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늪에 빠져 있던 지방 분양시장이 살아날 분위기다. “바닥을 쳤다”는 말이 곳곳에서 나온다.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는 말은 아니다. 지역적으로도 지방이 모두 그런 분위기라는 것도 아니다. 심리적인 회복세라는 뜻이다.
수도권에서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고 집값이 꿈틀거리면서 심리적인 파급효과가 지방으로까지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주택시장은 여전히 가라앉아있지만 분양시장이 먼저 영향을 받아 청약자들이 늘고 쌓여있던 미분양이 빠지는 모습이다.
분양시장이 회복 분위기를 보이는 곳은 영남권에서다. 특히 대구ㆍ울산이 그렇다. 부산의 반응은 좀더 늦은 것 같다.
대구ㆍ울산 등 영남권서 시장 회복 분위기
롯데건설이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30∼31일 청약접수한 범어동롯데캐슬은 일부 평형이 1순위서 높은 경쟁률로 마감됐다. 34∼61평형 219가구인데 이중 34평형 1순위서 7.5대 1로 마감됐다. 51, 61평형도 2순위서 각각 1.5대 1 정도로 청약을 끝냈다. 45평형만 2순위까지 41가구 모집에 2가구가 미달됐다가 31일 3순위 접수 결과 최종적으로 5대 1로 마감됐다.
수성구는 ‘대구의 강남’으로 불릴 정도로 대구의 인기 주거지역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높은 청약경쟁률과 계약률을 보였다가 올 들어 공급과잉, 3ㆍ30대책 등으로 지방 시장이 전체적으로 얼어붙으면서 함께 침체됐다.
4월에 같은 수성구 인근에 분양된 단지들이 3순위에서 겨우 모집가구수를 채울 정도였다.
지난달 26일 대구 북구 칠곡동에 분양된 대림 e편한세상. 33∼56평형 608가구로 49평형을 일부 가구를 제외하곤 나머지 평형은 모두 3순위까지 모집가구수를 넘겨 전체적으로 평균 1.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최근 대구 범어동에 분양된 롯데캐슬에 청약자들이 몰려 일부 평형은 1순위서 마감됐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수도권의 고분양가 논란, 분양시장 활기 등의 영향으로 실수요자 중심으로 분양받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하는 것 같다”며 “수성구가 지난달 투기지역에서 해제돼 분양가가 6억원이 넘더라도 담보대출 규제가 덜하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그동안 관망세를 보이던 실수요자들이 슬금슬금 움직이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실수요 중심이고 투자수요는 여전히 관망세다”고 말했다.
미분양 물량도 소진되고 있다. 5월 대구 수성구 범어1동에 분양된 쌍용스윗닷홈범어예가(32∼68평형 397가구)는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계약률이 50% 정도였으나 그 이후 하루 3∼4가구씩 계약돼 지금은 계약률이 60% 선으로 올랐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수도권이 들썩이자 분양가나 집값이 내리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수요자들이 입지여건이 좋은 미분양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공급이 잇따르며 미분양이 쌓이던 울산에서도 지난달 하순 이후 미분양이 빠지는 모습이다. 울산 울주군 구영지구에 지난해 분양된 우미린(30∼46평형 567가구)은 최근 하루에 미분양이 7∼10가구씩 나가 저층 일부만 남았다. 남구 선암동 일신휴먼빌도 지난달 중순 이후 하루 3∼4가구씩 나가고 있다.
울산지역 주상복합아파트도 마찬가지다. 5월 남구 신정동 극동스타클래스(49∼85평형 188가구)도 지난달 이후 하루 1∼2건의 계약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극동건설 관계자는 “그동안 공급이 많아 앞으로 공급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여 미분양을 매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구 신정동 두산위브더제니스도 8월까지 15% 정도에 불과하던 계약률이 80% 정도로까지 올랐다.
수도권 분양시장 회복 영향에 분양조건 완화 덕
최근 미분양 해소에는 파격적인 분양조건 완화도 한몫하고 있다. 울산 두산위브더제니스는 평형에 관계없이 계약금을 2000만원으로 낮췄고 계약금을 2.5%로 낮춘 업체도 있다.
대구ㆍ울산 등에 비해 공급과잉과 미분양이 더 심각한 부산은 문의는 늘고 있는 추세지만 계약률에선 뚜렷한 변화가 없다.
정관신도시에 분양한 한 업체 관계자는 “지난달 이후 확실히 문의전화는 늘었다”며 “시장동향을 탐색해보려는 것 같고 아직 매수세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에서도 분양조건이 완화된 데선 미분양 계약률이 높아지고 있다. 한진중공업이 정관신도시 정관해모로(39∼52평형 763가구)의 계약금을 최근 5%에서 1%로 낮췄다. 250만∼370만원이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20% 이하였던 계약률이 계약조건 변경 이후 열흘 새 20∼30%포인트 올랐다”며 “1년 뒤 전매가 가능해 앞으로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고 투자하려는 수요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영남지역 이외 지방은 아직 별다른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 광주에 분양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수도권 바람이 영남지역에 먼저 전해지는 추세여서 호남지역은 여전히 분양시장에 찬 바람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수도권 시장이 좋아지면서 지방 시장에서도 분양조건까지 좋아지자 실수요자들이 내집마련 기회로 보고 있다”며 “그동안 공급이 많아 앞으로 지방 분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2∼3년 뒤 공급을 생각하는 수요자들은 매수할 것이어서 수도권 분양시장의 호조가 계속된다면 지방 시장도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첫댓글 좋은 정보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