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鷄詞(황계사)
작자미상
일조(一朝) 낭군(郎君) 이별(離別)후에 소식(消息)조차 돈절(頓絶) 하야
자네 일정 못 오던가 무삼일로 아니 오더냐
이 아해야 말 듣소
황혼 저문 날에 개가 짖어 못 오던가
이 아해야 말 듣소
춘수(春水)가 만사택(滿四澤) 하니 물이 깊어 못 오던가
이 아해야 말듣소
하운(夏雲)이 다기봉(多奇峰)하니 산(山)이 높아 못 오던가
이 아해야 말 듣소
한 곳을 들어가니 육관대사(六觀大師) 성진(聖眞)이는
석교상(石橋上)에서
팔선녀(八仙女) 다리고 희롱(戲弄)한다
지어자 좋을 시고
병풍(屛風)에 그린 황계(황계) 수탉이 두 나래 둥덩 치고
짜른 목을 길게 빼어 긴 목을 에후리여,
사경(四更) 일점(一點)에 날 새라고 꼬꾀요 울거든 오랴는가
자네 어이 그리하야 아니 오던고
너란 죽어서 황하수(黃河水) 되고 날란 죽어서 도대선(都大船)이 되야
밤이나 낮이나 낮이나 밤이나
바람 불고 물결치는 대로 어하 둥덩실 떠서 노자
저 달아 보느냐
임겨신 데 명휘(明輝)를 빌리려문 나도 보게
이 아해야 말듣소
추월(秋月)이 양명휘(揚明輝)하니 달이 밝아 못 오던가
어데를 가고서 네 아니 오더냐
지어자 좋을시고.
*
황계: 털빛이 누런 닭
일조(一朝): 하루아침,어느 아침.
돈절(頓絶): 끊어지다
자네: 낭군
이 아해야: 이 아이야
춘수만사택(春水滿四澤): 봄 물이 사방 못마다 가득하고
하운다기봉(夏雲多奇峰): 여름 구름은 기이한 봉우리마다 많다(도연병의 시를 인용)
육관대사 성진: 김만중의 『구운몽』에 나오는 육관대사와 성진이를 지칭
석교상: 돌다리 위
팔선녀: 『구운몽』에 나오는 여덟 명의 선녀. 주인공 성진의 아내가 됨.
사경: 새벽 1~3시
도대선: 큰 나룻배
추월양명휘: 가을 달은 밝은 빛을 드날리고