켜야될 가치인 이 한목숨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가 묻습니다. 이렇게 나 자신을 알고 내 지역을 알며 이 세계를 이해하고 생명의 법칙과 질서에 맞게 살아가는 일, 그러한 생명평화의 문화를 일상의 삶의 문화로 가꾸어내는 일, 내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일에 대해 강조하셨습니다.
평화적으로 사고하고 있는가? 평화적으로 말하고 있는가? 평화적으로 행동하고 있는가? 평화적으로 관계하고 있는가?
도시 삶의 대안 : 걸음의 생활화, 품위있는 식단
지역분들이 묻습니다. '기계를 사용하는 인류의 적정선은 어디까지인가?' 하는 질문에 선풍기정도면 지속가능하지 않겠는가 이야기하십니다. 적어도 나의 시원함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더위를 떠넘기는 에어콘 같지는 않으니까요.
‘서울.경기 합쳐서 이천만 인구 속에서 각박한 도시 속에서 생활하는게 지겹지만,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대안적 삶이 무엇인가’하는 질문에 좁은 공간 속에 많은 사람들이 가득차 있어 문제가 생기고 약자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서울의 원천적인 한계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순례자 도법스님은 단순소박하게 사는 것과 민주주의가 내 삶에서, 내 가족에서, 내 이웃에서 생활화된다면 생태적인 대안도 나오고 사회양극화의 대안도 나온다 하셨지요. 구체적으로는 걸음을 생활화하라 이야기 하십니다. 출퇴근시간이라도 이용하여 걸으면서 자기성찰과 자기집중의 시간을 가진다면, 상당부분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건강해진다 하십니다. 또, 광우병 문제를 들고서라도 식단을 품위있게 꾸며야만 해답이 나온다 하셨지요. 지금은 고기가 거의 주식인 시대, 피의 식단이다, 식단이 타락했다 하십니다. 육식을 반찬으로 적게 먹는 식단을 생활화하자 이런 것들이 도시에서 이루어져야할 구체적 대안이라 제안하셨습니다.
서울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교육문제라 말씀하시는 지역주민의 질문에 교육문제를 덮어두고서라도 아이들을 진정 사랑한다면 서울을 떠나라 하십니다. 도시 속에 살더라도 서민일수록 본인과 가족의 건강한 인생을 위해서 유기농산물을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셨지요.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일등과 부자가 되어 누리는 삶이 아니라 건강과 생명이라 하십니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하지 않습니까? 유기농산물 비싸다 하지말고 부모의 커피와 담배, 술값을 줄이면 가능하다 하시지요.
불빛을 좆아가는 벌나비 처럼, 서울은 악마의 마술도시라 표현하시는 도법스님께서는 농촌에서 돈과 또 다른 삶을 찾아 서울로 도시로 왔던 숫자가 그대로 현재의 빈민 ․ 실업자 ․ 비정규직의 숫자에 해당한다 하지요. 내 이웃이 그렇게 비참하게 살고 있는데 나는 괜찮은 사람인가 묻습니다. 걷고 있는 저 자신도 젊은 나이에 성찰할 것 별로 없다고 자위하는 순례자였지만, 도법스님과 지역 분들의 말씀을 듣고 나면 어느새 성찰할 것투성이이고, 그렇게 살지 않으려 다짐할 것들 투성이 였습니다. 이렇게 보고 듣고 만난 것들이 순례자의 삶 속에서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 것인지 다시 묻고 또 묻는 하루였습니다.
= 글쓴이 : 달(김영지, 대구청소년)
이번 코스는 쫌... 히~ 다리가 뻐근한 게 무리가 가더라구. 그래도 걸은 길도 재밌었고 중간에 들렸던 천사원도 인상 깊었어. 무엇보다도 오늘 파주 자유학교 얘들과 같이 걸을 수 있어서 더 좋았지! 확실히 10대들이 우르르 오니까 분위기가 살더라구. (어른들은 산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뭐) 잘생긴 얘들(?)도 오고해서 눈도 즐거웠고, 그래도 사심은 없었다 뭐 아 참고로 걔네들 내일 또 온대!
** 함께한 사람들 = 도법, 천선혜, 최성진, 장경훈, 이성구, 이도담, 정수영, 김영지, 이상환, 백선희 = 이수현(진보신당), 민성환/문명희/이명주/한탁영(은평시민넷), 강양숙/최순옥/이용재/김다현/김연주(열린사회은평시민회), 신재진(고양시), 전양수(은평두레생협), 파주자유학교 이다슬/장금자/한영수 외 학생 17명, 윤건(은평구), 강화연(민주노동당 은평지부), 성아(은평천사원), 법현스님 외 3명(열린선원), 김민수(신부/역촌동 성당) 외 1명, 은평씨앗학교 4명, 생태보전시민모임 3명 그 외 3명. 총 51명 ** 감사합니다! 순례안내(문명희/최순옥), 점심식사(진보신당/열린사회은평시민회), 저녁식사/잠자리(열린선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