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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위안부는 가난한 나라의 달러벌이 첨병 중 한 무리였고, 미군 철수를 시사하는 닉슨 독트린이 나왔을 때 주한미군을 묶어둔 병참이어서다. 박정희 정부는 미군 위안부에게 영어도 가르쳤다. 강사는 위안부들을 애국자라고 칭송했다고 한다. 하지만 강의실 밖에선 힘없는 말이었다. 한때 최대 기지촌이 있었던 파주 용주골 주민을 인터뷰한 논문 ‘왜 미군 위안부는 잊혀야 했는가’를 보면, 주민들은 위안부로 오해받기 싫어 그들을 피해 주로 이른 아침 목욕탕에 갔다고 한다. 위안부들은 밤늦게까지 일하고 오후에 목욕탕을 와서다. ‘애국자’라는 호칭과, 그들이 받았던 암묵적 괄시의 간극은 컸다.
지난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미군 위안부를 다뤘다. 신문사 홈페이지엔 “국가가 후원하는 성노예제가 오래 지속됐다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는 댓글이 달렸다. 외부 시선이 더 정확할 때가 있다. 한국인에게 미군 위안부는 여전히 낯선 단어다. “자발적 성매매 아니었냐”고 묻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실제론 일자리 소개소를 찾았다가 인신매매된 경우가 많았다. 한국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엔 핏대를 세운다. 한국 정부 책임이 큰 미군 위안부 문제엔 조용하다. 암묵적 괄시는 계속되고 있는 것만 같다.
윤성민 정치에디터
윤성민중앙일보 콘텐트제작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