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을 쨍하고 우리는 이야기 보따리를 하나둘씩 꺼내서 풀어놓았다...
아뿔사 그러나 우리의 정민군은 이야기 보따리를 까먹고 안가져 왔다며 한사코 이야기하기를 거부했다...
결국 그는 가지고 나온 앙징맞은 손가방만큼 이야기를 했다...^^
사과나무에서 우린 화장실의 민망함을 이야기했고 개고기가 맛있냐 없냐를 이야기 했으며 우영이가 세민이를 주기 위해 가져온 '친구들'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편 민환이와 세민이가 누가 우세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경망스러움을 뽐냈는데 마치 주영훈과 최화정을 연상케 했다...(둘 다 모두 기분 나쁜 눈치....)
또 민환이는 전화통을 붙잡고 '효란아~ 나 운인데'를 연발하고, 난 얼떨결에 '무슨 회사가 일요일도 출근시키냐! 우리 동산 씨앤지는 절대 안그래!'라고 말하고 말았다....
화기애애함이 계속되고 웃음 꽃이 만발하고, 우리의 1차는 식도락 소모임을 발족시키자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이렇게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우리는 종로 뒷골목에 위치한 피맛골로 자리를 옮기게 되는데...
1차 내내 그녀의 옆에 앉아서 옆모습만을 바라보던 나는 결국 2차에서 얼굴을 마주보고 앉게 되었다... 호호호~
레몬 피쳐와 만두떡볶이, 조개탕을 시킨 우리는 이야기 꽃을 피워나갔다....
레몬피쳐가 비워지고 안주가 비워질 무렵, 또 하나의 레몬 피쳐 등장!
'오늘은 불길한 예감이....'
불길한 생각이 갑자기 밀려드는 가운데 우리는 정민이의 피앙세 누나^^를 맞이하였다..
둘이 너무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불현듯 나의 그녀(이건 진짜 그녀임...)가 생각났다...
'운이랑 경이랑' 나의 핸드폰에 쓰여진 문구가 현정이가 쎄쎄쎄로 착각한 그것이다...
2차의 화제는 단연 노란죽이었다...
두번째 시킨 안주도 계란말이, 버터 옥수수 게다가 레몬피쳐도 노란색....
난 노란색을 좋아했는데 이제 노란 색을 보면 울렁거린다.우영이는 하늘 퍼렇던 5월달에 그 동영상을 봤노라고 계속 주장했고 우리는 그 주장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니들도 당해봐...)
11시가 넘어가자 경옥이는 집에 가야한다고 했고 우리는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반이상 남은 술이 아까웠는지 민환이가 '369게임'으로 술마시기를 하자고 제안했고 우영이는 시간이 적게 걸리는 '신난다'로 시작되는 (신난다 재미난다 어린이 명작동화 패러디...) 죽음의 게임(the game of death)을 제안하였다.(우영아 너 뜻은 알고 노래 불렀냐?^^)
우영이의 힘찬 팔동작(마치 전대협, 한총련을 연상시키는 힘찬 동작이었음)으로 죽음의 게임은 시작되었다...
'신난다. 재미난다. The game of death~"
'이거 오래하면 진짜 누군가 하나 죽을 것 같은데...'
소주를 잘 못마시는 나는 안절부절... 핸드폰 문자메세지에 저장된 '오빠 술 조금만 마시고 있지?^^'라는 그녀의메세지가 나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대여섯번 진행된 게임에서 다행히 한번도 안걸리고 전체가 마실때 딱 한잔을 마셨다...
그러나 아직도 레몬피쳐는 1/3가량을 남기고 있었다...
'아! 이대로 게임은 계속 되어야 하는가...쭈우욱~'
나의 탄식은 계속 되었고 세민도 나와 공감하는 눈치였다.
'노란죽 이야기만 안했어도 덜 울렁거리는 건데.... '
나의 탄식이 계속 될 무렵...
에구구 게임을 주동한 우영이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앗! 노란죽인가?' 나는 순간 당황했다...
그러나 우리의 비위를 위해서 애써 참는 우영!
난 이때다 싶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집에 가자!'
결국 죽음의 게임은 아무도 죽지 않고 한명의 중상자만을 남긴채 끝이 났다...
남북 화해의 시대, 탈냉전의 시대에 이처럼 죽음을 담보로 한 게임이 성행하고 있다는데 대해 씁슬한 마음을 감추며 우리는 집으로 집으로 향했다...
마지막 수원행 열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데 정민이 피앙세, 정민이, 우영이, 경옥이가 앉아 있는 자리에서 우영이가 날 위해 자리를 비켜줬다....
'짜식~'
슬그머니 난 경옥이 옆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말 하고 싶었던 말들을 하면서 우리는 그렇게 집으로 갔다...
집에 도착한 시간이 12시 30분.
몸은 피곤하고 머리도 아팠지만 그래도 너무 행복했다...
시간이 지나도 포근함으로 다가오는 그런 친구들....
내가 기대도 기꺼이 어깨를 대줄 그런 친구들....
그런 친구들 앞에 세월은 아무런 힘이 안됐나보다...
3번의 벙개를 통해 난 살아있음을 느꼈고, 그 삶이 혼자가 아닌 친구들과 함께 함에 행복을 느꼈다...
비록 야구는 못보고 두산이 패하고 말았지만
언제나 이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다...
우영아! 죽음의 게임은 싫다.
민환아! 담엔 차갖고 오지마.
정민아! 잘 어울린다!
세민아! 항상 그 밝은 마음 간직해.
경옥아! 쉬는 동안 많은 걸 얻기 바래.
효란아! 담엔 꼭 나와라.
현정아! 이해가 조금 됐니?
연진아! 우영이가 너 안와서 어제 좀 그렇더라...
숙영아! 너 무슨 비밀있니? 왜 안나왔어?
그리고 애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